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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큰 걱정이 없다

by카매거진

기아는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현대차의 모델을 배지 엔지니어링 했을 뿐이라는 오해를 꽤 받아왔다. 나름의 독자적인 특성과 성향을 보이려는 노력을 많이 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선입견에도 그럴싸한 근거가 있었다. 늘 현대차 먼저. 이를 바탕으로 기아는 몇몇 편의품목을 제외하거나 상품성을 낮춰 후발 주자로. 적자(嫡子)를 넘어서지 못하는 서자(庶子)의 설움은 겪어왔다.


이것을 깨기 시작한 것이 바로 쏘렌토다. 2020년 4세대 쏘렌토를 출시하며 싼타페 보다 빠르게 현대차그룹의 3세대 플랫폼을 사용했고, 뛰어난 연비와 단단한 디자인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갔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기차 대세론 속에서 과도기의 불필요한 형태라는 비판도 받아왔지만 그럼에도 쏘렌토와의 조합은 훌륭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5세대 싼타페에게 다시 넘길 예정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5세대 싼타페 출시 이후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며, 쏘렌토는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마침 시기도 부분변경형을 선보일 시기다. 워낙 근사한 얼굴을 갖고 나왔던 탓에 어떤 식으로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원판은 쉽사리 망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흐름을 여실히 드러냈다. 회사가 최근 적용하기 시작한 스타 맵 시그니처 라이팅의 형태를 헤드램프에 적용하며 한층 날렵한 인상을 만들어 냈다. 가로형 헤드램프는 이에 맞춰 양 끝에 세로형으로 변경됐고, 범퍼 디자인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일각에서는 캐딜락의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부분변경 전의 모습이 더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나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후면부는 폰트와 테일 램프의 미묘한 변화가 적용됐다. 모델명을 나타내는 폰트는 조금 더 각진 디자인이, 테일 램프는 스타 맵 시거니처 디자인에 맞춰 LED 램프를 확장시켰다. 소소한 변화지만 덕분에 옆모습부터 길게 연결된 형상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헤드램프부터 길게 뻗은 한 줄로 연결된 라인을 완성해 SUV임에도 날렵한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실내의 변화는 외관보다 더 많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완전히 연결된 파노라마디스플레이로 변경됐고, 운전자를 향해 살짝 꺾인 디자인이 사용됐다. 싼타페와 마찬가지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쪽이 살짝 아래로 내려간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은 흠이다.

디스플레이가 변화되면서 송풍구와 공조장치 조작부도 변경됐다. 좌우 끝부분의 송풍구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디스플레이 하단의 것은 좌우로 긴 형태로 변경됐다. 투박해도 직관적이었던 물리버튼-터치버튼 혼합식 공조장치는 최근 기아 차종에 사용되고 있는 터치식 전환 조작계가 적용됐다. 대체로 만족스러운 실내 변화지만, 그 중 가장 큰 마이너스 포인트다. 이외에도 컵홀더 하단부에 자리했던 미묘한 크기의 수납공간을 없애고 시동을 걸거나 차량 내 간편 결제 또는 발레 모드 해제 시 인증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문 인증 센서를 추가했다.


ccNC가 새롭게 적용된 것은 슬픈 장점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USB 케이블을 통한 프로젝션 서비스를 제공해왔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ccNC 적용 차종 대상에 한해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이 가능하도록 했고, 쏘렌토 페이스리프트는 그에 해당하는 몇 안되는 모델 중 하나기 때문이다.

파워트레인은 ▲2.5 가솔린 터보 ▲2.2 디젤 ▲1.6 하이브리드 3가지 형태를 모두 제공한다. 싼타페에서는 디젤 모델을 출시하지 않은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아직 디젤 수요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구성이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워트레인 다양성을 유지해 소비자를 나눠보겠다는 계산이겠으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1.6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여전히 교과서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 엔진과 전기모터는 서로에게 취약한 지점을 부드럽게 메꿔주고, 이를 통해 출력의 공백을 없앤다. 경쾌하고 스포티한 느낌은 없지만 반대로 답답함도 없다. 가족지향적 중형 SUV에 걸맞는 성능이다.


효율성은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최대 무기. 얌전하지 않은 주행 환경 속에서도 공인 연비 이상의 숫자를 보여준다. 18인치 타이어와 빌트인캠2,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적용된 시승차의 공인연비는 13.8km/L지만, 계기판에 표시되는 연비는 16km/L를 쉽게 넘는다.

간헐적으로 생기는 변속 충격은 의문이다.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은 좋지 못하다. 덕분에주행 중 예고없이 발생하는 충격은 운전자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발생하는 환경 역시 다양하다. 전기모터 모드에서 엔진 작동 시 발생하기도 하고,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 중에도 발생한다. 다만 이는 부분변경 전에도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였다. 파워트레인과 관련한 개선은 일체 없다는 증거기도 하다.


몇가지 문제점을 제외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이 소위 ‘뽑기’의 영역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쏘렌토는 구매 과정에서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무던한 디자인, 효율 좋은 파워트레인, 뛰어난 공간 활용성은 그간의 판매량이 증명했다. 최대 5,500만원, 최저 3,500만원대의 가격은 구성과 선택품목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결국 발끝 컨트롤의 문제라며 하이브리드를 선택하지 않으면 대기기간도 그리 길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쏘렌토 부분변경형은 큰 걱정이 없다. 걱정해야 할 것은 그룹에서 싼타페에 마케팅 예산을 몰아주는 것 뿐이다.


최정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