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가 말하는 도중에 얼마나 자주 끼어들까?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단어가 한동안 화제에 올랐다. 남자(man)와 설명(explain)이라는 단어를 결합한 신조어로, 남자가 여자에게 가르치듯 설명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여자가 뭘 하려고만 하면 어느새 남자가 끼어들어 '이건 말이야~'하면서 설명하는 거다. 이 단어는 여성이 겪는 일상적 불평등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미 2010년 뉴욕타임스는 맨스플레인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바 있고, 2014년엔 호주에서도 올해의 단어로 꼽혔다.
최근 여기에 같은 맥락의 신조어가 하나 더 등장했다. 바로 '맨터럽션(manterruption)'이다. 남자(man)와 끼어들기(interruption)가 합쳐져, 여자가 말하는 도중 남자가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현상을 뜻하는 단어다. 실제로 조지워싱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의 말에 끼어드는 것보다 남자가 여자의 말에 끼어드는 경우가 23% 정도 더 많다고 한다.
이쯤되면 '진짜 그럴까?' 혹은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성별과 관계없이 이 문제에 대해 인식을 못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정말 아닐 수도 있다. 구체적인 수치나 근거가 없으면 의미 없는 논쟁만 이어질 뿐이다. 이제 직접 확인해보자.
홍보회사인 BETC상파울로는 맨터럽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재고(再考)하기 위해 'Woman interrupted'라는 앱을 만들었다. '여자가 말하는 도중 남자가 끼어들어 말을 자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주 작고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성의 말은 끝까지 들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으로 확장되면 발언권을 침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 역시 초래할 수 있다. BETC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앱을 개발했다고 한다.
앱의 작동방식은 간단하다. 핸드폰으로 앱을 내려받은 다음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계정과 연동해 로그인한 후 이름과 성별, 지역 등의 간단한 정보를 적는다. 그다음 핸드폰에 내장된 마이크를 통해 본인의 목소리를 인식시키면 가입 절차는 끝난다. 이후 일상적인 대화나 컨퍼런스, 회의 등의 자리에서 앱을 실행시키면 된다. 여자가 말하는 도중 남자의 목소리가 중첩되거나, 여자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남자로 목소리가 바뀌면 한 번씩 카운트된다. 대화가 종료되면 총 몇 번이나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출시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베타버전이지만, 가볍게 이용해보기 좋다.
이 앱이 사람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BETC는 이에 대해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발화하는 즉시 바로바로 목소리를 분석해 수치만 뽑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더 많은 지역에서 이 앱이 실행되고 데이터가 공개될수록 이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만연해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분석 툴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모두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문제 해결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앱은 과연 진짜 남자가 여자의 말을 자주 끊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확실하게 보여줄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끝까지, 제대로 말해야 비로소 발언권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부담 없이 내려받아 실험해보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더 이상의 이견은 없을 것이다.
Images courtesy of Woman Interrupted
에디터 성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