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침대로 날아드는 특별한 숙소, 스리랑카 반얀캠프

채지형의 여행살롱 52화

스리랑카 반다라나이케(Bandaranaike) 국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스리랑카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기대도 없었습니다. 신혼여행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을 여행하다, 갑자기 스리랑카를 생각해냈기 때문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저희 둘 다 너무나 좋아하는 나라였지만 그다지 새롭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신혼여행 세달 째 접어든 어느 날 ‘전혀 다른 곳으로 떠나보자’라고 뜻을 모으게 되었거든요. 인도에서 너무 멀지 않고, 둘 다 가보지 않은 미지의 나라, 이렇게 두 가지가 선택의 기준이었습니다. 기왕에 비행기 티켓이 저렴하면 더 좋고요. 그렇게 들어간 스리랑카. 상상하지 못한 즐거움이 숨어있었습니다. ‘이제야 스리랑카를 발견하게 되다니!’라며 무릎을 쳤을 정도니까요. 앞으로 스리랑카 여행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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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공간

첫 번째 이야기는 반얀캠프라는 숙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반얀트리 호텔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반얀트리는 고급 호텔 체인 이름이고요. 반얀캠프는 스리랑카 시골에 자리한 자그마한 에어비앤비 숙소입니다.

 

스리랑카 숙소를 찾기 위해 호텔 예약 사이트를 뒤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도 둘러보고요. 스리랑카는 자연친화적인 나라라,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 트리하우스가 적지 않았습니다. 독특해 보이는 모습에 트리하우스가 끌렸습니다. 며칠은 트리하우스에서 묵어보리라 마음을 먹고, 트리하우스를 집중적으로 찾았습니다. 그러다 리뷰를 보는데,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리뷰가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할 줄 몰랐다.’, ‘놀랍다(awesome)’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쩌면 그렇게 세밀하게, 진정성 넘치는 글이던지. 궁금하더군요. 도대체 어떤 집인지요. 그래서 무작정 가기로 작정했습니다.

 

정작 숙소를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푸탈레라는 아름다운 산악마을에서 반얀캠프가 있는 함베가무와까지는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었거든요. 헤맬 각오를 하고 이른 아침 가방을 챙겼습니다. 첫 번째 목표지점은 발랑고다. 반얀캠프 호스트인 수하이네가 발랑고다에서 버스를 갈아타라고 알려줬거든요. 발랑고다 터미널까지는 잘 도착했습니다. 

 

다음은 타나마윌라행 버스를 타는 것인데, 사람들은 타나마윌라행 버스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이후 버스에 몇 번을 올랐다 내렸다 반복했습니다. 버스가 설까 싶은 시골 정거장에서 무작정 한두 시간 버스를 기다리기도 했고요. 미지의 숙소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반딧불이 침대로 날아드는  특별한 숙

길을 인도해준 도마뱀

그나마 이른 아침 출발하길 다행이었습니다. 점심도 한참 지난 시간에야 마지막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거든요. 버스에서 내리니 우거진 풀 사이로 좁은 흙길이 하나 나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 들어섰습니다. 어디에선가 커다란 도마뱀이 나타나더군요. 안내라도 하듯이 앞장서는 도마뱀을 따라 걸었습니다.  

반딧불이 침대로 날아드는  특별한 숙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반얀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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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멋드러진 나무와 벤치 (오른쪽) 진흙으로 만든 낮은 벽과 푹신한 소파

문은 따로 없었습니다. 넓은 잔디밭과 뛰노는 강아지들이 맞아주더군요. 팔미라 잎으로 지붕을 얹은 건물 한 채가 덩그러니 서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습니다. 커다란 나무테이블 앞에는 함베가무와 호수가 평화롭게 펼쳐져 있었고요. 송골송골 맺힌 땀을 훔치며 무거운 배낭을 내리자, 매니저 팻뚱이 상큼한 미소와 함께 시원한 웰컴 드링크를 가지고 다가왔습니다. 

 

머리 위에는 커다란 카누가 매달려있었고, 입구에는 흙집과 어울리는 오래된 가구가 있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대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더군요. 계단도, 벤치도, 그릇도 나무였습니다. 이름에 맞게 거대한 반얀트리도 곳곳에 서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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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을 개조해 만든 메르세데스 롯지

웰컴 드링크를 즐긴 후, 팻뚱을 따라 메르세데스 롯지로 향했습니다. 저희가 예약한 방이 메르세데스 롯지였거든요. 얼핏 보기에 캠핑카같지만, 움직이진 않았습니다. 메르세데스 롯지는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자그마한 숙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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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메르세데스 롯지의 알록달록한 트럭 프런트 (오른쪽) 우락부락한 트럭 안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든 메르세데스 롯지 내부

외관만으로도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트럭의 알록달록한 앞부분은 그대로 살리고, 지붕은 팔미라 잎으로 덮였더군요. 계단은 역시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만들었고요. 침대는 넓고 편안했습니다. 침대에 앉으니 우거진 숲과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욕실에는 개구리 세 마리가 자리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반얀캠프에 들어온 후 반나절 동안, 사람은 팻뚱 한 명밖에 못 만났지만, 도마뱀을 비롯해 개구리, 소, 강아지 등 수많은 동물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고요한 호수와 멋진 나무, 발랄한 동물과 노래 부르는 새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차를 마시며 멍하니 앉아있다 보면, 바로 앞에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공작들도 눈에 들어오고요. 분명히 숙소에 왔는데, 국립공원에 들어온 기분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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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입도 즐거운 식사시간

반얀캠프에서 특별한 것 중 하나는 음식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아무 걱정 할 필요가 없었죠. 아침에는 파파야와 파인애플, 수박, 망고 등 싱그러운 열대과일로 한 상이 차려지고, 점심때는 스리랑카 전통음식들이 아름답게 펼쳐졌습니다. 저녁에는 강에서 잡아 올린 생선튀김이 올라왔습니다. 옆에서 모닥불이 낭만적으로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타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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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에 펼쳐진 함베가무와 호수

아침에 눈을 뜨면 자연이 한 품에 들어왔습니다. 새소리를 들으며 어슬렁거리다, 갑자기 출몰하는 동물들을 관찰하곤 했죠. 오후 3시쯤 되면 생강 쿠키를 곁들인 홍차를 즐기며 엽서를 쓰다가, 저녁이 되면 와인을 기울이며 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을 감상했습니다. 

 

밤에는 놀랍게도 반딧불들이 침대에 날아들더군요. 청정지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반딧불 말입니다. 반얀캠프에서는 매일 밤 누워서 반짝이는 반딧불의 향연을 즐기는 호사를 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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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보라색 꽃이 반얀캠프 구석구석을 환하게 채우고 있다 (오른쪽) 차 한 잔과 함께 하는 오후시간

반얀캠프에서의 2박 3일. 시간이 잘도 흐르더군요. 먹고 자고 뒹구는 것 외에 특별히 한 일이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별일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은 충만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꼭 낭비는 아니라는 것, 가끔은 자연을 세포 곳곳이 넣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렸답니다. 반얀캠프 덕분에 스리랑카가 더 자주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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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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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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