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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네이버 댓글 이력 공개 한 달… 가면 뒤 숨었던 '악플러' 민낯 드러났다

by조선비즈

혐오·비방 댓글 달기 습관이 됐다… 상습범들 많아

댓글 이력 공개되며 규정미준수 댓글 70% 줄어

AI봇도 잡아내고 있지만 "모든 악플 걸러내는 건 한계"

조선비즈

17일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공범 강훈의 얼굴이 공개된 기사에 지역 비하 댓글을 쓴 한 네티즌은 다른 기사에서도 혐오·비방 댓글을 상습적으로 달았다. /네이버 댓글창 캡처

‘저놈 애비애미가 전라도 광주사람이래. 아님 말고.’


지난 17일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공범 ‘부따’ 강훈(19)의 얼굴이 공개된 기사에 한 네티즌이 쓴 댓글이다. 그는 다른 기사에서도 ‘전라도는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 ‘쟤(범죄자) 고향이 전라도다’와 같이 근거없는 내용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댓글을 여러 차례 달았다.


지역 혐오뿐만이 아니다. 이 네티즌은 최근 4·15 총선에 당선된 태구민(태영호) 전 북한 공사 관련 기사에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을 가리켜 ‘필리핀 여자는 조롱당해도 된다. 너네 나라로 꺼져’라는 댓글을 작성했다. 한 보험사가 고아 초등생에게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에는 아이 부모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이유로 ‘쌀국수년 애 버리고 도망갔노’라며 조롱했다.


네이버가 지난달 19일 댓글 이력을 공개하고서 한 달이 지났다. 이용자들의 댓글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체계 변화로 ‘악플’(악성댓글) 수는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이용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특정인을 비방, 모독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최근 10~16일 일주일 사이 규정미준수로 삭제된 댓글 수는 6623개로 이보다 한 달 전인 3월 10~16일 삭제된 2만859개보다 70%가량 줄었다. 전체 댓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력 공개 전 주에 0.55%였다가 한 달 뒤 지난 한 주 동안 0.21%로 감소했다. 규정미준수 댓글은 욕설과 인격 모독 등의 내용이 담긴 댓글로 운영자에 의해 삭제 조치된다.


네이버는 또 악플 및 여론 조작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는 ‘본인 확인제’를 도입했다. 휴대폰 인증이나 아이핀을 통해 아이디 사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포털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본인 확인제는 당초 선거가 끝나는 15일 오후 6시까지만 이를 유지하기로 했다가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이미 댓글 작성자의 96% 이상이 본인 확인을 거친 뒤 네이버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어 선거 이후 확인 절차가 유지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는 최근 논란이 일었던 ‘차이나 게이트’(중국의 인터넷 여론 조작 의혹)와도 관련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미국·대만에서 논란이 됐던 중국의 인터넷 여론 조작이 네이버를 무대로 한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네이버는 "포털 뉴스 댓글 통계를 살펴보면 해외에서 댓글을 작성한 비중은 매우 낮다"며 제기되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지난 13일 기준 네이버에 달린 44만9816개 댓글 중 국내에서 작성된 것은 97.4%이고, 해외 비중은 2.6%였다. 국가별로는 미국 0.56%, 중국 0.41%, 일본 0.29% 순이었다. 네이버는 본인 확인제를 통해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댓글 시스템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 신고 기반으로 악플 차단 조치를 하는 동시에 AI(인공지능) ‘클린봇’을 운영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며 "다만 모든 악플을 일일이 걸러내기에는 기준이 모호하거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뉴스 댓글 플랫폼이 모든 사용자들의 신뢰 속에서 건강해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beepar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