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선택, 이혼은 결단 - 조인섭 변호사 인터뷰

[라이프]by 빅이슈코리아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의

조인섭 변호사
팔로워 숫자가 18만이 넘는 인스타그램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는 언뜻 보면 만화가의 채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인스타그램의 운영 주체는 이혼, 상속 전문 로펌 신세계로의 조인섭 대표변호사다. 가정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좋았던 그는 가족법 전문으로 일을 시작했고 17년째 꾸준히 한 분야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변호사가 왜 웹툰을? 자신이 맡은 다양한 이혼 사례들을 각색해 대중에게 만화로 소개하게 된 것은 법이란 게 어려운 게 아니고, 이혼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무엇보다 고통 속에서 무조건 참고만 있는 사람들에게, 언제든 거기서 벗어나도 괜찮다는 위로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 연재했던 만화를 묶어 가족법을 쉽게 설명한 글과 함께 출간한 것이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이다. 이혼을 적극 권장하는 제목 같지만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비롯해 TV에서는 넘쳐나는 게 이혼이지만, 실은 사람들이 그 실상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하고 있는 법률 지식도 많아서 제대로 된 법률 상식을 전하고 싶다는 조인섭 변호사를 만났다.

저도 연재만화를 보다가 이 인터뷰에 왔는데요. 너무 궁금한 시점에서 이야기가 딱 끊깁니다. ‘끊기 신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을 그려주시는 만화 작가님이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끊기 지점 같은 건 제가 정하는 건 아니고 그림을 그려주시는 박은선 작가님의 능력이에요.

변호사를 다소 어렵고 먼 존재로 여길 수도 있는데, 만화 속 이미지 때문에 인스타그램 디엠으로도 상담 요청이 많다고요.

네, 디엠으로 상담 요청이 많이 와요. 이혼 관련 상담뿐 아니라 “제가 이런 연애를 하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이런 연애 상담도 오고 그래요.(웃음)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연재하기로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2006년에 개업을 하면서 시간이 많았어요.(웃음) 그때 법에 관한 책들이 좀 딱딱하단 생각이 들어서 만화로 설명하면 사람들이 좀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아무래도 이혼 사건을 많이 하니까 형사나 민사보다는 만화로 소개하기 쉽고요. 그땐 제가 시간이 많아서 그림도 직접 그렸거든요.(웃음) 네 컷씩 콘티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계속 그리다 보니까 꽤 양이 많고 그림이 늘더라고요.(웃음) 어릴 때 화가를 꿈꾸기도 했고요. 그걸 모아서 용감하게 <조변호사의 이혼 이야기> 라는 책으로 냈어요. 그때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인스타그램으로 웹툰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그림을 그려주시고 제가 사례를 이야기로 정리해서 드리고요. 작년 2월부터 시작했는데 그림 작가님을 잘 만나서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의뢰인의 실제 사건이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만화로 소개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화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인적사항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거예요. 개인정보가 절대 드러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고, 혹시 사건 내용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각색과 편집 과정을 여러 번 거쳐요. 사건 내용만 봐서는 누구인지 절대 알 수 없게 정리해서 스토리를 넘기고 있어요.

누구나에게 있을 법한 보편적인 이혼 이야기이지만, 분노할 만한 내용도 많습니다. 상대의 유책 사유로 인한 이혼이라든지 폭력이나 돈이 관련된 사건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아동이 피해를 입는 사건도 있고요.

실제 사건보다 순화를 많이 해요. 이야기가 자극적으로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각색 과정에서 많이 바꾸는데, 그래도 분노하시는 독자분도 많더라고요.

만화를 보고 찾아오는 의뢰인들도 많을 텐데요.

그런 분들의 경우 다른 의뢰인들과 다른 부분이 있어요. 들어왔을 때 제 얼굴을 보고 웃으세요.(웃음) 보통 이혼 상담으로 오시는 분들은 힘든 상황이니까 잘 웃지 않는데, 웹툰을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은 사무실 문 열고 제 얼굴을 보면 바로 웃으세요. 싱크로율이 높다면서.

책에서 첫 사건으로 구성하신 것이 조정을 통해 이혼하지 않은 부부의 사례입니다. 책 제목은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이지만 이 사건을 맨 처음으로 구성하신 것만 봐도 무조건 이혼해라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 요지 같습니다. 

변호사가 무조건 이혼을 권하지 않아요. 선택은 의뢰인이 하셔야죠. 이혼을 원해서 오시는 경우라고 해도 이혼을 하지 않는 게 낫겠다 판단이 되면, 부부상담을 권하기도 해요. 그런데 저의 조언일 뿐이고 당사자가 이혼을 원하시고 생각이 정해져 있으면 그런 조언이 꼭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에요. 무엇보다 이혼 후의 생활에 대해서 변호사와 상담을 하다 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거든요. 이혼 후에 본인이 받을 수 있는 재산분할, 양육비에 대해 들으면 이후의 삶이 눈에 그려지잖아요. 그럼 이혼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죠. 상담 과정에서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이혼을 안 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시는 경우도 많아요.

‘이혼이 나쁜 게 아니다. 당신의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면, 결심이 선다면 변호사가 당신을 법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만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혼을 결심하는 자체가 힘든 일이고 이혼 후에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이혼하겠다고 주변에 말할 때 “그래 당장 이혼해라.”라고 조언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고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본인은 마음속으로 오래 고심한 경우가 많아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면, 얼마든지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옆에서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물론 그게 변호사가 될 수도 있고요.
 
가정폭력으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해주지 않아 결국 사망한 피해자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참견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변호사님도 이 사건을 더욱 안타깝게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오빠분이 많이 억울해하셨는데 1심에 패소를 하고 항소하지 않았어요. 그 사건은 조금 더 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분명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경찰의 의무조항이 있는데, 제지가 없었던 것에 대해 더 말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거죠. 당시에 국가를 대상으로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흔치 않은 사례여서 저도 어려웠어요. 나중에 그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분을 우연히 사석에서 만났는데 재판부에서도 눈여겨봤던 사건이었다고 하더군요. 안타깝게도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은 사건이 있어야 변화가 생겨요. 특히 아동 성폭력 관련해서는 조두순 사건 후에 많이 바뀌었어요. 매해 큰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에 생긴 법이 많아요. 가정폭력에 대해서도 지금의 여러 가지 법들, 이를테면 피해자보호명령, 긴급임시조치 이런 것들이 생기기까지도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발생해요. 사건이 발생해야만 변화가 생기고, 여기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걸렸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법과 판결 또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거기 올바로 대처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 책에도 나옵니다.

그래도 가정법 쪽은 계속 변화가 있어요. 가족법이 민법의 일부인데 일반 민법은 거의 개정이 없지만, 가족법은 속도는 느리긴 해도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고 있어요. 호주제도 폐지됐고 이혼 관련해서도 재산분할 비율이라든가 이런 게 10년 전과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나요. 예전에는 특유재산분할 같은 건 결혼 기간 5년이 지나지 않으면 분할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2년 정도 부부생활을 했으면 분할을 하는 편이거든요. 법률 분야에서는 그래도 많은 변화가 있는 편이에요.

최근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비롯해 한국은 많은 콘텐츠에서 이혼을 다룹니다. 과거 <사랑과 전쟁>과 같은 드라마도 있었고요. 때문에 이혼 관련 법률에 대한 오해도 많을 것 같아요.

그렇죠. 상담하다 보면 “이렇게 들었는데 아니에요?” 하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어 상대가 유책이면 재산분할을 더 받는다라고 생각하시는데 그건 아니에요. 위자료를 더 받을 뿐이지 재산 분할은 기여도에 따라서 달라져요. 혹은 “요즘은 전업주부도 무조건 50% 받는다는데요?” 하시는데 그것도 사실은 아니에요. 재산에 따라서 다 달라요. 공동명의면 당연히 반반 아니냐 하시는데 그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요즘은 정보가 워낙 많아서 다들 잘 찾아보고 오세요.
 
가족법 전문 변호사인데, 다른 분야 변호사들과 일에 있어서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가사 쪽 사건이 민사나 형사와는 다른 게 승패가 없어요. 형사는 유무죄가 나오고 민사도 승패가 있는데 가사는 그렇지 않아요. 조정으로 끝나는 사건도 있고요. 의뢰인들이 궁금한 게 많을 수밖에 없고, 본인이 가족 안에 있었던 사실 관계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에요. (휴대폰을 보여주며) 지금 한 시간 안 보는 동안 의뢰인과의 카톡방에 대화가 이렇게 쌓여요. 질문이 많으시고 저희는 최대한 거기에 대응을 해드려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남편이 집 비밀번호를 바꿨는데 수리공 불러서 따도 되나요? 상대편이 이런 말을 했는데 이런 것도 영향을 주나요?” 이런 질문들부터 시작해서 아주 많은 질문을 하세요. 변호사가 답을 안 해주면 답답해하시고 법률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았다고 생각하시죠. 힘든 부분이지만 결국 소통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걸 듣고 또 답을 정확히 제대로 해드리는 게 중요해요.

이 일에 애착을 갖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뢰인들이 감사하다고 할 때 제일 보람 있죠. 양육권 소송을 했는데 아이를 잘 데려와서 안정적으로 지내시는 걸 보거나, 1~2년 후에도 연락하셔서 자립하고 아이랑 잘 지내고 있다고 연락 주시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땐 너무 뿌듯하죠. 고통 속에 있다가 이혼 후에 잘 사시는 분들 보면 가장 보람이 있어요.
글 김송희
사진 김화경
2023.02.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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