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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과학을읽다

얼룩말 줄무늬는 위장용?

by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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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무리. 바라보고 있으면 착시 효과가 나타납니다. 희고 검은 줄무늬는 보호색이 맞을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얼룩말은 특이한 줄무늬 때문에 얼룩말이라고 부릅니다. 말처럼 청력과 시력이 뛰어나고 시속 56㎞의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강력한 뒷발질로 습격하는 맹수들에게 부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얼룩말에 줄무늬가 생긴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얼룩말은 무리를 이루고 생활하는데 우두머리는 수컷으로 맹수들이 다가오면 위험을 무리에게 알리고, 무리의 맨 뒤쪽에서 강력한 뒷발 차기로 맹수들에게서 방어전을 펼칩니다. 그 사이에 암컷과 새끼들이 도망치도록 시간을 버는 것이지요.


얼룩말의 단단한 발굽은 무거운 체중을 견디면서 바위가 널린 땅도 쉽게 달릴 수 있습니다. 밤에는 무리 중 한 마리가 맹수들의 습격에 대비해 보초를 서고 나머지는 휴식을 취하는 생활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얼룩말 줄무늬는 보통 보호색이라고 합니다. 보통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지만,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그어진 돌연변이도 간혹 태어나는데 보호색으로 착시 효과를 이용한 위장용이라는 주장이지요. 그런데 최근 학설에서는 다른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얼룩말 무리가 모여 있으면 사람들은 착시 효과로 혼동을 일으키지만, 사자와 같은 맹수는 냄새로 사냥을 하기 때문에 별 다른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얼룩 무늬가 오히려 눈에 잘 띄어 표적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사자와 같은 대형 맹수도 처음 공격했던 얼룩말이 무리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어느 얼룩말인지 구분을 못해 다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물러가는 경우는 있다고 합니다. 착시 효과와 무리 생활의 이득을 보는 것이지요.


줄무늬의 다른 역할은 파리를 쫓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얼룩말이 주로 서식하는 아프리카의 파리들은 말 인플루엔자와 수면병 등 질병을 옮기기 때문에 즉시 쫓아버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말들은 쉴 새 없이 꼬리를 휘둘러 파리를 쫓지요.


얼룩말은 일반 말보다 파리가 훨씬 덜 앉는다고 합니다. 일반 말에 얼룩말과 비슷한 얼룩 무늬를 덮어 씌운 실험 결과 말등에 앉는 파리 개체가 확 줄었다고 합니다. 줄무늬가 주는 착시 효과로 파리가 착륙 지점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그대로 부딪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 가설 중 하나는 줄무늬가 한여름에 체온을 낮춰준다는 주장입니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햇빛 아래서 풀을 뜯어먹는 동안 체온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되는 두 줄무늬 사이에 난기류가 발생해 피부를 식혀준다는 가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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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의 뒷발 차기에 얻어맞는 사자.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실제 얼룩말의 피부 온도를 측정해보니 검은 줄무늬가 흰 줄무늬보다 12~15℃ 정도 더 높았다고 합니다. 붙어 있는 두 무늬 사이의 온도 차가 커 난기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요. 이 가설은 더 뜨거운 지역에 서식하는 얼룩말들의 줄무늬 패턴이 더 뚜렷하다는 사실을 증거로 내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줄무늬가 있는 물통과 없는 물통을 야외에 두고 온도를 재면 두 물통의 온도는 똑같기 때문에 이 가설은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이 가설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얼룩말도 사람이나 일반 말처럼 땀을 흘려서 체온을 조절한다고 합니다. 줄무늬 자연냉각 효과가 맞다면 얼룩말은 땀을 흘리는 것 만으로도 일반 말보다 훨씬 더 시원해질 가능성이 있겠지요.


다른 동물보다 눈에 잘 띄어 큰 맹수들의 표적이 되지만 착시 효과로 작은 맹수인 아프리카 말파리는 피할 수 있고, 일반 말보다 뜨거워진 체온을 더 빨리 내릴 수 있다는 점은 생존에 큰 도움이 되니까요. 얼룩말의 줄무늬가 오랜 세월을 두고 진화해 온 흔적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