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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열심히 개발해서
남 주는 단체, 오픈소스 에콜로지

by베네핏

2014년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모두 개방하였다. 이런 결정에 대해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회사의 미래를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요즘 시대 특허는 더 빠른 기술의 진보를 억누르고, 거대 기업들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특허로 인한 소송만 늘어나면서 법조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배만 불리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오픈 소스 운동의 정신으로 전기자동차 기술의 발전을 위해 벽을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테슬라의 발표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남들보다 앞서 특허권을 보유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속도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기존 통념을 깨뜨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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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

테슬라 외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조금씩 '높은 특허율은 오히려 기술 혁신의 속도를 저해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흐름에서 시작된 게 오픈소스 하드웨어 운동으로, 사물이나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회로도나 설계도와 같은 하드웨어 기술을 개방하는 것이다. 하드웨어 기술을 개방한다면 다양한 사람들의 재능과 지식이 더해져 새로운 창작이 이뤄지고, 제조업은 상상 이상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여겼다.

 

여기 오픈소스 하드웨어 운동에 앞장선 곳이 있다. 바로 미국의 비영리재단 '오픈소스 에콜로지'이다. 오픈소스 에콜로지는 미국 미주리주 시골에서 시작해 '지구촌 건설 세트'를 만든다. 지구촌 건설 세트는 현대인들이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상 도구 50종을 오픈소스 하드웨어 방식으로 개발한 것이다. 여기에는 트랙터, 오븐, 발전기, 3D프린터, 벽돌 찍는 기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오픈소스 에콜로지는 전문가가 아닌 누구나 싸고 빠르게 튼튼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궁극적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나 지구촌 건설 세트만 있다면 집을 짓고,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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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픈소스 에콜로지는 사람들에게 공유할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서 준비가 필요했다. 개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픈소스 에콜로지는 킥 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자들의 기부를 받았다. 오픈소스 에콜로지의 취지에 많은 이들이 동참해준 덕분에 30가지 이상의 기구가 개발 진행 중이다. 홈페이지에선 50가지 도구들의 개발 진행 상황이나 일정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해 놓았다. 또 기기를 제작하는 방법과 설계도는 누구나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오픈소스 에콜로지가 고심해서 내놓은 제품의 가격은 기성품보다 저렴하다. 시중에서 4만 달러씩 하는 트랙터는 오픈소스 에콜로지 방식으론 제작비 6,000달러면 된다. 실제로 50종의 일상도구 프로토타입에 드는 제작비와 노동력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기성품 대비 50% 정도로 가격을 절감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 못지않게 효율성도 높다. 생산성과 즉결되기 때문에 중요하게 고민하는 요소다. 종묘 기계로는 하루 100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고, 흙으로 벽돌을 찍는 기계로는 하루 5,000개의 흙벽돌을 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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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표적인 기계 외에도 지구촌 건설 세트에는 기본적인 기기인 모터나 전원장치부터 레이저 커팅기, 태양열 집광 장치, 풍력 발전용 터빈, 불도저 등 다양한 종류의 기계가 있다. 사람들은 이 기술을 조합하여 일상도구 50가지 외 새로운 기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지구촌 건설 세트를 응용해서 새로운 도구를 만들 수 있는 거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공개된 기술을 따라 하긴 쉽지 않을 터. 공유된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에콜로지는 주기적으로 워크숍도 연다. 공유된 기술을 활용해 다른 이들과 함께 만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거다. 사용자가 직접 기술을 숙달하여야 쓸모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워크숍에서는 신청자들이 모여 정해진 시간에 오픈 소스로 50가지 기기 중 하나를 만든다. 다양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 한 곳에 모였으니 집단지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좀 더 좋은 기술이 탄생하기도 한다.

현재 오픈소스 에콜로지는 기계 제작과 더불어 친환경 집이나 마이크로하우스를 직접 제작해보며 집 짓는 기술을 공유하는 영역으로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꾸준하게 열심히 개발해서 남에게 돌려주는 오픈소스 에콜로지. 이들이 만들어가려는 혁신이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기고, 사람들을 더욱 나태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한 강연에서 전한 오픈소스 에콜로지의 설립자, 마친 자쿠보우스키의 말로 대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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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에콜로지 설립자 마친 자쿠보우스키(가운데)

“ 오픈소스 에콜로지는 단순히 기술을 전달하려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 각자 자신의 삶을 직접 변화시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자본에 잠식된 농업, 건축업, 제조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제3세계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제3세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빅토르 위고가 말하길, 아이디어가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보다 강력한 것은 없습니다. 분명 공유된 기술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며 혁신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

현재 제조업은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획일적이고 독점적이다. 오픈소스 에콜로지는 이에 대한 색다른 돌파구로, 좋은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제 유명 제조업체 이름이 아닌 DIY로 당신의 이름 세 글자가 박힌 000표 기계가 탄생할 날이 머지않았다.

 

Photo CC via OnInnovation / flickr.com
Images courtesy of opensourceecology

 

에디터 이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