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틱으로 떠나는 세계일주

[여행]by 채지형

오늘은 마그네틱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행의 전리품, 냉장고 자석이요.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마그네틱을 사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 마그네틱 이야기를 하려니, 냉장고가 먼저 생각나네요. 제가 사는 공간에는 대부분이 1인용이라 작은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요. 그런데 냉장고만은 5인 가족이 쓸 만큼 큼지막하죠. 색도 와인색이고요. 냉장고가 크다고 하면, 요리를 좋아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아닙니다. 저에게 냉장고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여행지에서 품어 온 마그네틱을 붙여놓기 위한 용도랍니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고요? 그것이 고민스러워서 별도의 벽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아직까지는 냉장고에 의존하고 있답니다. 처음에는 작은 냉장고로도 충분했는데, 여행 횟수가 늘어나면서 마그네틱 식구들이 꾸준히 늘어나더군요. 그래서 결국 집 크기에 맞지 않게 냉장고를 큰 것으로 바꾸게 되었어요.

기념품계의 만인의 연인 ‘마그네틱’

마그네틱으로 떠나는 세계일주

(왼쪽 위) 스페인의 플라멩코 추는 여인 (왼쪽 아래) 매력적인 얼룩말들이죠 남아프리카 공화국입니다 (오른쪽 위) 평화로운 이들이 사는 브루나이로, 수상가옥을 나타내는 마그네틱 (오른쪽 아래) 말레이시아의 전통극

저는 마그네틱을 소개할 때, 기념품계의 만인의 연인이라고 합니다. 마그네틱은 세계 어느 곳을 여행해도 웬만한 곳에서는 마그네틱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가격도 ‘착해서’ 마음 가는 대로 부담 없이 집을 수 있죠. 부담되지 말라고 작고 가볍기까지 합니다(물론 깨질 위험이 있는 아이들이 많기는 합니다. 이럴 때는 신문지에 싸서 옷 사이에 넣으면 안전합니다). 친구에게 작은 선물을 해야 할 때, 마그네틱만한 해결사가 없습니다. 열쇠고리와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죠. 열쇠고리를 사다 주면 “차라리 마그네틱을 사다 주지”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지만, 반대의 경우는 열에 아홉은 그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적다는 말씀이지요.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조언해주더군요. "마그네틱 말고 뭔가 특이한 골동품같은 것을 모아보지 그래요"라고요. 골동품도 가치가 있지만, 저는 마그네틱은 마그네틱대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붙여놓기만 하면 뿌듯함을 안겨주거든요. 어딘가에 보관했다가 기억을 못하는 불상사도 일어날 일이 없고요. 뭔가를 모을 때는 스크랩을 하거나,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거나, 파일을 정리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나 마그네틱은 ‘산다’와 ‘붙인다’ 이 두 가지 동작이면 끝이거든요. 다른 컬렉션은 계속 모아둬야 할 공간이 필요하지만 마그네틱은 따로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자석이 있는 벽, 그러니까 냉장고 옆이나 컴퓨터 본체, 사무실 파티션에 자리만 잡아주면 되거든요. 싫증이 나면 위치를 바꿔주면 되니, 다양한 변주도 가능하고요.

냉장고 자석으로 엿보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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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의 마그네틱

냉장고 자석과 그 나라의 관광산업을 연결한다는 것이 억지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저는 마그네틱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관광산업이 얼마나 발달되어있는지를 가늠하기도 한답니다. 여행 산업이 발달한 도시일수록 마그네틱이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곳을 라스베이거스를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곳에 가면 마그네틱만 파는 숍들이 즐비합니다. 게다가 보통 기념품 숍도 한쪽 벽면은 마그네틱으로 채워놓을 만큼 여러 종류의 마그네틱을 자랑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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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 과테말라의 치킨버스 (왼쪽 아래) 모로코 가죽신발을 본뜬 마그네틱 (오른쪽 위) 이스터섬의 모아이 모양을 한 마그네틱 (오른쪽 아래)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산 마그네틱

대부분 마그네틱은 나라나 도시, 각 관광지를 표현하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지역의 특산물 이미지를 안고 있죠. 제가 좋아하는 마그네틱 중 하나는 과테말라에서 산 ‘치킨버스’ 마그네틱입니다. 과테말라의 버스는 항상 사람들이 많아서, ‘치킨버스’라 부르는데, 이 마그네틱은 그러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거든요. 잘 보시면, 버스 지붕 위에는 각종 물건들이 쌓여 있고, 버스에는 큰 커피 포대가 달려 있는 것을 보실 수 있답니다.

 

이스터 섬에서 산 이스트 석상 마그네틱도 아끼는 마그네틱 중 하나예요. 이스터 섬에 갔을 때 석상들을 보면서 애잔한 마음이 들어 하나쯤 집에 가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쳤던 것이 이스터 섬 석상을 형상화한 마그네틱이었어요. 재질은 다르지만, 해가 떠오를 무렵 하늘이 까만색에서 오렌지색으로 변하면서 비장하게 드러나던 이스터 섬의 추억과 아련함을 떠오르게 해준답니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산 아랍어가 적힌 마그네틱도 특별합니다. 지금은 스페인 사람들이 그라나다에 자리 잡고 있지만 732년부터 1492년까지는 이슬람 문명이 이 지역을 지배했었거든요. 그라나다에는 지금도 이슬람의 향취가 배어 있고요. 그래도 그라나다에서 만난 독특한 문자의 마그네틱은 의외였어요.

마그네틱으로 떠나는 세계일주

(왼쪽 위) 길다란 칠레를 잘 보여주는 마그네틱 (왼쪽 아래) 아르헨티나는 역시 탱고 (오른쪽 위) 호주에서 산 마그네틱 (오른쪽 아래) 불가리아는 역시 장미입니다

유독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마그네틱도 있습니다. 터키에서 사온 세라믹 마그네틱입니다. 알록달록한 색이 입혀진 세라믹 마그네틱은 부모님이 엄지손가락을 올리시는 마그네틱이랍니다. 작은 접시 안에 꽃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은 문양과 다양한 컬러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만큼 앙증맞고 예쁘죠. 친구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마그네틱은 호주에서 사온 코알라, 캥거루가 들어 있는 표지판 마그네틱과 모로코에서 산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올 법한 뾰족한 신발이었어요.

수집가라면 꼭 들러야할 박물관과 미술관

제가 이렇게 마그네틱을 많이 모은다고 해서, 마그네틱이라면 무조건 다 모으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러려면 집을 모두 냉장고로 채워야할 지도 몰라요. 그래서 제가 밟은 흙과 길, 사람 냄새가 풍기는 마그네틱만 골라서 모으고 있답니다.

마그네틱으로 떠나는 세계일주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구입한 마그네틱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팁. 저는 이곳에 가면 마그네틱을 꼭 삽니다. 어디냐고요? 박물관과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에서는 대표 작품들을 담은 마그네틱을 기념품으로 팔고 있거든요.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 미술관, 마드리드의 프라다 박물관, 바르셀로나의 미로 박물관 등에서 가지고 온 마그네틱들은 지금도 저의 냉장고 위에서 하나의 ‘예술작품’군을 이루며 뽐내고 있답니다. 어떠신가요? 여러분도 여행 기념품으로 마그네틱 하나 품어 오시죠. 독특한 마그네틱이라면 저에게도 구경시켜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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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 루까와 시에나, 피렌체 등 사랑스러운 도시들이 위치한 토스카나 지방의 지도 마그네틱 (왼쪽 중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무르수목원의 마그네틱입니다 (왼쪽 아래) 트램과 금문교, 차이나타운, 그리고 룸바르드길 (오른쪽 위) 카나리제도의 아름다운 섬 테네리페의 한가로운 풍경입니다 (오른쪽 중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카미니토 거리의 멋진 집 (오른쪽 아래) 말레이시아의 고풍스러운 도시 말라카의 집입니다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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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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