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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원조 논란 'QNED' TV… '제품 먼저' LG vs '개념 우선' 삼성

by조선비즈

LG전자 미니 LED TV를 ‘QNED’로 브랜드화… ‘퀀텀닷 나노셀+미니 LED’ 의미

QNED, 삼성디스플레이가 먼저 정립한 기술 개념… 제품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QLED 두고 벌인 용어 갈등 QNED로 번질 조짐… 디스플레이 서열 논쟁이 배경


LG전자가 미니 LED TV 신제품의 이름을 ‘QNED’라고 붙였다. 신제품에 적용되는 ‘퀀텀닷(QD) 나노셀(Nanocell)’ 기술을 표현한 것이 바로 QNED라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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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미니 LED TV인 QNED./ LG전자 제공

하지만 이미 QN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개발에 착수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알려져 있다. ‘퀀텀 나노 발광다이오드(Quantum Nano Emitting Diode)’라는 기술의 앞 글자를 딴 말이 ‘QNED’다. 제품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술 개념은 먼저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QNED를 둘러싼 원조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더욱이 LG와 삼성은 QLED(QD-LCD)라는 용어를 가지고도 법적 분쟁을 겪은 바, 이 갈등이 QNED를 통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LG전자 QNED… 미니 LED 사용한 LCD TV에 퀀텀닷 나노셀 기술 접목

LG전자는 지난 29일 온라인 기술 설명회를 통해 미니 LED TV 신제품 ‘QNED’를 내년 초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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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QNED 기술 구조도./ LG전자 뉴스룸

LG전자는 QNED에 대해 미니 LED TV에 ‘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라는 기술을 접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노셀 기술은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QD-LCD·퀀텀닷 LCD TV)에 대항해 내놓은 컬러필름이다. 백라이트에 붙어 색 표현력을 높이는 데 작용한다. 필름 위에 입자를 1㎚(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크기로 발랐기 때문에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는 기존의 나노셀에 퀀텃담 기술을 조합한 것이다. 퀀텀닷은 전류를 받으면 자체 발광하는 퀀텀(양자)을 주입한 반도체 결정으로, 역시 색 표현력 등에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TV가 빨간색을 표현하려고 할 때, 빨간색의 파장에 섞이는 노랑, 주황색 등을 걸러내 보다 선명하고 깨끗한 색상을 낸다.


퀀텀닷 기술은 이미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군인 QLED(QD-LCD) TV에 사용되고 있다. QLED는 기존의 LCD TV에 퀀텀닷 필름을 입힌 것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SUHD TV’를 내놨고, 2017년부터는 QLED를 아예 브랜드화해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QNED… 스스로 빛 내는 무기물 디스플레이, OLED와 반대 개념

삼성디스플레이의 QNED는 제품명이 아닌, 기술 이름이라는 점에서 LG QNED와는 결이 다르다.


삼성의 QNED 기술은 나노로드라고 부르는 긴 막대기 모양의 청색 LED를 발광 소자로 삼는다. 무기(無機) 소자가 빛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유기(有機)화합물을 채용한 OLED와 대척점을 이룬다. 긴 수명과 적은 잔상(번인·Burn in), 낮은 전력소모를 장점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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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QNED 발광 개념도./DSCC·DB금융투자 제공

이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시범 생산 중인 QD-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다. 구조는 QD-LED와 비슷하나, 제조 과정에서 더 복잡한 기술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삼성의 QD-LED 다음 디스플레이를 QNED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제품화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10월까지 QNED 관련 특허를 125개 냈다. 이 가운데에는 QNED의 핵심요소인 나노로드 발광다이오드의 수율(收率·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특허도 포함돼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QNED TV의 양산 시점을 2025년 이후로 분류하고 있다.

 QLED에 ‘소비자 혼란’ 지적했던 LG… "삼성이 먼저 꺼낸 QNED 사용은 내로남불"

LG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QNED라는 용어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업계에서는 ‘원조 논란’이 나온다. 제품명에 갖다 쓴 LG가 먼저냐, 앞서 기술을 밝힌 삼성이 먼저냐는 것이다.


LG전자 측은 두 QNED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실체’에 있다고 본다. 아무리 기술 개발을 외쳐봤자, 먼저 나온 제품명이 우선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 9월 LG전자는 특허청에 QNED·QNLED·NQED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고,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에서도 상표 등록을 했다.


앞서 한 때 두 회사는 QLED라는 용어로 갈등을 겪었다. 삼성전자가 제품명에 붙인 QLED에 대해 LG전자 측이 소비자 혼란을 이유로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를 신고한 것이다.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 QLED(QD-LCD)는 진정한 QLED(QD-LED)가 아니라는 게 LG전자의 당시 주장이었다.


같은 해 6월 삼성전자는 퀀텀닷(QD) 필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LG전자가 괜한 트집을 잡는다며, 공정위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 분쟁은 지난 6월 공정위 중재로 일단락됐다.


LG QNED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온다. LG전자의 논리대로라면 QNED는 QNLCD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의 QNED 기술이 있는데, 굳이 제품명으로 써야 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든 LG든 어쨌든 QLED와 QNED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한 것 뿐인데, 당시 LG전자가 과반응한 측면이 있다"며 "QNED건으로 LG전자는 ‘내로남불’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정석 LG전자 HE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그동안 퀀텀닷에 나노셀을 결합하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왔기 때문에 QNED라는 이름은 단기간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그 전부터 로드맵에 있었고 기술이 가시화 되면서 상표권을 등록한 것"이라고 했다.

QNED로 촉발된 디스플레이 서열 정리… LG "OLED 아래"-삼성 "QLED 위"

용어 논란은 별개로, LG전자의 QNED(미니 LED TV) 전략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디스플레이 서열을 한 방에 정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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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QLED TV./ 삼성전자 홈페이지

나란히 같은 시기에 미니 LED TV 신제품을 내놓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제품 포지션이 다르다. 삼성전자의 경우 별도 브랜드 작업 없이 미니 LED TV를 QLED 라인업에 최상위에 넣고, LG는 별도 브랜드인 QNED를 통해 OLED 아래급으로 미니 LED TV를 설정했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 담당은 "미니 LED가 가진 향상된 밝기와 명암비가 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를 만나 LCD로 낼 수 있는 최상의 화질을 선사한다"며 "QNED는 LCD 진화의 정점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 담당은 "백라이트가 있는 TV는 나노셀에서 업그레이드된 LG QNED, 즉 미니 LED TV가 된다"며 "포지션으로는 OLED TV가 가장 최상위고, QNED, 나노셀 TV 순"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해 온 OLED-QLED 구도에 미니 LED TV가 껴들어 옴으로써 OLED-미니 LED-QLED 순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인식도 그렇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는 미니 LED TV 신제품을 내놓으며 LG는 OLED 아래로, 삼성은 QLED 최상급으로 삼아, 결과적으로 OLED가 가장 우수한 기술이 됐다"며 "OLED와 QLED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을 펼쳐온 두 회사의 기술 서열이 미니 LED TV를 통해 정리된 느낌"이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