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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토요타 알파드,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넘어라

by카매거진

우리나라의 미니밴 시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동안 여러 모델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나름의 팬층을 만들어냈지만 저렴한 가격과 국내 실정을 반영한 이들이 쏟아낸 물량의 한계는 이겨내지 못했다. 어쩌다보니, 우리나라 미니밴 시장은 카니발의 왕국이 되었다. 물론 기형적인 버스전용차로의 혜택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토요타는 우리나라 미니밴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민다. 2011년, 시에나 3세대 모델을 국내에 선보인 이래 꾸준히 판매를 이어왔다. 모델 변경 주기에 따라 잠시 판매가 중단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미니밴 판매를 포기한 적은 없다. 그만큼 진심이란 뜻이다.


그런 진심을 담아, 이번에는 변신로봇 같은 외관과 궁극의 편안함을 담고 있다는 ‘알파드’를 국내에 출시했다. 2002년 첫 생산 이후 4세대까지 온 나름 탄탄한 입지의 모델이지만 국내에는 생소하다. 과연 토요타의 새로운 무기 알파드는 우리나라 미니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까. 또한 소문처럼 압도적인 편안함을 선사할 수 있을까.

이번 토요타 알파드 미디어 시승회는 경기도 가평 소재의 아난티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도 원주를 왕복하는 코스로 구성됐다. 유명산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달려보는 복합코스다. 미니밴을 타고 와인딩 코스와 고속도로라니. 아무리 편안하다고 정평이 난 알파드여도 걱정이 앞선다.


먼저 실내외를 꼼꼼히 살핀다. 도저히 적응이 쉽지 않은 디자인이다. 크기는 길이*폭*높이 5005*1850*1955mm로 카니발보다 짧고, 좁지만 더 높다. 이런 크기 때문에 실내에서의 공간감은 비슷하지만 공간의 활용성은 확연히 떨어진다. 미니밴이지만 짧은 길이, 대형 미니밴에 속하지만 우리나라나 북미 시장이 아닌 일본 내수를 집중 공략했기 때문에 좁은 폭, 그럼에도 한컷 끼운 높이의 어색함이 모두 담겼다.


단단한 갑옷을 입은 듯한 전면부 그릴은 토요타에 미안하게도 현대차의 투싼이 연상된다. 물론 출시 순서를 따진다면 알파드가 2015년 출시했던 3세대 모델부터 사용했기 때문에 투싼을 보고 알파드를 연상시키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국내에는 출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싼 닮은 그릴이라는 억울한 오명을 쓸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그릴 안에 절묘하게 숨어들은 조명도 투싼의 그것과 유사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알파드가 먼저 사용한 형태다.

전면부의 괴기함은 측면, 후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찌보면 한결 같은 디자인이다. “황소가 앞으로 달려나가는 ‘듯’한 형상을 옆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씁쓸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B필러 부분에 뾰족하게 올라온 형상이 황소의 뿔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운전석과 뒷좌석을 구분하기 위한 나름의 외부 장식요소였던 부분을 4세대에서 축소, 동시에 디자인 연결성을 가져가기 위해 소심 또는 세심하게 남겨둔 부분을 황소라고 지칭한 것이다.


뒷모습은 전면부 못지 않은 갑각류 스타일의 테일램프가 시선을 잡아끈다. 얼핏 날개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와닿는 디자인은 아니다. 거기에 짧은 차체의 활용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수직으로 떨어지는 트렁크 라인은 좁디 좁은 일본의 주차공간의 반영이다.


그럼에도 트렁크 부분에서 칭찬할 점이 있다. 이런 구조적 형상 때문에 트렁크 도어가 상당히 거대한 편인데, 경쟁모델 트렁크 열 듯 열면 사용자는 턱을 칠 듯 올라오는 문을 피해 뒷걸음 칠 수 밖에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 트렁크 개폐버튼을 테일램프 하단, 그것도 좌우에 모두 배치했다. 전동식으로 작동되는 이 버튼은 열림 버튼과 닫힘 버튼을 따로 배치해 좁은 공간에서도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트렁크 테두리를 비롯, 도어를 지탱하는 쇽 업소버와 도어 내부에 압력센서를 배치해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예방했다. 상당히 예민하게 설정된 이 센서는 힘을 주지 않고 살짝만 걸려도 바로 트렁크의 작동을 멈춰세운다.


실내는 미니밴 보다는 준대형 SUV에 준하는 구성을 갖고 있다. 미니밴임에도 전면유리와 멀찍이 떨어진 시트 공간은 앞쪽으로 몸을 바짝 당긴 느낌을 없애준다. SUV를 운전하는 느낌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덕분에 미니밴이 생소해도 운전에 큰 무리가 없다.


또한 뒷좌석의 편의기능을 보조하기 위한 버튼을 제외한다면, 최근 출시한 크라운이나 RAV4 PHEV, 하이랜더와 유사한 구성을 갖고 있다. 최근 토요타의 차종을 관심있게 지켜봤다면 큰 어려움 없이 익숙하게 조작할 수 있는 형태다. 500ml PET 음료를 거치하는데 최적화된 컵홀더는 다소 쌩뚱맞은 위치에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자리에도 컵홀더가 있기 때문에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

2열 좌석은 알파드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자리다. 특히 국내에 선보인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트림은 알파드 중에서도 최상위 트림.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을 연상시키는 폭신한 구성과 저반발 메모리폼 스폰지가 적용된 오토만 시트를 적용해 나쁘지 않은 착좌감을 제공한다.


천장에는 독특한 형태가 적용됐다. 가운데에는 조명을 비롯해 옆 유리의 선쉐이드를 조작할 수 있는 버튼 및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 좌우 시트에서 개별로 조작 가능한 분리형 문 루프가 적용됐다. 탑승자의 머리 위에서 정확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문루프는 좁지만, 확실한 역할을 한다. 폭은 좁아도, 확실한 시야를 제공해 갑갑함을 없애는데 일조한다.

3열은 사람이 앉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오히려 사람이 타지 않을 때에는 처치곤란이 된다. 2열과 함께 최대 480mm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슬라이드가 적용돼 다리의 공간도 넉넉하고, 2열과 비교해 다리 공간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덕분에 짧은 길이에도 탑승자의 공간은 넉넉하다.


하지만 시트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바닥으로 접혀 들어가는 다이브 방식이 아닌, 좌우로 시트를 들어내는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3열 좌석을 펼쳤을 때는 트렁크 공간은 전무한 수준이다. 그러나 접었을 때는 시트의 등받이와 좌석 부분의 두께만큼 좌우 폭이 좁아진다. 결국, 트렁크 공간은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복잡한 심경으로 주행에 나섰다. 동승한 기자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2열과 3열을 확인했다. 먼저 2열. 실제로 사용하기 힘든 테이블과 컵홀더를 포함한 팔걸이는 그리 넓지 않은 좌우공간을 차지하며 탑승 공간을 침범한다. 융통성 없는 고위 임원의 중역의자에 억지로 앉은 느낌이다.


‘그래도 실제 주행감은 괜찮을꺼야’ 일말의 기대를 안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 멀미가 찾아온다. 4세대로 넘어오며 차체의 강성을 강화하고 시트의 잔진동을 전작 대비 1/3 수준으로 낮췄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2열의 승차감은 어지럽다. 그동안 구전동화처럼 전해진 ‘쾌적한 이동성’이 어디에서 오는지 도통 알 수 없다.

유명산의 굽이진 길에 들어서니 이러한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차체 강성을 높이기 위해 적용한 차체 하부의 V형 퍼포먼스 브레이스는 차체를 단단하게 잡고 있는데, 시트를 잡고 있는 고무 부싱과 시트의 메모리 폼은 물렁해 충격과 흔들림이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는다. 바닥은 단단하게 고정돼 흔들림과 비틀림을 잡아려드는데, 시트는 한껏 물렁해 그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한다. 일종의 동상이몽이다.


유명산을 벗어나며 차를 잠시 세우고 3열로 옮겨탔다. 두터운 오토만 시트 덕분에 3열에 앉기 위해서는 2열을 완전히 접어야만 한다.


3열의 승차감은 2열보다 버티기 어렵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루프와 트렁크 도어의 각은 탑승자의 머리 바로 위에 자리한다. 덕분에 외부에서 요동치는 와류의 소리와 흔들림이 머리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거기에 뒷바퀴 축보다 뒤에 자리하는 3열의 위치는 흔들림과 충격이 배가 되어 전해진다. 구매를 고려한다면, 특히 3열까지 사람이 탈 것을 고려한다면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반환점이 도착하기 전 동료 기자에게 다시 한번 부탁해 2열로 자리를 옮겼다.


원주에서 가평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2열과 3열에서 모두 빠르고 확실하게 찾아오는 멀미를 경험했기 때문에 운전석 만큼은 편안하길 바랬고, 다행히도 알파드는 그런 점을 충족시켜줬다.

2.5리터 하이브리드 엔진과 e-CVT 변속기는 사륜구동 시스템 E-Four 시스템과 결합돼 합산 총 출력 250마력을 발휘한다. 최근에는 이정도 출력을 내는 차가 워낙 많아 체감이 잘 안되지만, 꽤 높은 출력이다. 하지만 알파드는 이 힘을 한번에 쏟아내지 않고 느긋하게, 모든 영역에 걸쳐 천천히 쏟아낸다. 무리해서 가속페달을 짓누르면, 엔진의 굉음만 나게 된다.


쾌적한 이동의 즐거움과 편안한 미니밴을 추구하는 차에서 엔진음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방음에 꽤 신경을 썼을텐데 왜 이런 소리가 나는가에 대한 질문을 토요타도 많이 받은 모양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편안한 이동을 위한 차를 만든 것이지 움직이는 방음 부스를 만든게 아니다”라며 “숲 속에서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새 소리와 냇가의 소리처럼 주행하는 차에서는 주행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먼저 설명한다. 괜찮은 논리지만, ‘편안한 자동차’에서는 그래도 방음이 중요해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알파드가 스포츠카는 아니기에, 적정한 엔진회전수에서 차를 운행하면 이런 소리는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2.3톤에 달하는 묵직한 미니밴은 꽤 많이 신경써서 운행해야 하지만 차의 용도와 목적을 생각한다면 꽤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결국, 1열이 가장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 차의 가격은 9,920만원. 1억원에 육박한다. 경쟁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카니발 하이리무진의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다. 카니발 하이리무진의 경우, 4인승 모델에 풀패키지를 선택하면 약 9,200만원. 특장 업체의 컨버젼 모델은 1억 3천만원이 책정된다.


결국 알파드가 넘어야 할 산은 카니발이다. 우리나라를 위해 개발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편의장비 측면에서 압도하기는 쉽지 않다. 승부를 봐야 하는 점은 편안한 승차감이라는 뜻이다. 알파드가 이것을 무기로 경쟁 모델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쉽지 않은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 듯 하다.


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