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우리가 중국을 무시해선 안될 이유, 양왕 U9
BYD의 하이엔드 전기 슈퍼카 ‘양왕 U9’이 보여준 성능은 충격에 가깝다. 1290마력, 정교한 서스펜션, 압도적 주행 안정성까지—중국차를 더 이상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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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동차 시장을 볼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중국 브랜드는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무서운 속도로 가져가고 있다.
지난 2016년, NIO EP9은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슈라이페 공도주행불가부문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비록 보름만에 맥라렌이, 1년 뒤에 포르쉐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순위표에서 사라졌지만, ‘중국이 만들어낸’ ‘최고속’ ‘전기’ ‘스포츠카’ 라는 4가지 요소는 전세계 자동차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번에 경험해본 모델은 이 모델이 선사했던 충격 그 이상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전달해준 모델인 양왕 U9(Yangwang U9/仰望U9)이다. 과연 충격을 넘어선 공포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 차를 국내 최초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먼저 주의할 점은, U9은 두가지 버전이 있다는 점이다. 기본형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은 1290마력에 불과(!!) 하다. 그야 말로 ‘최강의 성능’이라고 할 만한 모델은 30대 한정 생산된 U9 Xtreme으로, 전후 각 2개씩 총 4개의 모터를 이용해 3019마력(PS)를 발휘한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의 기록을 갱신하고, 최고시속 496.22km로 달린 모델은 이 한정판 모델이고, 이번에 시승한 것은 기본형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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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에 앞서 믿기 힘든 점은, BYD가 자랑하는 e플랫폼 3.0을 사용했다곤 하지만 80kWh 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하고 45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450km는 중국의 주행거리 인증 기준 CLTC에 기반한다. 하지만 한 대당 한국 및 외신 기자 포함 40명에 달하는 인원이 연이어 타고 달렸다. 이런 상황에도 주행 성능이 유지되고, 배터리가 남아있다는 것은 분명 충격적인 부분이다.
이번에 U9을 타고 달린 곳은 BYD가 허난성 정저우에 약 9조원을 들여 설립한 일종의 드라이빙 센터다. 총 거리 약 1.7km. 약 500m 길이의 고속 직선주로와, 좌(左)코너 4개, 우(右)코너 5개로 구성됐다.
먼저 마주한 U9의 외관은 가히 ‘폭력적’이다. 물론 맥라렌을 닮았다거나, 포르쉐를 닮았다거나 하는 디자인의 유사성도 분명 있다. C 형으로 큼지막하게 들어간 헤드램프, 과격하게 튀어나온 전면 휠하우스와 납작하게 짓눌린 프론트 헤드는 기대감이나 호기심보다는 긴장감을 자극한다.
여기에 하늘로 올라가는 시저 도어를 개방하니, ‘어디, 나와 함께 달려볼텐가?’같은 제안 보다는 오성홍기를 들고 당당히 서있는, 손 대지 말라는 위압감을 풍기는 홍위병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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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립과 사이드스커트, 리어 디퓨저와 스완 넥 형태의 스포일러까지 대부분의 요소가 탄소섬유로 구성됐다. 양왕 U9의 공차 중량은 약 2475kg. 포르쉐 타이칸과 비교해 약 130kg 가량 더 무겁지만, 발휘하는 성능을 고려하면 경이롭기 그지 없다.
길고 굵게 연결된 LED 테일램프는 이 차의 시그니처 중 하나. 전기의 전(電)을 의미하는 갑골문자를 활용한 브랜드 로고에서 전후좌우로 뻗어나가는 빨간 줄은 가히 ‘대륙의 기상’을 연상시킨다. 글로벌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중국향은 완전히 빼진 못한 셈이다.
실내는 맥라렌을 연상시킨다. 좌우 대칭의 단순한 인테리어, 헬멧을 염두에 둔 더블버블 스타일이 적용됐고, 디스플레이는 운전대 앞에 얇고 좌우로 긴 화면이 하나, 중앙에 세로로 긴 화면이 하나 자리했다. 일부 버튼의 배열은 다르지만, 맥라렌의 것을 참고했다는 점은 한 눈에 알아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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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버블 스타일의 루프는 외관에서는 티가 나지 않는다. 약간이지만 선셰이드를 통해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글래스 루프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매끄러운 실루엣으로 외관을 마무리하고, 실내는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 셈이다.
코스 진입을 위해 차에 올라탄다. 벨(BELL)의 두터운 안전 헬멧이 걸려 탑승이 쉽지 않다. 시트를 뒤로 밀고, 낮추고, 등받이도 조절해 겨우 탑승에 성공한다. 타고 내리기 힘든 것이 슈퍼카 또는 하이엔드 스포츠카의 미덕이라곤 하지만, 이 차는 유독 더 하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가장 타고 내리기 힘들었던 모델이 포르쉐 918 스파이더다. 이 모델은 카본으로 구성된 두꺼운 턱이 있어 다리를 넣기 쉽지 않다. 하지만 양왕 U9은 하부는 매끈한 대신, 상부는 비좁다.
우여곡절 끝에 몸을 밀어넣었다. 시트는 1000마력이 넘는 전기 스포츠카 답지 않게 굉장히 부드럽고 편안한 착좌감을 선사한다. 하늘 높이 치솟은 시저도어는 팔이 닿긴 하지만, 천장에 자리한 버튼 한번으로 우아하게 닫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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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경험해본 적 없는 서킷인 만큼 현지 인스트럭터가 선행했지만 주행에는 자비가 없다. 코스-인과 동시에 맞이한 약 500m 길이의 직선 주로에서는 타이어 예열도 없이 ‘풀 악셀’을 전개한다. 짧은 순간에 속도계는 시속 180km을 넘긴다. 그야 발로 폭발적인 가속력이다.
이런 느낌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뒷통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U9의 느낌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속도가 붙을 수록 앞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속도와 코스에 몰입되는 느낌을 선사한다.
시속 200km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 180도의 헤어-핀 구간이 나타난다. 브레이크 페달을 부러뜨릴 기세로 밟은 순간, 차 전체가 바닥에 내려 앉는 느낌으로 강한 제동이 걸린다. 급격한 제동이 이루어질 때는 가속도로 인해 탑승자는 앞으로 몸이 숙여지고, 이를 잡고 버티는 브레이크로 인해 차체는 전면부가 내려앉는 노즈-다운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U9은 앞쪽이 아닌 전체가 일관되게 내려앉는 느낌이다. 카본 세라믹 디스크는 예민하지만 일관되고 강력한 제동력을 선사해줬고, Disus-P 시스템은 차체를 완벽하게 잡아준 결과다.
온라인에서 양왕 U9이 점프를 한다거나, 춤을 추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DiSus-P를 강조하기 위한 퍼포먼스다. (BYD의 주장에 따르면) 양왕 U9에는 가변 댐핑을 제어하는 DiSus-C, 에어 서스펜션을 제어하는 DiSus-A, 유압 시스템을 제어하는 DiSus-P의 세 가지 시스템이 모두 적용됐다. 그 중에서도 주행과 관련해서는 DiSus-P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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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압만으로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믿음과 불신이 공존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어쨌든 양왕 U9은 이러한 모습을 구현해 냈다. 헤어-핀에 이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코너에서도 이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브레이크 포인트를 지나쳐 고속으로 코너에 차를 집어 던져도 거동은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기대했던 ‘와장창 엔딩’은 벌어지지 않는다.
양왕 U9의 가격은 약 3억 2,320만원(현지 기준)이다. 혹자는 “중국 차에 3억?”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같은 금액이라면 전통의, 그것도 우렁찬 배기음과 기름 냄새 진하게 풍기는 슈퍼카가 충분히 구매 선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에, 부정할 수 없을 수준의 고성능의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어냈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이 차를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있을지언정, 결과는 분명하게 있다.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는 더이상 쉽게 생각하고 넘길 대상이 아니다. 충분한 위협이다.
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