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동강의 샹그릴라, 연포분교 가는 길

[여행]by 아시아경제

동강 절경 따라 그림처럼 앉은 오지 연포마을

줄배 타고 건너던 연포분교, 캠핑장으로 변신

동강자연휴양림에 서면 굽이친 동강풍경 장관


강원도 정선 동강변에 있는 연포분교는 늘 그리운 이름입니다. 소사마을과 연포마을 사이에 다리가 없던 시절에는 줄배를 타고 연포분교로 갔습니다. 지금이야 다리가 생겨 자동차로 쉽게 건널 수 있지만 그것도 장마철이면 동강이 넘쳐 못들어가는 날이 허다합니다. 동강만큼 빼어난 경치를 가진 강이야 전국에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름다움을 꼽자면 단연 동강입니다. 동강의 물굽이가 수직의 뼝대(바위로 된 높고 큰 낭떠러지)를 감아 돌며 사행(蛇行)하는 탓에 물옆으로 좀처럼 길을 내주지 않습니다. 백두대간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해발 600~700m 산등성이를 따라 동강으로 이어지고 빼어난 절경과 여울을 따라 한 폭의 그림처럼 오지마을들이 생겼습니다. 분교가 있는 연포마을도 꼭 그러합니다. 마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지만 분교는 캠핑장으로 바뀌어 오지캠핑을 즐기는 캠퍼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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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분교로 가는 길은 한없이 설렌다. 드라이브 시작점은 인적 뜸하고 소박한 예미역이 적당하다. 예미역은 청량리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다섯 번 정차한다. 무인역으로 운영되지만, 내부가 깔끔하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다.


예미교차로에서 유문동ㆍ동강 방면으로 직진하면 산비탈에 너른 밭이 펼쳐진 유문동이 나온다. 몇 가구가 드문드문 모여 있고, 슬레이트 지붕 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이 영락없는 오지 마을 같다. 골 깊은 산길은 적막감이 감돈다. 정자가 있는 곳에 '동강 가는 길' 이정표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유문동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고성리재를 오르는데, 터널이 있다. 일반 터널과 달리 입구가 너무 좁아 들어가도 되는지 망설여진다. 고성터널은 1985년 고성리재 아래로 수도관을 묻으며 생긴 도수 터널(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산을 뚫어 만든 길)이다. 내부는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만큼 좁고 어둡다. 시멘트로 만든 갱도와 다름없지만, 지름길이라 주민들이 이용한다. 어두운 터널에서 나오면 첩첩산중인데, 지도에 없는 샹그릴라가 나타날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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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고성안내소를 지나면 삼거리와 만난다. 왼쪽 연포길을 따르면 덕천리 원덕천마을이 나온다. 잠시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우고 마을을 둘러본다. 옥수수밭 한가운데 외양간이 눈에 들어온다. 외양간 앞에서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구불구불 물레재로 오르는 도로가 보이고, 그 옆에 동강 일대 최고봉 백운산이 장수처럼 버티고 섰다. 거대한 뼝대 아래로 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풍경 앞에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나?' 감탄을 연발한다.


물레재 정상에는 솔숲이 우거지고, 서낭당이 자리한다. 물레재는 옛날 고갯마루에 실을 뽑는 물레가 걸려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연포마을과 소사마을 사람들이 장에 가려면 물레재를 넘어야 했다. 도로가 없을 때는 걸어서 험한 고개를 넘었다. 서낭당에 그 시절 주민들의 애환과 기원이 담겨 있다.


물레재에서 내려오면 소사마을이다. 산비탈에 들어앉은 마을이 수려한 뼝대와 동강을 바라본다. 비료를 뿌린 널찍한 사과밭이 평화롭다. 소사마을에서 내려오면 동강을 건너는 세월교와 만난다. 다리가 없던 시절, 연포마을은 동강으로 끊긴 섬 같았다. 여기서 줄배를 타고 연포마을로 들어갈 때, 얼마나 설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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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분교는 캠핑장을 꾸미면서 많이 변했지만, 학교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다. 오지 캠핑 장소로 마니아 사이에 인기다. 연포분교는 영화 ‘선생 김봉두’ 촬영장으로도 유명하다. 옛 분교의 아름다운 모습이 영화에 오롯이 남았다. 연포분교캠핑장 마당에서 뼝대 세 봉우리가 잘 보인다. 주민들은 칼봉, 둥근봉, 큰봉이라 불렀다. 연포마을에는 달이 세 번 뜬다는 말이 있다. 달이 세 봉우리에 가렸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연포분교는 1969년 개교해 졸업생 169명을 배출하고 1999년 폐교했다.


캠핑장 옆에 연포상회가 있어 반갑다. 연포상회는 마을의 유일한 가게이자 식당으로, 오래전부터 이 자리를 지켰다. 소사마을에 살던 곤옥란 씨 부부가 20여 년 전에 인수했다. 곤 씨의 세 아들도 연포분교를 나왔다. 대처로 나간 세 아들은 지금도 명절에 모이면 줄배 타고 등교하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웃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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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마을에서 나와 동강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자. 다시 물레재를 넘어 원덕천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왼쪽 도로를 따르면 제장마을 입구다. 마을로 건너가는 다리 아래로 시원하게 흐르는 동강과 백운산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고성리에는 걸출한 전망대가 두 개 있다. 정선고성리산성(강원기념물)과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이다. 해발 425m 능선을 따라 돌로 쌓은 산성은 삼국시대 성으로 추정된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산성을 한 바퀴 도는 데 넉넉히 한 시간쯤 걸리다. 동강과 주변 산세를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은 당당하게 '전망'이란 이름을 사용한다. 그만큼 동강 조망이 탁 트인 곳에 들어섰다. 이름은 휴양림이지만, 숙소가 없는 캠핑장이다. 휴양림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소가 전망대다. 널찍한 전망대에 서면 백운산 아래 흐르는 동강 풍경이 압도한다. 명당으로 알려진 1ㆍ2번 덱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있다. 휴양림은 전기 시설을 갖춰 사계절 캠핑이 가능하다. 캠핑하지 않더라도 휴양림에 자리한 카페의 커다란 유리창으로 동강을 볼 수 있다.


휴양림에서 내려오면 가수리까지 동강을 끼고 달린다. 야트막한 언덕에 나리소전망대가 있다. 동강이 백운산 아래로 흐르다가 작은 소에 에메랄드빛으로 담겨 백사장과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다시 동강을 끼고 한동안 달리면 가탄마을 거쳐 가수리에 닿는다. 예미초등학교 앞 언덕에는 수령 57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우뚝 섰다. 느티나무 아래 평상은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평상에 앉아 평화로운 동강을 바라보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영동이나 제2영동을 타고 가다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을 나온다. 이어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을 지나 사북, 고한 가기 전 예미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연포마을과 동강전망자연휴양림 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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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정선5일장이 유명하다. 각종 산나물과 약초 등을 살수있다. 곤드래나물밥, 콧등치기국수, 메밀전병, 감자옹심이(사진) 등 정선의 별미도 맛볼 수 있다. 병방치 스카이워크, 구절리 레일바이크, 삼탄아트마인, 화암약수, 화암동굴, 정암사, 하이원리조트, 민둥산 등 볼거리가 많다.




정선=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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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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