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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리뷰]

자동차 회사가 항공 박람회에 참가?...
현대차그룹의 항공산업 도전장

by교통뉴스

산하 UAM 법인 슈퍼널 앞세워 英 판버러 국제 에어쇼 참가

롤스로이스·사프란과 공동개발...항공계의 큰손으로 떠올라

현대차그룹이 산하 UAM법인 슈퍼널을 앞세워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 참가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산하 UAM법인 슈퍼널을 앞세워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 참가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지난 15일 개막한 부산모터쇼에 SK텔레콤이 큰 전시장을 마련하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국의 조비 항공과 손을 잡고 성능이 좋은 기체를 도입해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발표였다.


현대차그룹도 항공모빌리티 사업에 올인을 선언했는데, 정작 부산모터쇼에서는 항공모빌리티 관련 전시는 전혀 하지 않아서 그 배경이 궁금했다. 후발주자인 SK텔레콤이 거창한 쇼케이스를 펼쳤는데 원조 기업인 현대차그룹은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 의문은 며칠 지나지 않아 풀렸다. 현대차그룹이 산하 항공모빌리티 회사인 슈퍼널을 내세워 항공 박람회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 현대차그룹이 항공 산업 박람회에 참여한 것은 의외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요즘 잘 나가는 럭셔리카 브랜드 제네시스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적용한 수직이착륙기(eVTOL)의 실내 모형을 전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인테리어 컨셉트는 스타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를 비롯, 그룹 내 디자이너 다수가 참여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특히 기존 항공기 내부 디자인 대신 더욱 직관적인 자동차 실내 디자인 요소를 적용했다.

제네시스 디자인을 이끌었던 루크 동커볼케와 디자인팀의 작품으로 알려진 eVTOL의 실내. 사진=현대차그룹

제네시스 디자인을 이끌었던 루크 동커볼케와 디자인팀의 작품으로 알려진 eVTOL의 실내. 사진=현대차그룹

나비의 생체구조를 따랐다는 5인승 시트 디자인은 나비가 자라나는 누에고치 안에 들어온 것처럼 안락하면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구현했다. 여기에 각종 친환경 재활용 소재와 천연재료가 적용됐다.


슈퍼널은 실내디자인 컨셉트와 함께 실제 UAM을 탑승한 느낌을 주는 시뮬레이터와 버티포트(vertiport) 등 AAM(Advanced Air Mobility) 인프라에 대한 콘텐츠도 전시했다.


지난 2020년 현대차그룹의 미국 UAM 법인으로 출발한 슈퍼널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비행체 핵심기술 연구를 이끌던 신재원 박사가 CEO를 맡으며 이끌고 있다. 신재원 CEO는 현대차그룹의 AAM 사업부도 이끌고 있다.


판버러 에어쇼에는 정의선 회장도 직접 참관해 관심을 보였다. 항공업계의 거물이 모두 모이는 판버러 에어쇼에 자동차업계의 거물인 정의선 회장이 직접 찾은 이유는 대형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판버러 에어쇼에서 현대차그룹은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인 영국의 롤스로이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비행체의 추진기술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펼쳐진 이 자리에는 롤스로이스의 워렌 이스트(Warren East) CEO도 함께 했다. 이스트 CEO는 정의선 회장, 신재원 사장과 함께 슈퍼널 부스를 돌아보고 협약에 서명했다.

항공기 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의 워렌 이스트 CEO와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직접 MOU에 서명했다. 사진=현대차그룹

항공기 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의 워렌 이스트 CEO와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직접 MOU에 서명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이번 협약을 통해 롤스로이스는 현대차그룹이 개발중인 RAM 기체의 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 및 배터리 추진 시스템, 그리고 슈퍼널이 개발 중인 UAM 기체의 배터리 추진 시스템에 대한 공동연구를 2025년까지 수행하게 된다.


롤스로이스는 현재 BMW 그룹 산하로 들어간 자동차 회사 롤스로이스모터카와는 이름과 로고만 공유할 뿐 완전히 다른 회사다. 1906년 항공기 엔진 회사로 설립됐으며, 자동차와 분리 이후에도 항공 우주 및 군수, 에너지, 선박 등의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해온 항공 전문회사다.


특히 롤스로이스의 항공기 엔진 분야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롤스로이스 트렌트 엔진은 보잉777, 787 에어버스 A380, A350 등 보잉과 에어버스 간판기종 대부분에 탑재된다. 미국의 제네럴 일렉트릭, 프랫&휘트니와 함께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의 항공산업 파트너는 롤스로이스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프랑스 항공 엔진 기업인 사프란(Safran)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프란은 현대차그룹의 AAM 기체에 탑재될 추진 시스템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사프란 역시 항공강국 프랑스의 항공기 및 로켓 추진체 등 다양한 항공우주·방위산업 장비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회사다.


정의선 회장은 판버러에서 보잉 등 메이저 항공업체 수장들과 잇따라 만남을 가지며 AAM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동차를 넘어서 종합 모빌리티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이 주목한 산업은 항공산업이다. 그 첫 번째 시도로 알려진 도심항공모빌리티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걸림돌이 많다. 북한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방공망이 갖춰진 수도권의 하늘에서 수많은 소형 항공기들이 안전하게 날아다닐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


우리나라의 하늘길을 잘 아는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점을 들어 우리나라에서 UAM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항공사업은 단순히 도심에서 대형 드론을 띄우는 것만은 아니다.


보다 진보된 항공모빌리티인 AAM은 큰 활주로와 촘촘한 관제 시스템이 없어도 안전하게 하늘을 다닐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꼭 도심이 아니더라도 포인트 A에서 포인트 B까지 공간과 시간 제약 없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일 것이다.


오염물질 배출이 없이 빠르게 날 수 있는 추진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현대차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항공사업의 일부다. 설령 항공모빌리티 사업이 날개가 꺾이더라도 무공해 추진 기술이 항공산업의 판도를 바꾸게 되면 또 다른 먹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이뤄냈다. 차를 잘 만들면서 제조역량을 키웠고, 제네시스 등 럭셔리 브랜드도 뛰어난 디자인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료전지, 전기차 배터리 등 신기술 역량도 만만치 않다.

항공모빌리티 사업이 날개를 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현대차그룹

항공모빌리티 사업이 날개를 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공들여 영입한 신재원 AAM 본부장은 “슈퍼널은 현대차그룹 등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부품, 건설, 로봇 및 모빌리티 솔루션 등 50개 이상의 계열사 및 외부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직접 만들거나, 필요한 부분은 다른 회사와 손잡고 구해오는 유연한 정책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빠르게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새로운 사업은 잘못될 수도 있지만 여러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역량을 키운 현대차그룹은 실패할 것 같지 않다. 이 회사의 미래가 기대된다.


[교통뉴스=민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