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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스타벅스가 배달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by조선비즈

코로나에 매장 폐쇄하고 좌석 줄였지만 상반기 매출 신장

섣불리 배달했다 커피 맛 떨어질라… 배달 도입 신중히 검토 중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커피 업계가 배달에 뛰어들었으나 스타벅스는 아직 배달을 공식 도입하지 않았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확정된 건 없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왜 배달에 머뭇거리는 것일까.

조선비즈

스타벅스 매장. /트위터 캡쳐

6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다른 카페와 달리 100%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맹점은 매출이 떨어지면 본사에 항의하고 대책을 요구할 수 있다. 이디야, 커피빈 등 다른 카페들이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님이 줄자 신속히 배달을 도입한 이유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직영점이라 이런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스타벅스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9371억원, 88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17.8% 늘었다. 경기 파주 등 몇몇 점포에서 확진자가 나와 문을 닫고 코로나 예방을 위해 테이블과 의자를 줄인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다. 일정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데 굳이 서둘러 배달에 뛰어들 필요 없는 이유다.


오히려 섣불리 배달을 하게 되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커피의 생명은 풍미(風味)와 향인데, 배달로는 이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71년 미국에서 원두 파는 가게로 시작한 스타벅스는 현재 콜드브루, 디카페인 등 다양한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숙련된 바리스타가 30여 가지 원두를 전용 추출기로 볶아주는 리저브 바(Reserve Bar)도 국내에서 50개 넘게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하는 과정에서는 커피가 식거나 얼음이 녹아 맛이 변하고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커피를 마시러 매장에 방문했다가 계산대 옆에 진열된 케이크 등 다른 디저트까지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배달을 도입하면 이런 ‘동반 구매’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업계 1등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곳이다. 2014년 업계 최초로 비대면 주문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를 도입했다. 모바일 앱으로 커피를 미리 주문하고 매장에서 받는 식으로 점심시간 등 손님이 몰려 대기가 길어지는 불편을 해소하고 매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말 다이어리·레디백·알비백 열풍으로 기획상품(MD) 문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런 스타벅스가 다른 카페들이 먼저 도입한 배달을 따라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온다.


배달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아니다. 스타벅스는 미국과 중국에서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중국 현지 카페인 루이싱커피가 급부상하자 2018년 알리바바와 손잡고 배달을 도입했고, 지난해 미국에도 배달 서비스를 확대했다.


올해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면서 배달 서비스의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 팬데믹으로 주요 도시 매장이 폐쇄되면서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올해 2분기 글로벌 매출은 42억2000만달러(약 5조619억원)로 전년 대비 38% 줄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중국 매출이 각각 40%, 19% 줄었다. 순손실은 6억7840만달러(약 7645억원)로 2013년 이후 7년 만에 분기 수익을 내지 못했다.


스타벅스는 국내에도 배달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구인 사이트에는 스타벅스 배달 관련 채용 공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협력사인 큐앤피플이 배달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 채용 공고를 올렸다가 공고를 내렸다"며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큐앤피플은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개발을 맡은 곳이다. 이에 업계에선 스타벅스가 사이렌 오더로 주문을 받고 배달 대행 업체를 통해 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수수료 문제 등으로 우선 순위에서는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홍다영 기자(h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