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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7조원 굴리는 '문어빨판 빌딩'… 여기서 사모펀드 흥행 결판난다

by조선비즈

하나금융그룹 클럽원WM센터,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인 수퍼리치 자산 굴리려 만들어

1년반 만에 자산 7조원으로 늘어

 

서울 삼성동에 있는 9층짜리 문어 빨판 빌딩의 클럽원WM센터는 사모(私募)펀드의 '테스트 베드(시험 무대)'로 불린다. 이곳에서의 흥행 여부가 사모펀드 성패를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통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49명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돈을 모아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로,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정도여서 주로 자산가들이 가입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새 상품이 나오면 모두 여기부터 찾는데, 만약 이곳에서 부자들의 취향을 저격해 완판되면 일반인용 상품을 내놔도 잘 팔린다는 게 정설(定說)"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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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투자의 클럽원WM센터가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빌딩은 특이한 외관 때문에 '문어 빨판 빌딩'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클럽원WM센터엔 주로 큰손들이 투자할 사모펀드를 고르기 위해 찾는데, 이들이 맡긴 돈이 7조원에 달해 사모펀드들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클럽원WM센터는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2017년 8월 평균 금융 자산이 30억원 이상인 수퍼리치들의 자산을 굴리기 위해 만들었다. 클럽원 프로젝트를 기획·주도한 전병국 하나금융투자 전무는 "오픈 당시 4조원대에서 출발한 빌딩 자산이 1년 반 만에 7조원으로 늘어났다"면서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불리기 위해 최정예 PB 30여명이 매일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인다"고 말했다.


어지간한 금융회사를 뺨칠 정도로 자금 동원력이 풍부하고 빠르다 보니 '클럽원자산운용'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센터 내부에는 '베스트셀러(인기상품), 커밍순(근일 발매), 솔드아웃(완판)' 등으로 100여개 금융 상품의 판매 현황을 알려주는 안내판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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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부장은 "주 고객층은 50~60대 중견 기업인이 대부분이지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부를 쌓아 1000억원을 보유한 30~40대 젊은 부호도 있다"며 "사업을 하고 해외 경험도 많아서 복잡한 투자 상품을 설명해도 일반인보다 이해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통해 사모펀드를 판매했다는 A운용사 대표는 "개인들이니까 자금 모집까지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는데, 며칠 만에 100억~200억원씩 모아 와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고객들도 시장에서 화제가 되는 인기 상품들을 남보다 한발 먼저 투자했다며 흡족해한다고 한다.


전병국 전무는 "돈이 많이 모여 있으니 일반 지점에 비해 바게닝 파워(협상력)가 월등하다"면서 "고객들이 손실을 보지 않게끔 상품 구조까지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클럽원WM센터가 거래하는 사모펀드 운용사는 70여 곳. 블루홀, 카페24, 펄어비스, 카버코리아, 올릭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여러 기업이 클럽원WM센터 고객들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빌딩 꼭대기 층에는 고급 음식점이 입주해 있다. 식당을 이용하는 부자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유치했다고 한다.


저금리 기조와 오르내림이 심한 증시 환경은 실력파 PB들이 모여 있는 문어 빨판 빌딩의 몸값을 계속 높이고 있다. 전 전무는 "아무리 기업이 우량하고 실적이 좋다고 해도 거시경제 환경을 이기긴 어렵다"면서 "금융시장에서 지지 않는 게임을 하려면 안전장치를 갖춰 손실을 덜 보는 틈새 상품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최근 큰손들은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은 크면서 절세 효과도 있어 선호한다고 한다. RCPS란,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금을 돌려받거나 혹은 발행 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전환해서 파는 경우, 차익이 종합과세 대상으로 잡히지 않는다.


유망 벤처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담은 사모펀드도 자산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렇게 손실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 만든 사모펀드 상품들이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이 되기 때문에 작년과 같은 증시 하락장에서도 상당한 고객이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다.


이경은 기자(div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