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길 걷고…대청호반 내려보고~초여름 청주

[여행]by 아시아경제

청주 여정-상당산성, 수암골, 대청호반, 삼겹살 거리 등 볼거리, 먹거리 넘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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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반 드라이브길

굽이치는 대청호반길을 따라 달립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바람이 후끈합니다. 계절은 어느새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민의 안식처인 상당산성으로 갑니다. 청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성은 이름이 주는 무거움과 달리 도심에서 불과 십여 분 거리에 있습니다. 성곽 둘레를 걷는 산책로는 부드럽고 아름답습니다. 능선을 따라 유연하게 오르내리며 휘어지는 성곽 길을 걷다보면 잠시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잊고 자연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아홉 마리 용이 모여 있는 산세라고 해서 이름 붙은 구룡산의 절집 현암사입니다. 어찌나 시야가 좋은지 대웅보전 앞에 서면 대청호를 끼고 첩첩한 산들이 마치 섬처럼 떠 있는 장관을 느껴 볼 수 있습니다. 수암골의 골목은 걷는 맛이 훌륭한 곳입니다. 수암골은 산동네 마을을 벽화로 가꾼 곳입니다. 골목길에 놓인 연탄재에도 얼굴과 말풍선을 그려 넣은 솜씨에는 웃음이 나옵니다. 이맘때 도심에 자리한 무심천과 옥산면 병천천에는 아침마다 물안개가 피어올라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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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피어난 병천천의 아침풍경

상당산성은 청주의 대표적인 명소다. 산성은 도심에서 불과 십여 분을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청주시민의 안식처다. 산성은 본래 백제 때 토성으로 지어졌던 것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뒤 조선 후기에 견고한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 그러나 상당산성에는 이렇다 할 싸움의 기록도 역사적 인물의 승전도 없다. 높고 단단하게 지어졌으되 역사 속에서는 그저 '서 있는 것'으로만 역할을 다했던 셈이다. 그리고 300여 년이 지난 뒤에 산성은 길이 됐다. 구불구불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오르내리며 이어지는 산성이 '방비'란 본래 목적 대신에 걷기의 즐거움을 누리는 유순한 길이 된 것이다. 어디서건 해발 500m가 채 못 되는 상당산에 올라붙으면 성곽을 도는 4㎞짜리 이 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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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산성 성곽 둘레를 걷는 산책로는 부드럽고 아름답다. 능선을 따라 유연하게 오르내리며 휘어지는 성곽 길을 걷다보면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상당산성을 바라보는 첫 인상은 크고 웅대함 보다는 아늑하고 포근하다. 성곽의 밖이지만 성안처럼 느껴지는 남문 앞의 너른 잔디광장과 잘 가꿔진 숲은 시민들에게 최적의 휴식장소다. 코로나19로 인해 찾는 시민들이 줄어들었지만 가족, 친구, 연인끼리 돗자리를 펼쳐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정겹다. 산성의 남문 격인 공남문(控南門)에서도, 동문인 진동문에서도, 또 서문인 미호문에서도 성으로 올라설 수 있다. 성곽을 다 걷고 제자리로 돌아오겠다면 어디서든 시작해도 좋다. 이렇게 성을 다 돌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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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남문을 들어서 문루에 올라 너른 잔디광장과 낭성면 방향을 내려다보노라면 성을 지키던 장수의 기운이 서리는 듯 경건해진다. 남문에서 서문으로 향하는 첫걸음은 비탈길이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가파른 성벽의 길 한쪽이 수직으로 내려 깎은 높이 4∼5m의 직벽이다. 녹음으로 짙어지는 이맘때면 성벽 한 쪽으로 그늘이 드리워져 걷는 길은 나쁘지 않다. 조금만 가다보면 곳곳에 작은 의자 등 쉼터가 마련돼 있다. 한 낮의 햇볕이 따가우면 숲에서 쉴 수도 있다. 어른 키 높이의 성곽 담장 사이로 적을 내려다보는 창을 힐끔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오르자 어느새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에 닿는다. 고갯마루에서 왔던길을 되돌아가도 되고 성곽을 따라 서쪽에서 북쪽방향으로 돌아가면 서문인 미호문이 나온다. 멀리 오창 과학단지, 옥산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상당산성에는 성곽을 딛고 가는 길만 있는 건 아니다. 흐려진 상당산성 도로에 명품길이란 이름으로 '상당산성 옛길'도 놓였다. 성곽 길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산성 안 한옥마을에서 별미인 두부요리를 맛보자. 대부분 식당으로 개조된 탓에 전통 한옥의 멋은 찾아보기 힘들어도 산성 동문 아래 언덕 따라 걸으며 만나는 풍경은 정겹다. 음식점 중에 '상당집'은 제법 입소문 타는 곳이다. 닭백숙 집을 하던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아들들이 직접 두부와 청국장, 비지장을 만들고 있다. 청국장찌개는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냄새가 적고 고소하다. 나올 때는 무료로 제공하는 비지도 꼭 챙겨가자. 평상에 앉아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 잔으로 소박한 성곽 길 뒷풀이를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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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골

벽화마을인 수암골의 골목도 걷는 맛이 훌륭하다. 수암골은 6ㆍ25 전쟁 때 피란민이 모여 살던 동네다. 허름하고 누추한 산동네가 명소가 된 것은 온전히 벽화와 TV 드라마의 힘이었다. 전국 곳곳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은 골목들이 많지만, 이곳이 다른 벽화 마을에 비해 특별한 것은 그림들이 어둑한 골목을 환하고 밝게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벽과 담장마다 따스한 웃음이 절로 번지게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수암골의 골목은 '밭 전(田)'자 형태로 이어져 있어 어느 곳으로 가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그저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들을 이정표 삼아 걸으면 된다.


비옷에 우산을 쓰고 즐거워하는 아이, 이가 보이게 크게 웃는 아이, 나무 아래 모인 동네 할머니 등 그림 하나하나가 크면 큰 대로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개성 있게 드러내고 있다. 할머니가 그려진 담장 아래에는 평상이 정겹게 놓여있다. 담장 가득 또 하나의 달동네 풍경이 담겨있는가 하면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대문과 벽의 경계를 말끔히 없애버린 집도 있다. 이렇게 담벼락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동화책 속을 산책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마을 끝자락 전망대에 서면 소박한 달동네와 함께 청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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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 대웅보전에서 바라본 대청호반과 첩첩 이어진 산

딱 한 곳을 더 소개하자면 대청호반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구룡산 현암사다. 푸른 대청호 물빛을 굽어보는 자리인 구룡산 허리춤에 자리한 절집이다. 어찌나 시야가 좋은지 대청호를 바라보는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다. 대청호의 호안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철계단을 디디고 흙길을 지나 20분만 걸으면 녹음으로 물들어 출렁이는 대청호를 만날 수 있다. 아홉 마리 용이 모여 있는 산세라고 해서 이름 붙은 구룡산의 가파른 절벽을 다듬어 마당을 낸 현암사의 대웅보전 앞에 서면 만수위의 대청호를 끼고 첩첩한 산들이 마치 섬처럼 떠 있다. 현암사까지만 올라도 더할 나위 없지만, 내처 구룡산의 정상인 삿갓봉까지 간다면 호수를 둘러싼 산자락을 모두 발아래로 두는 자리에 설 수 있다. 고작해야 373m의 높이에 불과하지만 그만한 높이로 마주하는 경관이 황송해질 만큼 감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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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1. 가는길 : 경부나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청주나들목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도청을 지나 영플라자(옛 청주백화점)에서 좌회전해 국립청주박물관과 시청을 지나면 수암골과 상당산성 가는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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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먹거리 : 청주 1호시장인 서문시장에 전국 유일 삼겹살 특화거리가 있다. 식당마다 삼겹살을 연탄불 석쇠 위에 얹어 구워 먹거나 간장소스, 파채, 파무침, 파절임 등으로 먹는다. 떼제베CC 맛집으로 알려진 옥산면 짜글이는 담백하고 깊은 맛에 놀란다. 청남대가 있는 문의면에는 우렁쌈밥정식을 파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도심 무심천변에 있는 비파해물칼국수(사진)는 푸짐한 해물과 쫄깃한 칼국수로 유명하다.
  2. 볼거리 : 과거 20여년간 대통령의 휴양지로 쓰였던 청남대와 대청호반 드라이브길이 좋다. 고인쇄박물관, 청주국립박물관, 문의문화재단지, 성안길, 상수허브랜드 등이 있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2020.06.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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