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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과학을읽다

도심 속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아라

by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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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유리창과 도로변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들의 모습. [사진=환경부 홈페이지]

조류가 항공기에 부딪히거나 엔진 속에 빨려 들어가 항공사고를 일으키는 것을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라고 합니다. 우리 말로는 '조류충돌'입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기의 엔진이 최대로 가동되는 이착륙 때 많이 발생합니다. 항공기가 저공비행하는 동안 가까이 접근하는 새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도 채 안되는 작은 새일지라도 이착륙 때 속도인 시속 370㎞로 운항하는 항공기에 부딪힐 경우 5톤(t) 정도의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버드 스트라이크는 하늘을 비행하는 항공기에만 일어나는 사고가 아닙니다. 도심 속에서도 하루에 2만 마리의 새들이 고층건물의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에 부딪히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희생되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새들이 유리창 등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현상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최대 10억 마리, 캐나다에서는 2500만 마리가 희생되고, 국내에서도 연간 800만 마리 정도가 도시에서의 버드 스트라이크로 죽음을 맞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매일 2만 마리 정도가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셈입니다.


새들은 왜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히는 것일까요? 새들은 유리창을 개방된 공간으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 때문에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비행하던 속도 그대로 날아와 부딪히는 것이지요. 새들의 평균 비행속도는 시속 36~72㎞ 정도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이 자건거를 타고 최고 속도로 달려도 시속 30㎞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새의 골격은 비행에 최적화돼 겉은 얇고 속이 비어있어 충격에 매우 취약합니다. 마치 설화 속의 까치처럼 은혜를 갚기 위해 종에 자신의 몸을 부딪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와 시골 가릴 것 없이 모든 건물의 유리창에서 새와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총 건물 수는 710만 채 가량 된다고 합니다. 연간 1건물에 1마리만 충돌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710만 마리가 희생되고 있는 것이지요.


유리창 다음으로 새들을 위험하게 하는 것은 투명방음벽입니다. 보통 도로변에 설치된 이 방음벽은 조류의 서식지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많아 건물의 유리창보다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합니다. 높이가 아주 낮은 1단 방음벽에서도 충돌이 일어나는데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철새와 텃새, 계절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늘상 새들이 날아와 부딪힌다고 합니다.


최근 도심의 방음벽은 대부분 투명방음벽으로 설치되고, 건물 외관을 유리창으로 장식하는 건물들도 늘고 있어 조류충돌 위험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새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유리창에 '버드 세이버'로 알려진 맹금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합니다. 새들은 고정된 그림을 천적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새들도 비행할 수 없는 틈으로는 무리하게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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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을 막기 위해 유리창 외부에 5x10 규칙에 따라 물감 등으로 칠해 놓으면 새들이 인식하고 회피 비행을 합니다. [사진=환경부 홈페이지]

그 틈이 바로 높이 5㎝, 폭 10㎝의 틈(공간)입니다. 이런 조류의 특성을 이용, 전문가들이 새들을 살리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바로 '5x10 규칙'입니다. 건물의 유리창에 5x10 간격으로 물감과 스티커 등을 이용해 지름 8㎜ 이상의 점을 찍거나 선을 표시하면, 새들이 자신이 지나갈 수 없다고 인지하고 유리창을 회피해 비행한다고 합니다.


다만, 5x10 규칙은 건물 외부에 적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실내에 점을 찍을 경우 외부 풍경의 반사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합니다. 투명방음벽의 경우 6㎜ 이상 굵기의 줄을 10㎝ 간격으로 늘어뜨리거나, 유리창과 적당한 간격을 두고 그물망을 설치해 충격을 줄여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스위스 등에서는 건축물 관련 규정에 조류충돌 방지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충돌방지제품 인증, 가이드라인 발간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시행하지는 못하지만 캠페인 등을 통해 새들의 희생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새들과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도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