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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여행] 남한강 따라 '힐링' 산책...단양강 잔도

by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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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절벽, 수면에서 약 20m 높이에 조성한 ‘단양강 잔도’. 풍경이 시원하고 걷는 재미가 있어 단양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 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아시아투데이 김성환 기자 = 충북 단양의 ‘단양강 잔도’를 걸어보라고 했다. 걸으면 머릿속이 참 개운해진다고 했다. 정신이 맑아지면 몸까지 가벼워진다. 일상이 ‘제대로’ 꼬여버린 마당이라 귀가 솔깃하긴 한데…. 절경으로 이름난 단양팔경보다 먼저 툭 튀어나온 이 길은 대체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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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모퉁이를 돌때마다 ‘심쿵’하는 풍경이 등장하는 단양강 잔도/ 한국관광공사 제공

단양강은 단양을 관통하는 남한강과 단양이라는 지명을 합쳐 일컫는 이름이다. 잔도(棧道)는 험한 벼랑에 낸 좁은 길이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 장가계(張家界)의 잔도다. 어쨌든 남한강변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달리는 길이 단양강 잔도다. ‘매달렸다’고 한 데는 이유가 있다. 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물길 쪽으로 툭 튀어나온 나무 덱 길이 절벽을 힘겹게 부여잡고 있는 긴 발코니 같다. 길지는 않다. 단양읍 상진철교에서 시작해 만학천봉(萬壑千峰·해발 320m)을 에둘러 만천하스카이워크 입구까지 약 1.2km 이어진다.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만학천봉 정상에 25m 높이로 세워진 전망대다. 바닥이 강화유리로 돼 있어 아찔함도 느껴진다. 어쨌든 단양강 잔도의 폭은 약 2m쯤 된다. 비좁게 느껴지지 않지만 ‘매달려’ 있는 덕에 걷는 동안 일말의 흥분감은 든다. 수면에서 약 20m 높이다. 일부 구간 바닥은 철망구조로 돼 있다. 아래로 강물이 보인다. 곳곳에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돌덩이를 막기 위해 보호 덮개도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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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강 잔도에서 볼 수 있는 석회동굴/ 한국관광공사 제공

단양강 잔도는 주변 풍광이 좋다. 겹겹이 늘어선 봉우리를 가르며 남한강이 매끄럽게 흐른다. 눈높이의 차이가 특별한 풍경을 만든다. 배를 타고 강물 위에서 보는 풍경과 다르고 만학천봉 정상에서 보는 풍경과 또 딴판이다. 봉우리 정상에서는 남한강은 물론 소백산 비로봉과 능선까지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단양강 잔도에서 보는 풍경은 훨씬 더 가깝게 다가와서 생생한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상진철교에서 약 800m까지가 백미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눈이 놀랄 풍경이 펼쳐진다. 단양강 잔도가 매달린 만학천봉은 ‘1만개의 골짜기와 1천개의 봉우리’를 의미한다. 이러니 불쑥 나타나는 비경에 ‘심쿵’ 하는 일이 예사다. 오래 동안 사람이 접근하기 힘들었던 곳이라 자연도 잘 보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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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천봉 정상 전망대인 ‘만천하스카이워크’. 유려한 남한강과 겹겹이 늘어선 준봉이 만들어내는 풍광이 장쾌하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단양강 잔도에서는 자연이 빚은 작품도 구경할 수 있다. 단양은 화강암, 변성암, 퇴적암이 고루 분포하는 지역이다. 석회암 지형도 많다. 이런 지질학적 특징이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7월 단양국가지질공원이 지정됐다. 충청권 최초이자 국내 13번째 국가지질공원이다. 단양팔경에 속하는 도담삼봉, 사인암을 비롯해 고수동굴, 온달동굴 등 석회동굴 등 12곳의 지질명소가 여기에 포함됐다.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보는 경관도 들어있다. 여기서는 애곡리 부정합과 단층, 습곡, 하안단구 등을 볼 수 있다. 만학천봉의 절벽 역시 석회암으로 이뤄졌다. 석회암은 비바람에 잘 깎인다. 영겁의 세월 동안 자연이 절벽을 조각했다. 걷다 보면 석회동굴이 나오고 석회암 지대에서 잘 자라는 회양목도 종종 나타난다. 하나만 보태면, 만천하스카이워크 아래는 만천하슬라이드가 있다. 국내 최초 산악형 슬라이드다. 워터파크의 슬라이드를 산악으로 옮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탑승용 매트에 누워 경사진 원통 내부를 미끄럼 타듯 내려온다. 길이가 264m나 된다. 만천하스카이워크와 만천하슬라이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제한적으로 운영된다. 운영 여부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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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촬영 배경으로 눈길을 끄는 ‘이끼터널’/ 한국관광공사 제공

어쨌든 상쾌한 강바람에 속이 후련해지고 눈이 즐거워 마음까지 달뜨는 길이 단양강 잔도다. 짧은 구간이 아쉬운 이들은 ‘수양개역사문화길’을 걷는다. 수양개역사문화길은 단양읍 단양군보건소에서 출발해 단양강 잔도를 거쳐 적성면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까지 3.2km에 이르는 산책로다. 지질공원을 돌아보는 지오 트레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한강과 나란히 가는데 풍경이 싱싱하고 문화와 역사 이야기도 풍성하다. 애곡터널 구간을 제외하면 길이 판판해 산책 삼아 걷기 좋다. 쉬엄쉬엄 걸어도 1~2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은 수양개 유적지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한다(18일까지 임시휴관). 수양개 유적지는 후기 구석기부터 초기 철기시대에 이르는 유적지로 특히 후기 구석기시대 석기 제작소 50여 곳이 발굴돼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졌다.


수양개역사문화길의 백미는 단양강 잔도지만 이끼터널도 사진촬영 배경으로 인기다. 일제강점기에 단양과 경북 영주를 잇는 중앙선 철도가 지나던 길목인데 실제 터널이라기보다 높은 담과 하늘을 가린 나무가 터널을 만든다. 특히 담벼락에 잔득 낀 이끼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촬영 명소로 입소문을 탔다. 지금 자동차 도로가 됐지만 차량이 많지 않아 잠깐씩 둘러보는 이들이 제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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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도담삼봉’/ 한국관광공사 제공

단양에는 풍경 좋은 곳이 많다. 퇴계 이황이 조선 명종 때 단양군수로 재임하며 빼어난 경승지를 골라 ‘단양팔경’까지 정해뒀으니 초행길의 여행자가 고민을 덜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슴속 답답함이 풀리고 찾아가기 쉬운 몇 곳을 추리면 이렇다.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매포읍의 도담삼봉은 요즘도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수면 위로 솟은 세 봉우리가 사진촬영의 배경으로 관심 대상이 됐다. 가운데 봉우리의 정자(삼도정)가 들어앉은 자리도 기가 막히다. 날씨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다르다. 여명 무렵 물안개 피면 웅장하고 신비하다. 비 내리는 날에는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흐른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과 인연도 깊다. 정도전의 외가가 단양이고 그는 외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호 ‘삼봉’은 도담삼봉에서 땄다고 알려졌다. 도담삼봉 공원 옆 팔각정이 있는 봉우리를 넘어가면 역시 단양팔경 중 하나인 석문이 나온다. 구름다리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인데 오래전 석회 동굴 천장이 무너져 지금의 모습이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운데 구멍으로 보이는 남한강과 마을 풍경이 마치 액자 속에 그려진 그림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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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자태와 화려한 빛깔이 인상적인 사인암/ 한국관광공사 제공

대강면의 사인암은 눈이 시원한 곳이다. 굽이굽이 흐르는 남조천 가장자리에 약 50m 높이로 솟은 기암절벽인데 역시 단양팔경 중 하나다. 웅장하기로 따지자면 충주호의 구담봉이나 옥순봉에 비해 조금 덜하지만 모양새나 감흥은 이들 못지않다. 여러 색깔 비단으로 무늬를 짠 듯 화려한 색깔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바위 꼭대기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추사 김정희는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의 그림’이라고 극찬했다. 사인암 아래에는 숱한 시인묵객들이 스스로 새겨 놓은 글귀와 이름들이 빼곡하다. 단양강 잔도를 걷고 도담삼봉, 사인암을 구경하면 정말 머릿속이 개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