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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LG화학 직원들도 물적분할에 허탈 “자식 다 키워놓으니 집나간 꼴”

by조선비즈

LG화학의 기습적인 배터리사업부 분할 결정에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LG화학 직원들 사이에서도 "성장이 보장된 전지사업만 쏙 떼어가니 죽 쒀서 개준 격"이라며 허탈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터리사업부 또한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황해하는 기류가 있지만, 상장 및 우리사주 배정 기대감에 남몰래 웃는 직원도 있는 분위기다.

조선비즈

/조선DB

지난 16일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로 대표되는 전지사업부문을 분사한다는 뉴스가 나온 뒤부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각종 주식 온라인 토론방에서는 LG화학 직원들의 성토글이 이어졌다. "분사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왔다고 해도 직원 대부분 언론 보도를 통해 분사 결정을 알게 돼 다들 멍한 상태" "‘앙꼬없는 찐빵’ 회사에 다니는 셈이 됐으니 이직을 준비할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 LG화학 직원은 "집안에 나름 똘똘해 보이는 녀석이 있어 형·누나들이 열심히 지원해 의대 보내놨더니 국가고시 합격하자마자 형·누나 돈 털어서 개업하고 호적 파서 집 나간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전 사원이 노력해 만년 적자 보던 배터리사업부를 어떻게든 먹여 살려 놓았는데 이제 좀 빛을 보려 하니 바로 분사해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물적분할과 관련한 주주총회가 통과되면, 오는 12월 전지사업을 전담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한다. 당장은 LG화학(051910)이 신설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 LG화학의 지배력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8년 차 LG화학 직원은 "배터리는 혼자 큰 것이 아니다"라면서 "석유화학사업본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광학소재사업부 직원들 또한 전지사업에 함께 힘쓰면서 성장에 기여했다. 타 부서 직원들은 모두 허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설 회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은 우리사주(社株)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 우리사주 제도는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때 발행 주식의 20%를 직원에게 우선 배정해 직원에게 자산 증식의 기회를 주는 대표적인 기업복지 제도다. 다만 우리사주 물량은 상장 후 1년간, 최대주주는 6개월간 보호예수돼 팔 수가 없다.


전지사업부의 한 직원은 "상장 시 20%가량이 우리사주로 배정되고 비율은 근속연수에 따라 차등을 둘 것으로 보인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후에도 상한가를 몇 번은 갈 것으로 기대돼 이직을 준비하던 동료들도 자사주를 받을 때까진 기다린다고 태세를 전환했다"고 했다.


우리사주를 들고 있다가 상장으로 주가가 5배 이상 폭등한 SK바이오팜 직원들 사례가 남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주식 토론방에는 "평생 벌어도 손에 못 쥘 돈을 ‘한방’에 벌어들인 SK바이오팜 직원들처럼 LG에너지솔루션도 대박이 가능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바이오와 달리 제조기업은 직원이 많아서 그렇게까지는 대박이 어려울 것"이란 글도 올라왔다.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엔 우리사주를 진행하지 않아 대박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눈에 띄었다. 한 직원은 "회사 내부에서 나스닥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었다가 마음을 다잡는 동료들도 있다"고 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