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테크 ]

포드의 '아이언맨'… 로봇조끼 입고 車 만든다

by조선비즈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지난 7일(현지 시각) "전 세계 7국, 15개 공장의 작업자에게 외골격 로봇 '엑소베스트(EksoVest)'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외골격 로봇은 미국 로봇 벤처기업 엑소바이오닉스와 공동 개발한 것. 조끼처럼 착용해 위를 보고 일하는 작업자의 힘을 보조해준다. 포드는 지난해 11월 미국에 있는 공장 2곳에 엑소베스트를 시범 도입한 이후 현장 근로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캐나다·멕시코·브라질·루마니아·중국·태국 등에 있는 해외 공장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포드의 '아이언맨'… 로봇조끼 입고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의 근로자가 공장에서 상체에 외골격 로봇 ‘엑소베스트’를 착용하고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이 로봇은 사람이 팔을 들면 힘을 가해주기 때문에 몸을 뒤로 젖힌 채 팔을 들고 일해야 하는 작업자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포드

몸에 착용해 사람의 동작을 보조하는 외골격 로봇이 산업 현장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외골격 로봇은 원래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나 하반신 마비 환자의 재활을 위한 보조장치로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의료용 로봇의 경우 최근 각국 정부의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개발 비용 부담이 커지자 로봇 업체들이 산업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산업용 외골격 로봇은 의료용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허가도 필요 없다. 여기에 장시간 반복 노동을 하는 작업자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부상을 방지해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IS에 따르면 산업용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 외골격 로봇 시장 규모는 2016년 9600만달러(약 1074억원)에서 2026년 46억5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반복 작업 많은 자동차 중심으로 확산

포드의 '아이언맨'… 로봇조끼 입고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산업용 외골격 로봇 ‘포티스’를 장착한 모습. 허리에 달린 로봇팔이 중장비를 지탱해준다. /록히드마틴

포드의 외골격 로봇은 사람이 팔을 들어올리면 밑에서 최대 7㎏의 힘을 더해줘 작업자의 부담을 줄여준다. 작업자의 팔이나 허리에 가해지는 힘을 40% 정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 포드에 따르면 자동차 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는 자동차 밑에서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작업 특성상 하루 최대 4600번 정도 상체를 뒤로 젖혀야 한다. 1년이면 100만 번이 넘는다. 이로 인해 팔과 허리에 피로가 쉽게 누적돼 다치는 경우가 많지만, 외골격 로봇을 시범 적용한 결과 근로자들의 부상 발생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BMW는 지난해 10월 미국 스파턴버그 공장에 상체와 하체용 외골격 로봇을 각각 도입했다. 상체 로봇은 포드처럼 위를 보고 작업하는 라인에 도입했고, 무릎을 굽힌 채 작업하는 근로자들에게는 허리를 받쳐주는 하체 로봇을 지급했다. 독일 아우디도 스위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누니와 공동 개발한 하체용 외골격 로봇을 독일 잉골슈타트 공장에서 시범 운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외골격 로봇의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다른 산업계에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올해 초 산업용 외골격 로봇 '포티스'를 내놓았다. 포티스는 원래 무거운 화기를 지탱하는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회사는 허리에 달린 로봇팔이 각종 중장비를 잡아줘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 드릴로 벽을 뚫거나 금속을 절단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 이 로봇은 향후 비행기 제작이나 건설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 델타항공도 올해 안에 로봇 업체 사코스 로보틱스의 외골격 로봇 '가디언 XO'를 도입해 여객기 화물 운반 근로자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고령화 일본에선 구인난 해소에 도움

고령화·저출산으로 구인난을 겪는 일본에서도 산업용 로봇의 도입이 활발하다. 노동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로봇 도입을 통해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일본 스미토모화학은 전자 기업 파나소닉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 '어시스트 슈트'를 지난해 말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원료의약품을 담은 원통 용기를 옮기는 작업자들은 최대 15㎏의 힘을 내는 로봇을 허리에 착용한다. 도쿄공항교통은 하네다공항에서 로봇 벤처기업 사이버다인이 개발한 로봇 슈트 '할'을 사용하고 있다. 이 로봇은 공항 리무진 버스에서 짐을 내리고 싣는 작업을 할 때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대 40% 줄일 수 있다.

포드의 '아이언맨'… 로봇조끼 입고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 정도가 산업 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외골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과 연구기관에서는 노인·장애인 재활을 위한 외골격 로봇 개발을 하고 있어 산업용 로봇에 대한 개발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한창수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외골격 로봇이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지난 2~3년 사이 미국을 중심으로 산업용 외골격 로봇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기술 개발이 없다시피해 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