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이뤄주는 둥근달, 여기서 떠요...추석 달맞이 명소

[여행]by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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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륵사 강월헌. 고려시대 고승 나옹화상의 다비식이 행해진 자리에 세워졌다. 유려한 남한강을 굽어보며 달구경을 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느닷없는 바이러스로 일상이 꼬였다. 손님은 줄고 일터는 위태롭고…. 제대로 되는 게 없으니 속앓이만 는다. 이러니 올 추석에는 달(月)에게 빌어야 할 것들도 많다. 시급하고 간절한 것은 악착스러운 ‘액운’이 말끔히 풀리는 일. 휘영청 둥근달을 알현하기 좋은 곳을 추렸다. 가을을 만끽하며 걷기에도 적당하니 달 뜨기 전에 산책해도 좋다. 가지 못한다고 안타까워 마시라. 우리 동네 하늘에도 달은 뜬다. 달 뜨는 시간은?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홈페이지에서 지역별로 정보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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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제존자 석종부도. 종 모양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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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신륵사/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기 여주 신륵사 강월헌

경기도 여주 천송동 여강변에 신륵사가 있다. 여강은 여주 땅을 흐르는 남한강을 일컫는다. 강월헌(江月軒)은 이 절에 딸린 누각이다. 강기슭 바위 언덕에 있는데 전망이 좋다. 매끄러운 수면이 볕을 받아 오글거리는 풍경을 보려고 찾는 이들이 많다. 달빛이 든 풍경은 더 고상하다. 하늘에 걸린 달이 예쁘고 수면에 투영된 달도 곱다.


고즈넉한 강변을 산책하는 일도 운치가 있다. 일주문에서 경내까지 강변길이 이어진다. 신륵사도 내력이 깊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617∼686)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특히 고려시대 고승 나옹화상(1320~1376)이 입적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의 다비식이 치러진 곳이 강월헌이 있는 바위 언덕이다. 나옹화상의 당호가 강월헌이다. 원래의 누각은 홍수에 소실됐고 1973년 현재의 누각이 들어섰다.


신륵사에서는 극락보전, 보제존자 석종부도, 조사당은 꼭 찾아본다. 나옹화상과 관련 깊다. 극락보전 내부 대들보 상부의 ‘천추만세’라는 현판은 그가 직접 썼다. 보제존자 석종부도는 부도탑 중에서 특이하게도 종(鐘) 모양이다. 보제존자는 그가 왕사가 된 후 받은 호다. 앞에 있는 석등은 조각이 섬세하고 화려하다. 조사당은 신륵사에서 가장 오래된 가람인데 그의 영정이 여기 모셔졌다.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英陵)을 관리하는 능침사찰이었던 신륵사다.


신륵사 일주문 인근 강기슭에는 조포나루가 있었다. 이포나루, 마포나루, 광나루와 함께 조선시대 한강의 4대 나루터로 꼽힌 곳이다. 충북 충주에서 한양까지 사람과 물산을 실어 나르던 배, 강원도를 오가던 소금배들이 이곳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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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와 경포대. 언덕 위에 보이는 누대가 경포대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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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의 상징인 월파정/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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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를 조망할 수 있는 경포대./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 강릉 경포대

강원 강릉의 경포호에는 다섯 개의 달이 뜬다. 하늘, 바다, 호수, 술잔, 그리고 임의 눈동자. 조선시대 문인이자 시인인 송강 정철(1536~1593)이 그의 가사 ‘관동별곡’에 적은 얘기다. 1580년에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그는 관동지방(강원도를 중심으로 한 동해안 일대)의 경승지를 두루 유람한 후 여정과 소감 등을 노래로 읊었다. 이게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관동별곡이다. 그리고는 예부터 전하는 관동지방 여덟 경승지(관동팔경) 가운데 달 밝은 밤 경포호의 풍경이 으뜸이라고 칭송했다.


경포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경포대(鏡浦臺)다. 호수와 인접한 바위 언덕에 세워진 누대다. 경포호는 석호다. 퇴적물이 만(灣)의 한쪽 입구를 막아 바다가 호수가 됐다. 호수 옆이 그 유명한 경포해변이다. 누대에 오르면 호수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토록 천연한 풍경에 애를 태운 것은 정철만이 아니다. 조선시대 태조와 세조가 찾았다. 숙종의 어제시와 율곡 이이(1536~1584)가 열 살 때 지었다는 ‘경포대부’라는 시도 여기에 걸려 있다.


경포호를 에둘러 산책로가 잘 조성됐다. 자전거도 빌려 탈 수 있다. 산책하면서 월파정, 홍장암은 찾아본다. 월파정은 경포호 안에 솟은 작은 바위에 있는 누각이다. 들어 앉은 자리가 기가 막혀 경포호 그림이나 사진에 꼭 등장한다. 경포호의 상징이다. 홍장암은 고려 말 기생 홍장의 이름을 딴 바위다. 당시 강원도순찰사였던 박신과 러브스토리가 오롯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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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위 섬 위에 자리한 간월암/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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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에서 보는 천수만의 풍경도 서정적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남 서산 간월암

충남 서산 부석면 천수만의 간월암(看月庵)은 언뜻보면 바다 위에 지어진 사찰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작은 바위섬에 들어 앉았다. 물이 가득차면 한 송이 연꽃이 떠 있는 듯 보여 연화대로, 한 척의 배가 떠 있는 모습 같아 원통대로도 불렸다. 어떻게 들어갈까. 간월암은 간월도에서 약 50m 떨어져 있다. 하루 두 차례 물때에 맞춰 바닷길이 열리면 이때 들어간다. 물이 찼을 때는 입도금지다. 1980년대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서산방조제와 매립지가 생기면서 간월도까지는 자동차가 간다. 그나마 수월해졌다. 이전에는 배를 타고 가야 했다. 학승들이 수행에 정진하던 절해고도였다.


간월암의 창건 내력은 뚜렷이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고려시대 말 무학대사(1327~1405)가 이곳에서 수행하다가 달을 보고 홀연히 깨달음을 얻어 ‘달을 본다’는 의미의 간월암이라 이름을 붙였단다.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폐사됐다가 1941년 만공스님(1871~1946)이 중창했다.


간월암 위로 달이 걸린 풍경을 뭍에서 보면 예쁘다. 바다에 투영된 달도 아름답다. 바다가 뭍으로 움푹 들어온 만(灣)은 바다의 광활함과 호수의 잔잔함을 동시에 가졌다. 바람이 없으면 바다가 순해지고 바다 위에 또 하나의 달이 뜬다. 사위가 적요하면 감흥은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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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받으며 걷는 숲길 ‘문탠로드’/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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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길 언덕의 해월정/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문탠로드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은 이름처럼 달 보며 걷는 길이다. 해운대해변에서 송정해변으로 이어지는 와우산 중턱의 고갯길이다. 풍경이 예뻐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이름난 드라이브 길이다. 카페와 갤러리가 들어서며 ‘부산의 몽마르트’로도 불린다. 정상부 공원의 해월정(海月亭)이라는 누각이나 달맞이길 들머리의 전망대 등이 포인트다. 해월정보다는 전망대가 시야가 좋다. 광활한 바다 위에 걸린 달을 볼 수 있다. 해운대의 야경도 볼거리다. 홍콩에 버금가는 마천루들이 해변을 따라 늘어섰다. 바다 위를 가르는 광안대교도 화려하다.


달맞이길 언덕 아래로 달빛 받으며 걷기 좋은 ‘문탠로드’도 지난다. 주민들이 이용하던 오솔길을 연결해 2008년 개장했다. 길이가 약 2km로 걷기에 부담이 없다. 오후 11시까지 조명을 밝힌다. 숲이 울창하고 중간중간 바다를 볼 수 있다. 길 중간쯤 있는 바다전망대에서 보는 풍광이 장쾌하다. 야경도 아름답다. 길 아래로는 폐선이 된 동해남부선 철길이 지난다. 기차 대신 철길 위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탠로드에서 소담한 포구인 청사포까지 갈 수 있다. 청사포는 벽화골목과 쌍둥이 등대, 해변의 다릿돌전망대 등으로 요즘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해운대달맞이길이나 문탠로드는 물론 낮에 걸어도 좋다.


​아시아투데이 김성환 기자 


2020.09.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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