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3, 11년 전 ‘아이폰 쇼크’ 재현할까

[테크]by 조선비즈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대중적 전기차’를 표방하면서 내놓은 ‘모델3’가 한국에서도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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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중형 세단형 전기차 모델3. /조귀동 기자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한 모델3는 올해 1~5월 4000대가 판매됐다. 단일 차종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세단 E시리즈(7500대), BMW의 준대형 세단 5시리즈(6200대·세부 모델 모두 합산)에 이은 3위다. 국산 차와 비교해보면 현대자동차(005380)의 G70(3700대)를 근소하게 앞선다. 계약 후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것을 못 참고 장기렌터카로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기도 하다. 테슬라가 서울 청담동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2곳에서만 전시장을 운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수적인 자동차 시장에서 이례적인 실적이다.


모델3의 이 같은 인기는 11년 전인 지난 2009년 애플 ‘아이폰3GS’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뒤흔든 것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테슬라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모델3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유일한 중형 세단형 전기차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탑재하는 공간이 넓게 필요해,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개발한 전기차는 대개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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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중형 세단형 전기차 모델3. /조귀동 기자

외양에서 모델3와 다른 차량을 비교할 때 가장 큰 특징은 긴 휠베이스(축거·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다. 모델3의 전장은 4694mm로 쏘나타(4900mm)보다 200mm 이상 짧고, 아반떼(4650mm)보다 약간 길다. 그런데 휠베이스는 2875mm로 쏘나타(2840mm)보다 오히려 그랜저(2885mm)에 가깝다. 엔진 대신 모터를 탑재하기 때문에 차량 앞부분이 길쭉하게 나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차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기차의 장점이다. 전폭(1849mm), 전고(1443mm)는 쏘나타와 비슷하다.


전방 유리창을 최대한 앞으로 빼서 스포츠차 느낌의 날렵한 디자인을 갖췄다. 시승차로 받은 모델은 20인치 휠을 탑재하는 AWD 트림이다. 큰 바퀴와 길쭉한 형태의 헤드램프도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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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중형 세단형 전기차 모델3. /조귀동 기자

주행성능 면에서 모델3는 전기차 특유의 빠른 가속력과 정숙성이 특징이다. 시승차를 인수하기 위해서 서울 청담동의 테슬라 전시장에 갈 때 가벼운 멀미와 두통 증상이 있었다. 그런데 시승차를 받아서 올림픽대로를 주행할 때 꽤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내연기관차보다 차량 진동이 덜했기 때문이다. 가속 성능의 경우 다소 경사가 급한 언덕길에서 가속해서 올라갈 때도 평지와 별 차이 없이 속도가 붙을 정도다. 제동 성능도 구동축에 작용하는 브레이크 뿐만 아니라 모터 자체 출력을 낮추는 방식을 함께 쓰기 때문에 뛰어나다.


차량 전면에 무거운 엔진이 없기 때문에 중량 배분이 잘 되어있고, 자연스럽게 조향 성능이 우수하다. 하지만 시속 100km가 넘어갈 경우 풍절음이 비슷한 가격대의 고급차 수준으로 차단이 안되었다. 차량 하부의 노면 소음도 내부로 유입되는 편이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경우 서울시 기준으로 4100만원에 기본 모델을 살 수 있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과 비교해 주행성능 면에서는 앞서지만 편의성 측면에서는 처지는 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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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중형 세단형 전기차 모델3. /조귀동 기자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차량 기능을 모두 앞좌석 한 가운데 있는 15인치 대형 LCD(액정디스플레이)로 조작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속도 및 출력을 표시하는 계기판(클러스터)이 운전석 앞에 없고, 대형 디스플레이 왼쪽에 표시된다. 테슬라는 모델S, 모델X 등 다른 모델에서는 모두 디지털클러스터가 있는 데, 모델3에서는 생략했다. 대형 LCD는 차량에 관한 정보를 인식하고, 제어하는 데 편리하다. 특히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에서 쾌적한 경험을 제공해준다. 대화면에 넓은 지도가 표시되며, 동시에 차량 주변 장애물이 LCD 왼쪽 창에 나타나는 게 시인성이 좋다.


반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써보았다. 운전대 아래 레버를 아래로 두 번 당기면 반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한다. 테슬라는 차량용 레이더인 라이다(LIDAR)를 탑재한 다른 회사 차량과 다르게 8대의 카메라와 12대의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주변 사물을 인식한다. 차량 간격, 차선 유지 등에서 매끄럽게 작동했다.


그런데 옆 차선에 버스, 화물차 등 길이가 긴 상용차가 있을 경우 언제든 자신의 차선으로 끼어들수 있는 차량으로 인식해서인지 속도가 대폭 내려갔다. 이 경우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했다. 도로에서 빠져나가는 램프와 오토바이 등이 차선 경계에 애매하게 넘어와있을 경우에도 제대로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수동으로 해야만 했다 오토파일럿이 만능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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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중형 세단형 전기차 모델3. /조귀동 기자

모델3가 장점만 있는 차는 아니다. 모델3의 지나친 비용절감으로 인해 불편한 부분이 상당했다. 디지털클러스터가 없기 때문에 속도를 확인하기 힘들었는데, 전기차가 가속 성능이 좋고 진동이 적어 차량이 어느 정도 고속으로 움직이는지 감지하기 어렵다는 걸 감안하면 불만이었다. 요즘 웬만한 차량의 경우 HUD(헤드업디스플레이)로 전면부 유리창에 속도, 갈림길에서 주행 정보, 옆 차선 차량 여부 등을 표시해주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었다.


인포테인먼트의 경우 유튜브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에서 방송인 제이 레노와 함께 테슬라가 최근 출시한 사이버트럭을 함께 탄 영상을 재생했는 데, 동영상 재생까지 걸리는 시간(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시간)이 차이가 났고, 유튜브 기능도 뚝뚝 끊기는 느낌이었다. 또 경기도 파주에서 유튜브를 재생했을 때 속도가 더 느려졌다. 아직 한국에서 무료로 제공된다지만, 통신사로부터 좀 더 고속 회선을 확보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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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중형 세단형 전기차 모델3. /조귀동 기자

내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등을 거치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운전석 왼쪽 수납함의 플라스틱 부분에 흠집이 상당히 나있었다. 다른 시승자들이 스마트폰을 놓아두었다가 꺼내면서 발생한 흠집이었다. 재질이 약하다는 방증이었다. 또 수납함 겉부분, 안쪽 천 재질, USB충전 포트 등도 원가 절감에 사력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모델3는 분해보고서 등이 추정한 원가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큰 이익이 남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적자를 보고 파는 차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문, 트렁크 등의 구동 방식이나 문과 차체 사이의 완충재 시공 등도 고급 차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미국에서 "1990년대 기아자동차의 만듦새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은 것에 수긍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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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전기차들이 경기도 고양시의 한 호텔 주차장에 설치된 테슬라 고객용 고속충전기 슈퍼차저에서 충전되고 있다. /조귀동 기자

테슬라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차량의 충전 인프라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성능 개선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차량의 충전 인프라의 경우 급속 충전이 가능한 ‘슈퍼 차저’가 국내에 31곳 설치되어있다. 테슬라 판매량이 늘어서인지 평일 오전 10시에 방문한 경기도 고양의 한 슈퍼차저에 차량이 꽉 차있었다. 차량을 충전하는 중에 도착한 다른 모델3는 옆에 차량을 주차하고 기다려야만 했다. 차량 배터리 3분의 1을 소모한 상태에서 완전충전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IT기기 배터리 충전과 비슷하게 완전충전은 일반적인 충전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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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중형 세단형 전기차 모델3. 이른바 ‘프렁크(frunk·front와 trunk의 합성어)’라 불리는 운전석 앞의 저장공간과 자동차 뒤 트렁크. /조귀동 기자

종합해서 평가하자면, 테슬라 모델3는 명확한 장점과 소비자 소구 능력을 갖추고 있다. 뛰어난 주행 성능과 저렴한 유지비, IT(정보통신)기기를 쓰는 것 같은 편리성 등이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3GS가 국내에서 일으킨 ‘대격변’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약점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약점은 전기차의 높은 원가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회사나 차량 모델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좀 더 근본적이다. 아이폰3GS보다는 아이폰 첫 모델에 가까워보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가격은 RWD 트림 5369만원, AWD 트림 6369만~7369만원. 여기에 760만~800만원의 중앙정부 보조금과 450만원 정도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서울시 기준)이 지원된다.


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2020.06.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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