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산호사해변, 그리고 '시월애'
"당신의 인생 영화는 뭔가요?"
갑작스런 질문에 머리가 새하얘진 느낌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옆에 앉은 누군가가 말한 어느 영화에 "나도 좋아한다"고 맞장구쳤다. 며칠이 지나고 문득 영화 한 편이 보고싶어졌다. 아침부터 장마비가 세차게 내렸고 평소와 달리 이른 아침에 일어난 날이었다. TV를 켜고 IPTV 목록을 한참이나 뒤진 끝에 나는 마침내 재생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영화 <시월애(2000)>와 산호사해변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시월애(2000)'. 영화를 본 지 1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설레는 오프닝이었다. 청년 이정재와 풋풋했던 신인시절의 전지현, 영화 세트였다는 게 너무나도 안타까웠던 바다위의 집 일 마레(IL MARE). 촉촉히 감성에 젖어 영화를 보다가 낯익은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산호사해변. 우도.
우도 산호사해변(서빈백사) 2013 |
우도 산호사해변(서빈백사) 2013 |
은주(전지현 분)는 산호가 부서져 하얀 모래가 된 그곳에 집을 짓고 평생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은주와 성현(이정재 분)은 산호사해변에서 만나기로 한다. 결국 그들은 그곳에서 만나지 못했지만. 16년 전, 스크린 너머 풍경에 반해 언젠가 꼭 가보겠다고 다짐 했으면서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몇 번이나 다녀왔으면서도 그곳을, 영화를 떠올리지 못했다. 어쩌면 영화 속 평화로운 모습과 지금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도 산호사해변(서빈백사) 2013 |
우도 산호사해변(서빈백사) 2012 |
산호사해변은 서빈백사, 홍조단괴해변이다. '산호사'말고 다른 이름은 어쩐지 덜 낭만적인 느낌이다. 산호사해변에 가려면 제주를 거쳐 우도에 가야한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섬 속의 섬' 우도를 찾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 않아서 영화 속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요즘의 분위기는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배가 항구에 닿는 순간부터 바퀴가 달린 것을 타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데다가 줄줄이 도열한 관광버스와 렌터카가 굉음을 내며 달려 번잡하고 또 번잡하다.
우도봉 2012 |
우도봉(서빈백사) 2013 |
소란스러운 낮 시간이 지나고 막배가 섬을 떠나고 나면 우도는 다시 조용함이 미덕인 시절로 돌아간다. 느릴 수록 더 아름다운 풍경. 내가 사랑하는 영화 <시월애> 속 모습으로.
우도 산호사해변(서빈백사) 2013 |
제주-우도 배편 정보
전체시간표보기 http://www.udoship.com
- 성산발 첫 배 08:00, 마지막 배 17:00~18:30
- 우도발 첫 배 07:00~07:30, 마지막 배 17:00~18:30
* 소요시간: 15분(약 3.8km)
우도행 배편 요금
- 일반: 성인 기준 편도 3500원, 왕복 5500원
- 자동차: 경차 1만 2800원, 중소형차 1만 5000원, 대형 1만 7200원
제주행 배편 요금
- 일반:편도 2000원
- 자동차: 경차 8800원, 중소형차 1만 1000원
우도순환버스 관광
- 코스 : 지두청사(우도봉)-검멀래-동안경굴-하고수동해수욕장-서빈백사(산호사해변)
- 소요시간 : 약 2시간
- 이용요금 : 1인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