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인사 시즌… 삼성·현대차·SK·LG가 택한 키워드는

[비즈]by 조선비즈

코로나19와 함께했던 올해도 연말 인사 시즌은 어김없이 돌아왔습니다. 3·4세 경영이 본격화된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강해진 올해 인사의 향방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국내 주요 그룹들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인사를 할지 주목됩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의 올해 인사는 ‘체질 개선’과 ‘안정’이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둘 중 어느 것에 방점이 찍히느냐가 관건인데요. 체질 개선이 우선시될 것으로 보이는 그룹은 총수가 바뀌고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현대차(005380)그룹과 삼성그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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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조선DB

지난달 새로 취임해 전면에 나선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키워드는 ‘모빌리티 혁신’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수시인사 체제로 바뀌었지만, 내달 초 임원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첫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소전기차·자율주행·UAM(도심항공 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로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들 산업 환경의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외부 인재 영입과 1970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편인 정 회장과 발맞춰 그룹을 변화시킬 젊은 인재의 깜짝 발탁 여부가 주목됩니다. 정 회장은 앞서 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를 신설하고 담당 임원에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부회장급의 거취도 관심인데요. 지난 2018년 정 회장은 당시 수석부회장 승진 후 정몽구 명예회장(당시 회장) 시대를 함께 했던 주요 부회장들을 2선 후퇴시킨 바 있습니다. 이에 김용환 현대제철(004020)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000720)부회장 그리고 오너일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지금까지 남아 있는 부회장들에 대한 인사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용환 부회장 등 기존의 이인자들은 스스로 용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통상 12월 초 정기 인사를 해 온 삼성그룹의 인사 내용 중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 본인의 인사입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회장 자리에 이 부회장이 언제 오를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다만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 등 사법리스크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회장 승진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의 주력 부문인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부회장, 고동진 무선사업(IM) 부문 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등 ‘3각 부문장’ 체제도 3년이 된 만큼 계속 유지할지 여부도 이번 인사에서 드러날 전망입니다. 3각 부문장 체제가 내년에도 이어지면 더 장기화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들 실적이 좋은 만큼 이들 대표이사 3인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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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 /조선DB

체질 개선보다 안정에 좀 더 중점을 둔 곳은 LG(003550)그룹과 SK(034730)그룹입니다.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빠른 이달 말 인사를 할 예정인 LG그룹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아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부회장단 대부분이 유임할 전망입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올 3분기 2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LG전자의 권봉석 사장의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LG화학(051910)의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에 따른 인사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다음 달 1일 분사될 ‘LG에너지솔루션’의 이사회 의장으로는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초대 사장으로는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음 달 초 사장단과 임원인사가 예정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평소 강조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가 인사에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러나 변동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말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위원회 가운데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이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으로,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총괄사장이 에너지·화학 위원장으로 재선임된 만큼 유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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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한 이재용(오른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한자리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인사를 앞두고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며, 이를 반영하는 인사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2020.11.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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