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야속하지만‥그냥 지나갑니다

[여행]by 아시아경제

[조용준의 여행만리]

드라이브스루로 떠나는 제천 봄꽃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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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2주더 연장되었습니다. 오는 4월 19일까지입니다. 앞으로 이 시기가 지난다 해도 아마 일상으로 되돌아 가는대는 시간이 걸릴 것 입니다. 한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는 유념해야 할 사항임에 틀림없습니다. 봄날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의 유혹에 몸과 마음이 들썩이기 마련입니다. 유독 올해는 눈송이처럼 몽실몽실 피어난 벚꽃이 야속하리만큼 더 화려합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방식의 봄나들이는 곤란합니다. 여행도 되도록 이동 거리를 줄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시설 등을 피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꼭 나들이가 필요하다면 드라이브 스루가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지난주 다녀온 제천 청풍호반길에서도 드라이브 스루에 나선 여행객을 여럿 목격했습니다. 청풍문화재단지나 유명 관광지에는 어김없이 '활짝 핀 봄꽃이 아쉬워도 안전을 위해 내년에 봐요' 라는 문구가 걸려있습니다. 맞습니다. 꼭 공무원들이 지키고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차에서 내리지 말고 접촉을 하지 않는것이 맞는 이치겠지요. 이런 조건을 고려해 이번 주에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정은 이어집니다. 청풍호 드라이브와 자드락 6코스 괴곡성벽길을 다녀왔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곳은 여러 번 강조하지만 다녀오라는것이 아니라 여행 유보지입니다. 올해는 그냥 지나가고 참고해서 내년에 꼭 들러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붐비는 곳을 피해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전하는곳은 마음속에 늘 권하고 싶던 봄날 명소다. 너무 이름난 관광지라 소개에 망설임이 있었지만 봄날은 내년에도 또 찾아오기에 지면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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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번 국도는 청풍호반 드라이브 명소답게 굽이굽이 연분홍 벚꽃길이 11km넘게 이어진다. 그림같은 호반과 봄꽃들이 그려내는 풍경은 환상적이지만 올해는 참고 내년에 꼭 달려보시길 바란다.

남제천 IC를 나와 금성면에 들면 멀리 월악산이 지켜 섰고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가 드넓게 펼쳐진다. 제천에서는 충주호 상류를 청풍호라고 부른다. 맑은 바람이 부는 호수란 뜻일게다. 이 청풍호 둘레를 도는 82번 국도가 이번 목적지다. 청풍호반 드라이브 명소답게 가는 곳곳이 그림이다.


금월봉, 청풍랜드, 청풍문화재단지, 옥순봉, 상천리 마을 솟대 등 명소들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봄날의 청풍호는 푸른 쪽빛이다. 물이 푸르러 하늘인지 호수인지 헷갈리게 한다. 그림같은 호반도로가 있고 연분홍 벚꽃길이 이어진다. 금성면에서 청풍면으로 이어지는 호반도로는 불과 11km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길이지만 그보다는 두세 배 정도는 길게 느껴진다. 그만큼 주변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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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길을 이용하는 여행객 대부분의 최종 목적지는 청풍문화재단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폐쇄되어 을씬년스럽지만 봄꽃들만 흐드러지게 피었다. 주차장입구에는 '청풍호 벚꽃길은 드라이브스루입니다. 내리지말구 그냥 지나가세요' 안내문이 붙어있다. 아쉽게 문화재단지에 올라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소개를 하자면 이렇다. 청풍면 일대에 있던 수많은 유물들을 수몰되기전 옮겨와 옛 고을을 재현한 곳이다. 보물인 한벽루와 석조여래입상을 비롯해 남한강 상류의 화려했던 옛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유물들은 영화촬영장의 세트처럼 전시용이 아니라 사람의 손때가 수백년간 묻어 있어 정감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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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공기 차안에서라도~

다시 호반도로를 달리면 옥순대교다. 청풍호의 속살이면서 단양팔경에도 속하는 옥순봉, 구담봉이 창밖으로 지나간다. 비록 유람선을 타지 않더라도 차안에서 스치듯 지나도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 착각에 빠질만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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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곡성벽길을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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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목적지인 청풍호 자드락 6코스인 '괴곡성벽길'은 옥순대교에서 시작된다. 자드락길은 청풍호반과 정겹게 어우러진 산촌을 둘러보는 걷기 여행길이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옥순봉 쉼터에서 괴곡리와 다불리를 지나 지곡리 고수골에 이르는 길이다. 과거 성벽을 이루었던 곳이라 '괴곡성벽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왕복 10Km에 달하는 짧지 않은 코스. 능선을 오르내리는 탓에 청풍호 자드락길 가운데에서도 난이도 '상'에 속한다.


하지만 일반 여행객의 경우 들머리에서 청풍호 전망대까지 한 시간가량 오른 뒤 하산하는 게 보통이다. 옥순봉쉼터에서 옥순대교를 건너 5분쯤 걸으면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이 들머리다. 전망대까지는 제법 품이 드는 편이다. 40분 남짓 땀깨나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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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길의 초입에 접어들자 곧 하늘이 뵈지 않는 무성한 수림과 만난다. 좁다란 숲길 옆으로 피어난 야생화들이 손짓을 하며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야생화 위로는 벚꽃, 개나리, 산벚꽃 등 온갖 꽃들이 화려한 빛을 토해내고 있다.


'성벽길에서 산삼을 캔 심마니가 적지 않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자연훼손이 거의 없는 산길이다. 서서히 장단이 빨라지던 오르막이 다시 느긋한 오솔길로 바뀌더니 동쪽으로 청풍호가 언뜻언뜻 비친다. 청풍호를 따라 이어진 82번 국도가 내려다보인다. 길옆으로 화려한 벚꽃이 일렬로 늘어서 지나는 차량을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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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국도 82호선

1시간여 만에 청풍호 전망대에 섰다. 사방이 트인 전망대에는 솟대가 아기자기하게 서 있다. 눈앞으로 말목산, 금수산, 옥순봉, 구담봉, 망덕봉 능선이 물결치며 펼쳐져있다. 이 능선은 삼국 항쟁기에 청풍강을 사이에 두고 신라와 고구려, 백제의 치열한 격전의 현장이다. 괴곡 능선 자체가 그 시절에는 천혜의 요새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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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로 전망이 흐릿하지만 청풍호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풍호 풍경은 압권이다

청풍호 전망대에서 위로 100여m 떨어진 곳에 백봉전망대가 또 있다. 여기 서면 청풍호 주변 풍경을 360도 돌아가며 감상할 수 있다. 하산 길에 산마루주막에 들러 막걸리로 목을 축여도 좋겠다. 갈림길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자드락길 정방사코스도 좋다. 정방사는 금수산 신선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자락에 터를 잡은 절집이다. 거대한 암벽, 의상대에 안긴 절집의 자태도 좋지만 그 아래 펼쳐지는 풍광은 훨씬 빼어나다. 대웅전 앞에 서면 멀리 월악산과 푸른 바람 일렁이는 청풍호 일대가 한눈에 잡힌다.

여행메모

  1.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좋다. 여기서 82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청풍호 호반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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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먹거리 : 청풍호 주변에 이름난 집들이 많다. 황금가든은 건강식 떡갈비로 유명하다. 울금으로 맛을 내는 게 독특하다. 교리가든은 민물 매운탕이 맛있는 집이다. 닭볶음탕 등도 끓여 내지만 주메뉴는 역시 청풍호에서 잡은 빠가사리 등 잡고기로 만든 매운탕이다. 산아래(사진)는 유기농 야채를 곁들인 우렁쌈밥으로 이름났다. 간식거리로는 화산도에 있는 '빨간 오뎅'이 이름났다. 매콤한 고추 양념에 어묵 꼬치를 적셔 낸다.

제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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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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