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튀김과 팥죽, 광주의 대표 주전부리

주전부리 열전 ③

주전부리는 청춘이다. 지루한 자율학습을 마치고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먹던 매운 떡볶기의 맛, 일요일 추운 거리를 쏘다니다 한 입 맛본 오뎅 국물의 따끈함, 엄마 손잡고 시장에 갔다가 쪼그리고 앉아 먹던 팥죽의 기억. 주전부리는 맛으로만 먹는 음식이 아니다. 추억으로 먹는다. 그것도 아련한 청춘의 기억으로. 나트륨과 칼로리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우리는 주전부리를 사랑하니까.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은근히 찰떡궁합인 친구들이 있다. 주전부리에도 예상치 못한 어울림을 자랑하는 것이 있다. 상추튀김이 그렇다. 사랑스러운 군것질거리인 튀김과 상추를 함께 먹는 상추 튀김. 상추 튀김은 상추를 튀긴 것이 아니다.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것을 말한다. 고기도 아닌 튀김을 싸 먹는 것이 상상이 안 될 수도 있지만, 한번 먹어보면 안다. 상추로 인해서 튀김의 맛이 얼마나 깔끔해지는지.

 

상추튀김을 주문하면, 튀김을 담은 그릇보다 살짝 작은 그릇에 상추가 가득 올라온다. 이 두 가지가 끝이 아니다. 청양고추와 양파를 송송 썰어 넣은 간장 소스가 있어야 한다.

의외의 궁합을 자랑하는 상추와 튀김

상추튀김과 팥죽, 광주의 대표 주전부

광주의 명물인 상추튀김은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주전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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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와 양파가 송송 썰어진 양념을 함께 올려 싸먹으면 더 맛있다. 

마치 맛있는 한우를 먹는 것처럼 손바닥에 상추를 펴고 그 위에 방금 튀겨져 나온 따끈한 튀김 한 점을 올린다. 그 위에 간장 소스를 적신 양파와 빨간 청양 고추를 곁들여 쌈을 만든다. 그리고 한입에 쏙 넣으면, 와삭한 양파의 식감과 고소한 튀김의 맛, 그리고 상추와 고추가 전하는 깔끔한 맛에, 상추튀김을 처음 맛본 이라면 누구라도 눈이 똥그래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상추튀김이라고 해서 상추를 튀겨낸 것으로 상상했던 이들이라면, 의외의 맛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보통 튀김은 기름에 튀겨낸 느끼함 때문에, 한두 점 먹고 나면 금방 질리기 마련. 그러나 상추튀김은 상추가 느끼함을 덜어주기 때문에, 끝도 없이 튀김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상추튀김에 사용되는 튀김 종류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오징어 튀김이 주재료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김말이튀김이나 문어튀김 등 여러 가지다. 대신 튀김 크기는 한입에 들어가기 좋을 정도로 동그랗게 만들어지면 좋다. 그러나 긴 튀김을 뭉텅뭉텅 잘라서 상추튀김으로 내는 상추튀김집들도 많다.

 

상추튀김이 유명한 곳은 전라남도 광주. 1970~80년대 광주의 모습을 재현하는 충장축제에서도 상추튀김은 시대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추억의 먹거리로 선정되었다. 광주의 중심가였던 옛 광주우체국 뒤편 분식집에서 상추튀김을 맛본 추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현재는 광주 외에도 전주와 서울의 일부 분식집에서 상추튀김 메뉴를 올리고 있다. 광주에서는 충장로 진스통, 상무지구에 있는 현완단검, 대인시장의 광주상추튀김 등 여러 분식점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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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튀김가게의 상추인심은 고기집만큼이나 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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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을 넣으면 더 맛있는 광주식 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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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는 팥칼국수를 팥죽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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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은 전통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유명 팥죽가게인 매일팥죽 입구. 말바우시장에 있다. 

광주의 대표 주전부리중 하나는 팥죽이다. 팥죽이라고 하지만 새알이 들어가 있는 팥죽이 아니라, 칼국수처럼 가드다란 면이 들어있는 팥죽이다.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광주에서는 팥칼국수를 팥죽이라고 부르는 것이 굳어져 있다.

 

전통적으로 팥죽은 액운을 물리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팥의 빨간색이 귀신이 싫어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팥죽은 겨울에 많이 먹는데, 광주에서는 거의 모든 계절에 걸쳐 먹는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팥죽에 설탕을 듬뿍 넣어 먹는다는 것. 어느 팥죽집에 가든 테이블 위에 큼지막한 설탕이 담긴 그릇을 볼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은 설탕을 넣어 단맛을 즐기며 먹는다.

 

팥죽을 먹기 위해서는 시장을 찾으면 된다. 맛있는 팥죽집은 대부분 시장에 있다. 바쁘게 시장을 보고 살짝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팥죽집에 들른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비슷하다. 어렸을 때에 어머니가 시장바구니를 챙기며 “시장가서 팥죽이나 한 그릇 먹자”라고 손을 잡아끄셨던 기억이 난다.

 

팥죽으로 광주에서 가장 유명한 집은 매일식당이다. 1500원이면 맛있는 팥죽을 맛볼 수 있다. 면은 탱탱하고 팥으로 낸 국물은 곱고 맛있었다. 면과 콩, 팥 모두 원산지 국산이다. 양에 따라 1500원, 2000원, 2500원짜리가 있는데, 가장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팥죽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국수면이 아니라 옹심이가 들어간 면을 맛보고 싶다면, 동지죽을 주문하면 된다. 매일식당은 말바우 시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말바우 시장은 항상 신선한 먹거리로 가득한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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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양동시장의 통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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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옷이 얇아 바삭한 식감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주전부리라고 하기에는 가격과 크기가 넘치지만, 통닭을 빼놓을 수 없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양동통닭의 치킨은 바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인기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와 더 널리 알려졌지만, 양동통닭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했었다. 양동시장 입구에 있는데, 과거에는 이곳이 ‘닭전머리’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 닭집이 있었다. 지금은 양동통닭과 건너편의 수일통닭, 두 집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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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다양한 주전부리들이 기다리고 있다. 대인예술시장의 주전부리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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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우시장 통통베이커리의 먹음직스러운 빵들. 속이 가득한 고로케가 특히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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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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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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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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