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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스팀 vs 에픽…
게임 유통 플랫폼 지각변동 오나

by조선비즈

스팀 18년 장악 PC게임 온라인유통 시장 구도 변화 조짐

에픽, 자금력 발판 인기게임 무료제공… ‘게임체인저' 전망도


온라인 PC 게임 유통 플랫폼(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시장에 경쟁이 불붙고 있다. ‘스팀(Steam)’이 장악한 시장에 EA·유비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가 뛰어든 데 이어,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초대형 게임을 무료 배포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자금력을 앞세운 에픽게임즈가 글로벌 ESD 시장 ‘18년 스팀 천하’를 끝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비즈

에픽게임즈 스토어 로고

4일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49억달러(약 6조원)에 머물렀던 전세계 PC 게임 시장 규모는 올해 105억달러(약 12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PC 게임 구매가 늘어난 덕이다.


과거 PC 게임 유통은 오프라인에서 ‘패키지’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며, 현재 PC 게임 유통망은 편의성을 앞세운 ESD 중심으로 재편됐다. ESD에선 클릭 한번에 구매와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물리적인 유통망이 필요치 않은 만큼, 최대 90% 이상의 높은 할인을 수시 제공한다. ESD가 연간 12조원을 넘어서는 글로벌 PC 게임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ESD 대표주자는 밸브(Valve)의 스팀이다. 스팀은 2003년 출시돼 ESD 시장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스팀 키(Key) 대행 판매에 나서는 소형 ESD가 난립할 정도다. 그간 글로벌 게임사 EA·유비소프트 등이 각각 오리진·유플레이 등 ESD를 내세웠지만 스팀의 아성을 흔들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2018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2주마다 무료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스팀을 비롯한 타 ESD도 주기적으로 게임 할인 행사를 열고, 무료 게임을 제공하는 만큼 새로운 마케팅은 아니었다"고 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무료 게임 제공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게 된 건 지난달부터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지난달 15일부터 4주간 ‘메가 세일’ 행사를 시작하며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초대형 게임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료 제공 게임은 발매된지 오랜 시간이 지나 정가(正價)가 내려가거나, 수차례 대폭 할인 행사를 거쳐 가치가 내려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에픽스토어가 제공한 GTA5·문명6 등은 현재도 정가가 3만원 이상인 인기 게임이다. 특히 GTA5는 각종 게임지에서 평가하는 ‘올해의 게임(GOTY·Game of the year)’ 상을 160개 받은 게임이다. 2013년 출시 첫날에는 매출 8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문화콘텐츠 역사상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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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게임즈 스토어가 무료 배포한 GTA5. /에픽게임즈 제공

명작으로 인정 받아 꾸준히 팔리고 있는 초대형 게임을 무료로 내놓은 것이다. GTA5 무료 제공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 게이머들이 에픽스토어에 몰려 접속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에픽스토어가 GTA5 한 게임만 무료 제공하는 데도 최소 수백억원을 들였을 것"이라며 "한달간 수천억원을 들인 초대형 기획"이라고 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어지자 업계 일각에선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픽게임즈는 탄탄한 자금 동원력을 지닌 회사다. 에픽게임즈의 주 수익원은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돕는 ‘게임 엔진’이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은 3D 게임 제작의 표준 엔진 중 하나다.


언리얼 엔진은 무료지만,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게임이 누적 100만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면 5%의 로열티를 내야 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게임 대부분이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에픽게임즈는 대형 게임 매출 5%를 끝없이 벌어들이는 셈"이라며 "언리얼 엔진에서 나오는 끝없는 자금력으로 현재와 같은 마케팅을 지속한다면 스팀의 제대로 된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