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이면 청춘이라 전해라 대구 주전부리 3총사

주전부리 열전 ①

주전부리는 청춘이다. 지루한 자율학습을 마치고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먹던 매운 떡볶기의 맛, 일요일 추운 거리를 쏘다니다 한 입 맛본 오뎅 국물의 따끈함, 엄마 손잡고 시장에 갔다가 쪼그리고 앉아 먹던 팥죽의 기억. 주전부리는 맛으로만 먹는 음식이 아니다. 추억으로 먹는다. 그것도 아련한 청춘의 기억으로. 나트륨과 칼로리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우리는 주전부리를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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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와 호떡, 칼국수 등 내로라하는 대구의 주전부리를 다 맛볼 수 있는 서문시장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렇다면 대구는 경상도가 아니다. 대구에 있는 안지랑 양념곱창과 평화시장의 닭똥집, 칠성시장의 돼지석쇠불고기와 떡전 골목의 통닭, 동인동의 대구 찜갈비는 무엇인가. 대구에는 음식문화해설사까지 있다. 문화유산해설사는 익숙하지만, 음식문화 해설사는 생소하다. 2015년 하반기 대구시에서는 대구의 음식문화를 알리기 전담 해설사까지 동원했다.

3천원으로 맛보는 맛의 신세계

일반 음식뿐만이 아니다. 주전부리 분야에서도 대구는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대구의 10가지 맛 중 하나인 납작만두를 비롯해 신천시장 윤옥연 할머니의 마약 떡볶이,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된 서문시장 국수, 교동시장의 매운 오뎅 등 주전부리만 먹고 다녀도 3박4일이 훌쩍 흐른다.

 

종류가 너무 많아 어디에서 무엇을 먹어야할 지 모르겠다면, 3000원으로 맛볼 수 있는 대구의 주전부리 3총사에 먼저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구 주전부리 초보자들을 위해 삼총사를 묶어봤다.

대구 주전부리의 대표주자, 납작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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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교동시장의 납작만두

3. 대구 납작만두의 대명사, 미성당 납작만두

첫 번째 주자는 역시 납작만두다. 이름도 귀엽다. 생긴 것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다. 만두피가 속이 보일 정도로 얇다. 일반 만두와 납작만두의 가장 큰 차이는 만두소에 있다. 안에 김치나 돼지고기를 넣는 것이 아니라, 당면과 부추를 살짝 넣는다. 납작 만두의 맛은 불 맛이 느껴지는 만두피와 양념에 있다. 탈 듯 말듯하게 구워야 대구의 진정한 납작만두다. 그리고 대파와 양파, 고춧가루가 섞인 양념가루를 푸짐하게 뿌려 먹어야 제 맛이 난다. 납작만두로 가장 유명한 집은 미성당. 언제 가든 납작만두가 나오기를 행복하게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낮은 천장과 좁은 공간 때문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지만, 그래서 더 정겹다. 미성당이 유명하지만, 교동시장과 남문시장, 서문시장에서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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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만두피에 파와 고춧가루 양념을 솔솔 뿌린 납작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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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한 국물에 매운 오뎅이 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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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시장의 매운 오뎅

납작만두와 함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주전부리가 매운 오뎅이다. 대구가 고향인 친구는 매운 오뎅 이야기를 하면서 슬그머니 고등학교 때 추억을 꺼냈다. 매일 수업이 끝나고 나면, 참새가 방앗간에 드나들듯 교동시장에 가서 매운 오뎅에 납작 만두를 먹었다고 했다. 그 추억을 찾아 교동시장으로 향했다. 대구역 바로 건너편 골목에 있는 먹자골목은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배고픈 청춘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곳이었다. 그때 꼬부랑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지금은 또 다른 할머니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먹자골목에는 구수한 튀김 냄새와 북적북적한 사람들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1960년대 부침개를 부치던 곳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교동시장은 먹자골목의 원조로 자리 잡았다. 교동시장 먹자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주전부리는 매운 오뎅이다. 대구의 매운 오뎅은 오뎅과 국물이 따로 놀지 않는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과 양념이 오뎅 속에 다소곳하게 들어있다. 보기에는 떡볶이 국물과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맛은 확연히 다르다. 김칫국 같은 맛이 난다. 공기밥을 말아먹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미 배는 남산. 참아야했다. 욕심을 버리고 아쉬운 대로 국물을 청했다. “할매요. 국물 한 국자 더 주이소.” 국물은 얼마든지 리필 가능하다. 가격은 물론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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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시장에서 3000원에 맛볼 수 있는 오징어 지짐이

어르신들은 교동 시장에서 매운 오뎅보다 지짐이를 더 좋아한다. 오징어를 듬뿍 썰어 넣어 만드는 지짐이는 두툼한 두께를 자랑한다. 대구 3000원 주전부리 3총사에 넣지는 않았지만 지짐이도 3000원이다.   

우리의 봄날은 서문시장 칼국수를 먹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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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깨가 푸짐하게 올라간 서문시장식 칼국수

2. 매콤한 맛을 좋아하면 양념을 올려먹어도 좋다.

3. 칼국수가게 기본반찬인 고추와 된장

3000원 3총사의 마지막 주자는 서문시장 칼국수다. 서문시장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전국 3대 장터로 꼽히던 대구장이 지금의 서문시장이다. 서문시장은 최근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015년 운영을 시작한 모노레일 덕분이다. 대구의 하늘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모노레일이 서문시장에 정차하면서, 서문시장 접근성을 한층 높여줬기 때문이다. 모노레일과 서문시장이 서로 상승작용을 주고 있는 것. 모노레일이 운영을 시작한 이후, 재래시장인 서문시장 안에 재래시장과 어울리지 않는 전국체인의 카페들이 들어설 정도다.

 

서문시장에는 건너편에서 오는 이와 어깨가 닿지 않고 길을 지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유동 인구가 높은 만큼 대구의 내로라하는 주전부리는 이곳에 다 있다. 호떡과 순대, 떡볶이, 납작만두 등 종류 세다가 해가 진다. 여러 주전부리 중에서도 서문시장에 갔다면 꼭 먹어봐야할 것은 칼국수다. 누들로드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국수골목도 있다.

 

여러 국수집 중에서 특히 더 맛있는 국수를 맛 보겠다는 일념으로 대구 토박이인 친구를 앞 세웠다. 지도 보고는 못 찾아가도 감으로는 찾아간다는 친구의 칼국수 가게. 이름도 없고 간판도 없었다. 그렇지만 좁은 가게 안은 사람들로 넘쳤다. 칼국수와 잔치국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3000원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고추가 가득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이 곳에서는 칼국수에 고추를 곁들어 먹었다. 한 입 씹으니 아삭하니 식감이 좋았다. 드디어 칼국수가 등장했다. 칼국수는 참깨가루로 소복이 덮여 있었다. 서문시장 주전부리의 미덕은 ‘아낌없이 주는 것’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양도 넉넉했다. 멸치 육수로 만든 진득한 국물과 매끈한 모양의 쫄깃한 국수면발. 그 안에 새초롬하게 들어있는 봄동 나물이 만들어내는 맛은 시장의 번잡함을 단숨에 잊게 만들었다. 마치 칼국수, 그리고 함께 눈을 마주치는 친구들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친구는 “봄동을 먹으니 봄이 금방 달려올 것 같아”라며 즐거워했다. 3000원짜리 주전부리로 ‘우리들의 봄날’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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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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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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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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