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솔숲! 보랏빛 손님이 찾아왔네
서천 장항숲 여정-보라빛 맥문동 막바지 빛 토해내, 지구 생태여행 국립생태원도 볼거리
수만 그루의 소나무가 우거진 장항숲은 지역민뿐 아니라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는 명소다. 곰솔이 울창한 숲길을 따라 보랏빛 맥문동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
[연재] 아시아경제 '조용준의 여행만리'포토슬라이드 이동
장항숲 스카이워크 |
국립생태원 |
국립생태원 |
장항갯벌에서 체험하는 가족 |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한산 모시로 유명한 충남 서천 장항숲에 보랏빛 향기가 가득합니다. 장항숲은 장항읍 송림리의 백사장과 해송숲 일대를 가리킵니다. 1.5km가 넘는 모래사장 뒤편으로 수만 그루의 소나무가 우거진 숲이 장관입니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한결 싱그럽습니다. 한여름 더위의 기세도 꺽인 솔숲엔 가을이 잔뜩 담겨있습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곰솔이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온몸이 청량감으로 푸르게 물들 것만 같습니다.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탁 트인 전망에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입니다. 특히 해 질 무렵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갯벌은 환상적입니다. 장항숲 인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생태원도 있습니다. 추석연휴 나들이로 이만한 곳도 없습니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군산과 마주보고 서 있는 서천 전망산 옛 제련소에는 92m 높이로 우뚝 솟은 굴뚝이 있다. 일제강점기 공업 도시로 형성된 장항의 상징적 풍경이다. 이 전망산에서 바다 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장항숲이 나타난다.
1954년 장항농고(현 장항공고) 학생들이 방풍림으로 심은 1만2,000그루 곰솔(해송)이 울창한 숲으로 성장해 지역의 명소가 됐다. 솔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숲과 바다를 두루 즐길 수 있다. 솔숲 바닥에는 계절 따라 꽃을 심는데, 지금은 검푸른 솔가지 아래에 맥문동이 융단처럼 깔려 있다.
소나무 사이로 해가 비치며 보랏빛 맥문동이 관광객들을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한 자주색의 맥문동의 이름은 뿌리의 생김새에서 따온 것이다. 뿌리는 한방의 약재로 사용되며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나 도심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장항숲에는 만나는 맥문동은 남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맥문동의 개화 시기는 5월부터 9월초까지지만 다가오는 추석연휴에도 맥문동을 만날 수 있다.
숲에는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가 있다. 솔향기 맡으며 하늘을 걷는 듯 아찔한 재미가 있다. 바다와 솔숲, 하늘길이 만났으니 육 해 공의 멋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
스카이워크는 몇 해전 까지 여행목적지로 익숙하지 않은 서천에 유명관광지로 만들어 준 장본인이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굴곡 없이 평지로 이어진다. 나무데크를 깐 곳은 그나마 지나가기 쉽지만 구멍 뚫린 철망을 깐 곳은 고소공포증이 없는 이들도 괜히 아찔해진다. 바닷바람이 심하게 불 때는 스카이워크가 살짝 움직이기에 더 긴장된다.
이곳 소나무는 유독 키가 크다. 스카이워크 옆으로 솔잎이 가득해 싱그러운 솔향기를 맡으며 하늘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스카이워크 끝은 기벌포 전망대다. 바다를 향해 심호흡도 하고,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탁 트인 전망에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다. 특히 해 질 무렵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갯벌에 반사되는 노을이 일품이다.
기벌포 전망대와 송림을 끼고 있는 드넓은 백사장과 갯벌이 바로 장항 갯벌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광활한 갯벌에는 달랑게들이 동글동글 빚어놓은 모래가 한가득이다. 긴 해안선을 따라 갯벌 생물들이 저마다 분주하다.
서천군은 장항송림삼림욕장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낭만과 힐링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인 위켄드 장항도 운영하고 있다. 11월 5일까지 매주 토요일 장항송림산림욕장 일대에서 오후 3시부터 일몰시간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노을 감상과 자연힐링을 위한 자연쉼터에선 파라솔과 선베드, 티피텐트 무료 대여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전국의 버스커가 참여해 장항을 여행하고 공연버스킹을 선보인다.
장항송림 앞바다의 유부도는 서천갯벌에서도 생태적 가치가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해안에서 직선으로 약 6㎞ 떨어진 유부도는 바다만큼이나 평평해 육안으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섬 주변에 드넓게 펼쳐진 갯벌은 100여 종 희귀 철새의 낙원이 됐다. 장거리 이동하는 철새들이 모래갯벌에 풍부한 조개를 먹기 위해 쉬었다 가는 중간기착지다. 검은머리물떼새, 붉은어깨도요와 같이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적색목록으로 지정한 철새가 13종이나 발견됐다. 특히 갯벌의 멋쟁이라 불리는 검은머리물떼새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고 한다.
장항숲에서 힐링을 했다면 생태나들이에 나서보자. 인근에 있는 국립생태원으로 간다. 약 100만㎡(30만평) 규모로 축구장 90여 개 정도의 크기다. 다섯 종류의 기후대를 재생한 에코리움, 하천과 습지생태를 재현한 금구리구역, 한반도의 자연을 만나는 하다람구역, 노루와 고라니를 만날 수 있는 고대륙구역, 새들의 휴식공간 구역으로 나눴다.
생태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시설은 단연 에코리움이다 세계의 기후대별 생태계를 옮겨놓은 공간으로 작은 지구에 비유할 만하다. 에코리움의 첫 전시실 열대관은 입구부터 밀림을 연상케 한다. 섭씨 35도를 유지하는 열대관에 들어서면 상큼한 열대식물이 내뿜는 향기부터 다르다. 열대식물 특유의 가지 뿌리가 실처럼 아래로 늘어져 있다. 장식물이 아니라 실제 살아있는 나무의 뿌리다.
사막관은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와 나미브, 남아메리카의 아타카마, 북아메리카의 모하비 등으로 구분해 척박한 환경에 적응
하며 살아가고 있는 동식물을 소개하고 있다.
지중해관으로 들어서면 짙은 허브향이 코끝으로 스민다. 유럽지중해 식생을 중심으로 배치한 이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식충식물과 소설 어린왕자를 통해 잘 알려진 바오밥나무도 볼 수 있다.
에코리움을 나서면 아이들의 인기놀이터 하다람광장이다. 개구리 혀 미끄럼틀과 무당벌레, 버섯 그늘 등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동식물을 캐릭터로 형상화한 놀이시설들이 아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그 밖에 야외에는 우리나라의 식생을 찾아볼 수 있는 한반도 숲, 습지 식생을 재현해 놓은 습지생태원'등을 조성해 하루 종일 둘러보아도 시간이 모자랄 만큼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서천 생태 나들이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다. 해양생물자원의 종합적 관리와 생물주권 확립을 위해 건립된 국립시설이다. 생태원이 대륙 생태환경시설이라면 이곳은 바다 생물의 총집결판이다. 생태원과는 약 7km 떨어져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천장까지 뻥 뚫린 로비에 수직으로 솟은 거대한 원통기둥이다.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투명한 원통기둥 안에 작은 유리상자들이 빼곡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5천 여종의 바다 생물 표본을 모아놓은 종자은행(Seed Bank)이다. 직접 들어갈 수는 없지만 터치스크린 검색으로 내부의 표본을 볼 수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경부고속도로나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경부는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공주분기점에서 서천공주고속도로 타고가다 서천IC 나와 국가산업단지방면으로 가다 장항숲으로 가는길이다. 서해안은 목포방향으로 내려가다 서천IC를 나오면 된다.
△볼거리=마량포구 동백숲, 홍원항,춘장대해수욕장, 한산모시와 소곡주, 신성리 갈대밭, 금강하구둑 관광지 등이 있다.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jun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