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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채지형의 여행살롱 11화

광주로 떠나는 오월 여행

by채지형

오월은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달입니다. 발걸음 딛는 곳마다 초록의 푸르름과 화려한 꽃의 군무를 만날 수 있지요. 날씨는 또 어떤가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하얀 구름 두둥실 떠있는 하늘,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는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듭니다.

 

어디에 가든 오월의 생기를 만날 수 있지만, 오늘은 광주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광주의 오월은 뜨거운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비롯해 아시아 최대 문화공간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내 대표 문화예술시장으로 꼽히는 대인예술시장 등 둘러볼 곳이 풍성하거든요. 여유가 있다면, 광주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담양에 들러, 대나무 밭에서 친구들과 사진도 찍어보고 메타세쿼이어 길을 호젓하게 걸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시아를 만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로 떠나는 오월 여행

역사적인 건물들을 위해, 지하에 조성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먼저 가볼 곳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입니다. 멀게만 느껴지던 예술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죠.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습니다. 무려 준비 기간만 10년이 넘은 국내 최대 예술 프로젝트로 탄생한 곳이예요. 규모면에서도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요. 정작 돌아보면 크기보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양에 놀라게 됩니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찬찬히 볼수록 값진 보물을 캘 수 있는 곳이니까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 자리에 만들어졌습니다. 위치와 건물 자체가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주변에 있는 역사적인 건물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문화전당의 전시실은 모두 지하에 만들어졌습니다. 지하라 어두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군요. 광주(光州)를 ‘빛고을’이라고 부르는데, 빛고을답게 곳곳에서 빛이 들어와 환하더라고요. ‘빛의 숲’이라는 컨셉으로 건물 전체를 조성해, 지하에서도 자연광을 볼 수 있게 만들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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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조원에 전시된 작품들

어린이 천국, 어린이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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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문화원에서 어린이들은 작품을 만들고 즉석에서 전시한다.

문화전당은 다섯 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볼 수 있는 문화정보원을 비롯해,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인 문화창조원, 그리고 어린이문화원, 민주평화교류원, 예술극장 등인데요. 이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어린이문화원이었어요. 어린이들이 쉼 없이 재잘거리며, 뛰고 달리고 구르고 있더라고요. 천정은 시원하게 높았고, 대형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아늑하게 아이들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조카를 데리고 꼭 다시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군신화만 보고 자란 아이들은 아시아 여러 나라의 신화를 보며 신기해 하더군요. 그리고 물 위의 집이나 동굴처럼 처음 보는 아시아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작품을 만들고 즉석에서 전시도 하더군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애써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린이문화원 안에서는 모든 어린이가 예술가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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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어린이문화원에 들어가면 동물인형들이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오른쪽) 어린이문화원에 들어가면 동물인형들이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아시아 콘텐츠가 한가득, 문화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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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시아 문화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문화정보원의 라이브러리 파크. (오른쪽) 아시아 여러 나라의 신문을 모아서 전시하고 있다.

어른들을 위해서는 문화정보원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같은 시대 다른 나라의 소리를 담은 ‘아시아의 소리와 음악’전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기분을 안겨주더군요. 아시아 문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라이브러리파크’에는 아시아 문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자료들이 빼곡하게 쌓여있어,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들더라고요.

생생한 역사현장을 볼 수 있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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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의 기록을 볼 수 있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내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를 둘러본 후에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으로 발걸음을 옮길 차례입니다. 문화전당을 등지고 섰을 때 오른쪽 길로 5분만 내려가면 만나게 되거든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1980년 5월 18일에 일어났던 5·18항쟁 관련 기록물들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5·18은 군부의 내란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펼친 역사적 사건이죠. 

 

이곳에서는 책이나 TV를 비롯한 미디어에서 보지 못한 5·18민주화운동의 속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포에 질린 어린이의 일기장, 급박한 상황을 알리는 기자의 취재수첩은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일깨워주더군요. 부상당한 시민을 위해 자발적으로 헌혈하는 시민들의 모습과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해먹이던 시장할머니의 양은함지박은 마음을 울렁이게 만들었습니다.

 

눈여겨볼 전시중 하나는 7월 31일까지 열리는 ‘진실의 주인’이라는 전시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깎아내려는 억지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기획전이에요. 당시에 참여한 시민군들이 쓴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데요. 그 자료를 보고, 어떤 것이 진실인지 관람자가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전시의 취지입니다. 왜곡된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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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김영택 전 동아일보 광주 주재기자의 딸인 김현경 어린이가 쓴 일기장. (오른쪽) 빨간펜으로 검열 당해야했던 당시 신문.

걸으며 새겨보는 오월의 의미

기록관 앞에는 ‘유네스코 민주인권로’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문화전당에서 옛 광주은행 사거리까지 약 518m의 길입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것은 아시지요? 길지는 않지만, 오월의 의미를 새기며 길을 걷는 것도 뜻깊은 오월을 보내는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광주에는 5·18민주화운동 사적지와 광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5개 테마의 오월길도 있었습니다. 오월인권길과 오월민주길, 오월의향길, 우월예술길, 오월남도길이 그것인데요. 오월길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오월지기라는 해설사와 함께 답사하면서 오월길을 돌아볼 수도 있답니다. 

통닭으로 유명한 양동시장, 별장으로 재탄생한 대인시장

광주로 떠나는 오월 여행

대인시장 골목을 돌 때마다 상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광주에는 재미있는 시장도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장은 양동시장. 1910년부터 시작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과거 광주사람들에게는 백화점이나 마찬가지답니다.

 

그때의 명성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특히 유명한 것 중 하나는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통닭이에요. 옛날에는 ‘닭전머리’라고 불리던 골목에 양동통닭과 수일통닭 두 집이 마주보고 있는데요. 인기 음식 프로그램에도 등장해, 줄이 예전에 비해 더 길어져 있더군요.

 

양동시장은 어질게 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입니다. 광주역하고 가까워서, 상인들은 5·18민주화운동 때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싸주며 힘을 더하던 곳이죠.

 

양동시장에서 걸어서 10분만 가면 대인시장이 나타납니다. 이곳도 민주화운동 때 대동정신을 보여준 시장입니다. 대인시장도 양동시장처럼 광주를 대표하는 시장이었는데, 시청과 도청, 터미널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점포의 반 이상이 문을 닫게 되었죠. 그러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복덕방 프로젝트’를 통해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대인시장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평 갤러리를 비롯해 메이커스 스튜디오 등 시장 속에 문화공간이 생겼고요. 이와 함께 ‘별장’이라는 야시장 프로젝트가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서, 대인시장이 광주의 문화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되었답니다.

 

올해 오월에는 특히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매주 토요일에는 유별난 거리예술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공연도 펼치고 있어서 재미있는 행사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참, 대인시장은 상설시장이라 언제 가든 장을 볼 수 있지만, 대인예술시장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별장 블로그(http://blog.naver.com/byeoljang)에서 야시장이 열리는 날짜를 꼭 확인하고 가셔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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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5·18 당시 시민군들에게 주먹밥을 나누어줬던 하문순 씨를 그린 작품 '하문순 아짐'. 손 (오른쪽) 대인시장 곳곳에서 예술가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아시아문화전당과 기록관, 대인시장으로 이어지는 오월 여행. 광주의 예술과 역사, 문화를 골고루 만나며, 가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광주로 떠나는 오월 여행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방문한 이들이 남긴 메시지가 벽에 가득하다.

여행정보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http://www.acc.go.kr : 1899~5566 : 무료로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돌아볼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하루 8회).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 http://www.518archives.go.kr : 062-613-8294 :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1층에 있는 ‘오월지기’에게 요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