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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최고만을 원한다" 게임에 '장인정신' 담는 기업, 블리자드

by아시아경제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오버워치 등 만든 게임사

기업 철학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해봐라"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 회사 발전 기여

아시아경제

스타크래프트. 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해보진 않았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게임들이다. 해당 게임들을 만든 온라인 게임업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블리자드)'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게임사 중 하나다. 수많은 스타 개발자들과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이어지는 히트작 행렬 등은 블리자드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특히 블리자드는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19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 안착 후 엄청난 흥행을 달성했고, 당시 '국민 게임'이라는 수식어까지 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때 블리자드 전체 매출의 40%가 한국 시장에서 발생했을 정도였다.


이를 두고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최고경영자는 "한국이 없었다면 블리자드는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블리자드가 전 세계는 물론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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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창업자들. 왼쪽부터 프랭크 피어스·마이크 모하임·앨런 애드햄. 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우연한 장난이 인연으로…의기투합한 세 명의 친구

블리자드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1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최고경영자는 할머니에게서 빌린 1만5000달러(한화 약 1700만원)를 종잣돈 삼아 대학 동료 2명과 함께 회사를 창업한다. 그의 동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 함께 다니고 있던 대학 친구 앨런 애드햄과 프랭크 피어스로, 블리자드의 출발은 이 세 명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다.


당시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일면식이 없었던 모하임과 애드햄은 교내 컴퓨터 연구실에서 한창 작업 중이었다. 그러던 중 애드햄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장난기가 발동한 모하임은 애드햄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조(Joe)'로 바꿔 놨다. 그런데 자리로 돌아온 애드햄은 아무렇지 않게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이를 보고 당황한 건 오히려 장난을 친 모하임이었다.


이후 애드햄이 어떻게 비밀번호를 푼 건지 궁금해하던 모하임은 애드햄과 자신이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독특한 인연을 토대로 친목을 다져나갔으나, 진로 결정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던 애드햄과 달리 전기공학과를 전공했던 모하임은 반도체를 만드는 연구원이 되길 희망했다. 당시 그는 미국의 한 반도체 회사에서 인턴십을 수료하는 등 연구원으로서의 경력을 쌓고 있었다.


그러나 애드햄은 모하임을 계속 설득했고, 이들은 결국 대학 동창인 피어스와 함께 블리자드의 전신인 '실리콘&시냅스'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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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블리자드의 성공 비결, 고유 세계관과 자유로운 기업문화

지금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기업이지만 블리자드가 처음부터 성공 가도에 이른 것은 아니다. 이들은 1994년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워크래프트'가 출시되기 전까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렸다. 특히 세 명의 창업자들은 개인 신용카드로 회사 운영비와 직원 10여 명의 월급을 메울 만큼 힘겨운 나날들을 보냈다.


혹독한 시절을 겪었던 블리자드가 세계적인 게임 명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독특한 세계관 덕이 크다. 블리자드는 게임 자체로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게 각기 다른 이야기를 부여했다. 그 이야기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었다.


또 캐릭터가 한 가지 게임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여러 게임에 등장하는 것도 게이머들의 흥미를 이끌었다. 캐릭터에 담긴 풍부한 이야기들이 게이머의 호기심을 자극해 해당 캐릭터가 나오는 다른 게임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블리자드만의 확고한 철학도 성공에 영향을 끼쳤다. 블리자드는 ▲퀄리티에 신경 써라 (Commit To Quality) ▲ 배우고 성장하라 (Learn & Grow) ▲책임감을 갖고 이끌라(Lead Responsibly) 등 8개의 핵심 철학을 내세운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철학은 'Empace Your inner geek(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라)'이다. 여기서 Geek은 'IT 기술이나 계열에 정통한 괴짜'를 일컫는 속어로 쓰인다.


이 철학에 따라 모하임은 블리자드 내 직급이나 직군에 상관없이 직원들 간 활발한 토론을 장려했다. 실제로 '워크래프트'는 직원 토론 중 나온 이야기가 발단이 돼 나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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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모하임 CEO.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처럼 사내 자유로운 분위기를 장려한 모하임은 유순하지만 강한 결단력을 가진 리더였다. 블리자드는 1994년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공개했으나, 당시 '스타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로 혹평받았다.


이에 모하임은 '스타크래프트' 개발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할 것을 선언했고 투자자들의 비난에도 결정을 단행했다. 첫 공개로부터 4년이 흐른 1998년, '스타크래프트'는 재공개됐고 전 세계 1100만 장 판매량이라는 흥행을 기록했다.


모하임은 당시 "개발 일정에 밀려 불만족스러운 게임을 무리하게 발매하기보다 늦더라도 완벽한 게임을 내놓는 게 게이머들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완성도를 중시했던 그의 철학이 빛을 발한 셈이다.

'워크래프트'부터 '오버워치'까지…전 세계인 사랑받은 블리자드

블리자드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1995년 출시한 '워크래프트 II: 어둠의 물결'(Warcraft: Tides of Darkness)은 전작보다 개선된 시스템과 그래픽을 자랑해 블리자드에게 최초로 올해의 게임상을 안겼다. 특히 해당 게임은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며 글로벌 게임회사로서의 초석을 다지게 했다.


'워크래프트'로 게임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블리자드는 1997년 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Diablo)'를 출시했다. 이 작품은 '워크래프트'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며 전 세계 게이머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디아블로'는 당시 1인 게임이었던 롤플레잉 게임의 틀을 파괴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호평을 얻었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승패를 겨루는 방식은 당시 전 세계 게이머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던 셈이다.


이후 게임계의 블루칩으로 여겨졌던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등 출시한 작품들의 연이은 히트로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거듭났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