[조용준의 여행만리]역사를 품은 섬, 금빛 낙조를 품다

돈대 따라 도는 강화도 남쪽 해안도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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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남쪽 해안도로 드라이브의 즐거움중 하나는 금빛 낙조를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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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사 문창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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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돌목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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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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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오리돈대에서 바라본 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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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강화대교-갑곶돈대-더러미포구-광성보-용두돈대-덕진진-동검도 갈림길-분오리돈대-동막해변-장화리 일몰조망지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입니다. 국난 극복의 성지로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습니다. 마니산에 참성단을 쌓은 단군 시대부터 삼국시대, 항몽투쟁을 벌였던 고려, 그리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거친 조선에 이르기까지 강화도는 줄곧 굵직한 사건의 무대였습니다. 강화도 이곳저곳에 새겨져 있는 파란만장한 역사가 그 증거입니다. 이번주는 강화도로 갑니다. 서울에서 1시간이면 가 닿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바다가 보고 싶으면 찾던 곳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것마저 여의치가 않습니다. 역사의 현장 곳곳을 둘러보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비대면으로 다녀 올 수 있는 남쪽 해안도로 드라이브입니다. 이 길은 외국의 침략에 대비해 섬을 빙 둘러 만든 돈대를 만나거나, 민족의 국난 극복의 의지가 서린 전적지와 함께 합니다. 그뿐인가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해갯벌을 비롯해 운치 있는 절집, 해변, 아름다운 낙조를 만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강화도는 섬 한 바퀴를 돌아도 99km, 차로 달리면 1시간 30분 남짓한 거리다. 이번엔 강화도를 반 잘라 강화대교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려보는 여정이다. 그저 지나다 마음이 머무는 곳이 있다면 잠시 차를 세우고 눈앞의 풍경을 감상하면 된다.


한강과 임진강이 끝나는 자리에서 강화도는 시작된다. 강화는 강과 관련된 지명으로, 한강ㆍ임진강ㆍ예성강의 '여러 강을 끼고 있는 아랫 고을'이라고 해 '강하(江下)'라고 부르다가 '강 아래의 아름다운 고을'이라는 뜻으로 '강화(江華)'라고 고쳐 부른다고 전한다.


섬으로 향하는 강화대교 덕분에 서해의 풍경과 바람은 고스란히 차창을 통해 느껴진다. 달려가는 동안 짠 내음은 진해진다.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섬이구나' 를 바로 느낄 수 있다. 대교를 건너 갑곶돈대와 강화전쟁박물관을 지나면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갑곶돈대는 서울의 주요 방어기지인 동시에 외적이 침입했을 때 왕실이 피난하는 제일의 후보지였다. 돈대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가자 왼편 철조망 너머에는 저인망 어선 몇 척이 물살에 몸을 맡긴 채 쉬고 있다. 갈매기도 지쳤는지 꾸벅꾸벅 뱃머리에서 졸고 있다.


도로 곳곳에 장어집 간판이 눈에 띈다. 더러미포구가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다. 이곳은 장어마을로 유명하다. 강화의 이름난 장어집은 이곳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만 아니라면 장어집에 들러 장어구이 맛을 보는것도 좋다.


더러미포구를 지나면 용진진을 거쳐 광성보까지 길게 이어진다. 광성보는 강화도의 5진7보53돈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손돌목돈대와 용두돈대, 광성돈대 등 크고 작은 유적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여행객이 적다면 광성보에 잠시 주차를 하고 돈대산책을 즐겨볼만 하다. 솔숲그늘과 반듯하게 다듬은 길이 걷기 좋다. 특히 염하(강화도와 김포시 사이의 해협)를 향해 설치한 포대진지를 지나면 오롯한 오솔길이 반긴다. 인적이라도 드물면 깊은 숲에 든 것처럼 호젓해진다. 고작해야 100m 내외의 오르막 숲길이지만 운치가 그만이다. 숲이 끝나는 길 언덕에 손돌목돈대도 있다. 다리쉼을 하면 돈대에 올라 염하를 내려다보는 여유를 부려볼만하다. 여행객이 없어 돈대 하나를 혼자서 독차지하는 기분도 만끽할 수 있다.


손돌목돈대 아래 바닷가끝으로 용두돈대가 버티고 있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만큼 덜 알려져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다시 광성보에서 해안도로를 탄다. 2km 남짓 내려가면 덕진진이다. 염하의 빠른 물살을 바라보노라면 물살에 쓸린 바위들이 서로 부딪치며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침략의 발톱을 세우고 밀물져 오는 서구 열강의 함정에서 품어대는 함포소리 같기도 하다.


초지대교를 지나 동검도 갈림길에서 동막해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동검도 입구 갯벌 위로 낡은 어선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배는 언제 고기잡이에 나섰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낡았지만 갈매기들의 휴식처로 그만이다.


함허동천를 지나면 정수사가 나온다. 마니산 동쪽 기슭에 위치한 정수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 회정선사가 창건했다. 강화도내의 보문사나 전등사에 비해 그 규모는 작지만 잘익은 절집이다. 보물 제161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웅전의 문창살이 유명하다. 모란과 장미가 활짝 핀 모습을 목각으로 깎아 만든 문창살은 청 황 홍 녹 등의 4색으로 색상이 화려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살로 꼽힌다.


정수사를 나와 해안도로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분오리돈대다. 돈대의 특성상 고갯마루에 위치하고 있어 최고의 낙조조망지다.

분오리돈대를 내려서면 동막해변이다. 광활한 갯벌과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해수욕장이다. 강화도에서는 드물게 모래사장이 있고 소규모이지만 송림을 갖추고 있다. 갯벌로도 널리 알려져 찾는 이들이 많고 각종 위락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왼쪽으로는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마니산이 함께 하는 해안도로는 장화리로 이어진다. 마침 해가 질 무렵이고 날씨마저 좋다면 드라이브 중 최고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도로 곳곳이 낙조 조망지이기 때문이다. 해가 진다 싶으면 일찌감치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편한 마음으로 차안에서 낙조를 즐기면 된다. 사람들이 없다면 내려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도 좋다.


장화리 인근에 있는 장곶돈대도 일몰 조망지다. 장곶돈대는 숙종 5년(1679년) 강화도의 해안 방위를 위해 축조한 것으로서 1993년에 돈대 성곽을 보수했다.


장곳돈대를 지나 고갯길을 내려서면 선수포구다. 원래는 밴댕이회로 유명하지만 제철이 아니라면 꽃게 등도 많이 들어오는 포구다. 선수포구에서는 바다건너 손에 잡힐 듯 석모도가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해안을 끼고 돌던 도로가 끝나고 마니산 국민관광지 방향으로 이어진다.


강화도=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볼거리=교동도,보문사. 전등사, 고인돌, 볼음도, 석모도, 고려궁지, 성공회강화성당, 조양방직, 마니산, 고려산 진달래밭, 강화5일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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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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