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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갤럭시 버즈 개발자가
새벽 3시 테헤란로에 간 이유

by아시아경제

삼성전자 3세대 완전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 개발자

1·2세대 부진 딛고 비로소 흥행몰이 "삼성닷컴 품절"

기본기 강화 충실…특히 소음 심한 곳에서도 통화 탁월

사용시간은 20% 늘고 크기는 30% 줄어

아시아경제

새벽 세 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복판. 굉음을 내는 폭주족들이 차선을 이리저리 오가며 질주하고 있다. 엔진과 타이어 마찰음이 내는 소음에 옆 사람 말 소리도 제대로 안들리는 상황. 문한길 삼성전자 프로가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를 양쪽 귀에 꼽고 짙은 어둠 속에 우두커니 섰다. 문 프로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들립니까?"

갤럭시 버즈, 목소리와 체내 소리를 함께 담아 시끄러운 곳에서도 명확히 전달

2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난 갤럭시 버즈 오디오 개발자 문 프로는 "소음이 심한 곳에서도 통화가 가능한지 실험하기 위해 테헤란로를 비롯해 다양한 장소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통화품질 개선은 소비자의 주요 요청 사항"이라고 말했다.


"뭐라고요? 잘 안들려요. 바깥이 너무 시끄럽네요." 무선이어폰 사용자라면 통화할 때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수십만원씩 하는 고가의 무선이어폰도 통화 품질 만큼은 싸구려 유선 이어폰을 못 따라간다. 목소리와 함께 주변 소리가 극대화돼 전달되다 보니 상대방이 '귀가 따갑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특히 밖에서 수시로 통화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큰 불편함을 안겼다.


삼성전자가 '어댑티브 듀얼 마이크로폰' 기술을 고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 프로는 "갤럭시 버즈는 목소리를 담는 외부 마이크와 체내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별도로 담아내는 내부 마이크를 탑재했다"면서 "두가지 마이크로 입력된 목소리를 조합해 주변 환경과 관계없이 정확한 음성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댑티브 듀얼 마이크로폰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탈 때 혹은 대로변에 있어도 문제 없다는 설명이다. 음악 음질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갤럭시 버즈는 삼성전자 개발진뿐 아니라 하만 AKG 개발진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문 프로는 "AKG가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색이 무엇인지 찾아 갤럭시 버즈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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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 건 빼고 기본에 충실했다"

갤럭시 버즈는 아이콘X, 아이콘X(2018)에 이은 삼성전자의 3세대 완전무선이어폰으로 흥행 중이다. 갤럭시S10 예약판매가 흥한 것이 사은품인 갤럭시 버즈 덕분이였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삼성닷컴에서는 보름째 품절상태이고 일부 채널에서는 정가 15만9500원을 웃도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상품기획을 맡은 이현정 프로는 갤럭시 버즈의 인기몰이에 대해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는데 밀레니얼 세대 공략이 주효했다"며 "이 제품이 삼성 오디오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탈바꿈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는 갤럭시 버즈를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기본이라 함은 음질ㆍ사용시간ㆍ착용감 등을 뜻한다. 특히 이 프로가 자신하는 것은 긴 사용시간이다. 그는 "2세대와 비교해 음악 재생 시간이 5시간에서 6시간으로 20% 늘어났다"며 "반면 크기는 30% 가까이 줄어 가볍고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설명했다. 개발진은 가벼운 무게와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저장ㆍ트래킹 기능을 과감히 빼버렸다. 갤럭시 버즈의 흥행은 삼성전자가 2전3기 끝에 비로소 선두주자 애플에 대적할 만한 완전무선이어폰을 내놓았음을 의미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은 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60%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갤럭시 버즈를 기폭제로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무선이어폰 판매량은 지난해 4600만대에서 2020년 3배 성장한 1억29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선 이어폰에서 무선 이어폰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스마트폰 제조사의 '3.5파이 단자 없애기'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애플은 2016년 아이폰7부터 해당 단자를 없앴고 지난해 중국 화웨이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세계 3강 중 마지막 남은 삼성전자 역시 4월 미국에서 출시할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의 이어폰 단자를 없앴다.

"전자파 논란은 안심하세요"

갤럭시Sㆍ갤럭시노트 시리즈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이 지속될 지는 불투명하다. 이 프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유선 이어폰을 선호한다"며 "'따라와' 하는 식보다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 우려를 키운 완전무선이어폰의 전자파 논란에 대해서 이 프로는 "삼성전자는 전자기기에 엄격한 전자파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갤럭시 버즈의 전자파 흡수량은 매우 낮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