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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여행] 느릿느릿 매화구경...경남 산청

by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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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재 앞뜰의 ‘남명매’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산천재는 남명 조식이 말년에 후학을 양성하며 여생을 보낸 곳이다./ 김성환 기자

아시아투데이 김성환 기자 = 매화(梅花)가 봄을 알린다. 경남 산청은 예부터 매화나무가 많기로 이름났다. 이 가운데 ‘남명매’ ‘정당매’ ‘원정매’ 등 오래된 나무 세 그루는 ‘산청 삼매(山淸 三梅)’로 불린다. 하나하나 좇는 탐매행(探梅行)이 이채롭다. 예를 들면 돌담이 예쁜 골목을 지나고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고택에 들어서면 순한 볕발 가득한 마당에 고상한 매화나무가 홀연히 나타난다. 섬진강변의 ‘꽃대궐’을 구경하는 것과 사뭇 다른 느낌. 사방이 한가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꽃은 더 잘 보인다.


남명매는 시천면 산천제(山天齊) 앞뜰에 있다. 산천제는 조선중기의 대학자 남명 조식(1501~1572)이 말년에 후학을 양성하며 여생을 보낸 곳이다. 그는 퇴계와 함께 영남학파의 거두로 추앙받으며 벼슬에 여러번 제수됐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1561년 환갑의 나이에 산청에 와서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곳에 산천제를 짓고 매화나무를 심었다. 그의 호를 딴 매화나무는 수령을 따지면 450년이 넘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봄이면 어김 없이 꽃을 피우고 짙은 향기를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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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꽃을 피운 ‘원정매’. 어미목은 고사하고 후계목이 대를 이어 꽃을 피우고 있다./ 김성환 기자

옛 사람들은 매화나무를 빙골(氷骨), 즉 ‘얼음 뼈’를 가진 것으로 묘사하며 얼음처럼 냉철하고 휘어지지 않는 강직함을 예찬했다. 남명이 딱 그랬다. 왕에게 목숨을 건 직언도 잘했는데 1555년 단성현감의 벼슬을 사양하며 명종에게 올린 상소문 ‘단성현감사직소(단성소)’에는 특히 이런 그의 성품이 잘 반영됐다. 그는 상소문에서 “나랏일은 이미 그릇됐고 나라의 근본이 망했고 하늘의 뜻도, 인심도 이미 떠났다”며 부패한 조정과 원칙 없는 임금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명종은 크게 화를 냈지만 신하들의 만류로 처벌하지 못했다. 조식은 오히려 사후에 영의정에 추증됐다. 남명매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의 기백과 용기, 정신이 보인다.


정당매와 원정매는 후계목이다. 원래의 나무는 고사하고 대신 후계목이 대를 이어 한 자리에서 650년 이상 꽃을 피우고 있다. 정당매는 단성면의 단속사라는 절터에 있다. 고려후기와 조선초기에 걸쳐 벼슬을 지낸 통정공 강회백(1357~1402)이 유년시절 이 절에서 공부할 때 심은 매화나무를 심었단다. 그는 훗날 종 2품에 해당하는 ‘정당문학’이라는 직위에 올랐는데 이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그가 심은 매화나무를 정당매로 불렀다. 원래의 나무는 2014년에 고사하고 후계목이 대신 꽃을 피운다. 단속사가 흥미롭다. 통일신라의 사찰로 당대의 이름난 화가 솔거의 그림이 있었다고 전한다. 특히 규모가 상당해서 절을 한바퀴 돌면 미투리가 다 닳아 없어질 정도였단다. 지금은 허허로운 벌판에 두기의 석탑만 남았다.


원정매는 단성면의 남사예담촌의 하씨고가 사랑채 앞뜰에 있다. 고가의 주인이었던 고려후기 문신인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 그의 시호인 ‘원정’을 따서 원정매라 이름 붙었다. 원래의 나무는 2007년에 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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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과 고택이 정겨운 남사예담촌./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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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예담촌 ‘부부 회화나무’. 부부가 나무 아래를 지나면 해로한다는 얘기가 전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남사예담촌은 참 예쁜 마을이다. 돌담이 예쁜 골목과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고택이 어우러진다. 오래된 담장은 2006년에 국가등록문화재(제281호)로 지정됐다. 2011년에는 (사)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제1호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했다. 이런 마을에는 매화나무 말고도 구경할 나무가 많다. 하씨고가에는 원정매 말고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감나무가 있다. 하즙의 손자 하연이 어린 시절에 어머니에게 홍시를 드리기 위해 심은 것으로 전한다. 1383년에 심었다니 수령이 639년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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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예담촌 하씨고가의 감나무./ 산청군 제공

마을 어귀에는 ‘부부 회화나무’도 있다. 두 그루의 회화나무가 마주보고 몸체를 구부린 형상이 독특하다. 부부 회화나무는 두 나무가 서로에게 빛을 더 잘 들게 하려고 몸을 구부리며 자랐다. 나무 아래를 지나면 부부가 해로한다는 얘기가 전한다.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촬영지이기도 하다. 몸체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 이씨고가의 회화나무는 ‘삼신할머니 나무’로 불린다. 여성이 구멍에 손을 넣고 빌면 임신을 하게 된다고 전한다. 사효재 앞뜰에 수령 500년이 넘은 향나무가 있다. 사효재는 영모당 이윤현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지은 집이다. 그는 아버지를 해치려는 화적의 칼을 몸으로 막아냈다. 니사재(이사재)의 베롱나무도 우아하다. 임진왜란 당시 백의종군에 나선 충무공 이순신이 잠시 묵었던 곳이 니사재다. 고목이 있는 고택들도 멋스럽다. 이동서당과 사양정사도 볼거리다. 이동서당은 독립운동과 파리장서를 통해 우리나라 광복운동의 기반을 구축한 면우 곽종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유림과 제자들이 1920년에 세운 서당이다. 정면 7칸 측면 3칸의 사양정사는 단일 건물로는 엄청나게 큰 규모를 자랑한다.


남사예담촌은 볕 좋은 봄날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다. 향촌마을의 아름다움과 정서가 예쁜 담장을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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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예담촌 이씨고가/ 김성환 기자

산청에 가면 기억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꽃구경, 나무구경 못지 않은 ‘힐링’ 체험이다. 최근 ‘웰니스관광’이 눈길을 끈다. ‘웰빙’과 ‘건강’을 테마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관광을 의미한다. 일시적으로 휴식하는 단순한 힐링 여행이 아니라 스파, 휴양, 뷰티 등의 프로그램을 결합해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궁긍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행을 지향한다. 한국관광공사가 매년 적합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선정해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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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촌 ‘귀감석’. 행운과 건강을 가져다 주는 기(氣)바위로 이름났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산청은 한방 항노화 웰니스관광에 힘을 쏟고 있다. 금서면의 ‘동의보감촌’이 대표적인 시설이다. 동의보감촌은 왕산과 필봉산의 정상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곳에 한방을 테마로 조성됐다. 조선 최고 명의이자 ‘동의보감’의 저자인 허준이 산청 출신이라는 것을 전제했지만 이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산청은 전통 한방의 중심인 것은 분명하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산청 일대에서는 약 1000여종의 약초가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정지역이라 품질도 우수하다.


동의보감촌은 한방을 주제로 한 웰니스관광 시설이다. 한방 기(氣) 체험장, 한방&약초테마공원, 산청 약초관, 한방자연휴양림, 허준순례길, 약초판매장 등 한방과 관련한 시설을 갖췄다. 특히 힐링 아카데미는 한방을 통한 자기진단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기(氣)바위 체험을 비롯해 한의학 강의, 공진단 만들기와 배꼽왕뜸, 허준순례길 트레킹 등을 운영 한다. 힐링과 치유를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