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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채지형의 여행살롱 18화

헤밍웨이도 사랑에 빠진 쿠바 아바나

by채지형

헤밍웨이도 사랑에 빠진 쿠바 아바나

(왼쪽) 길거리에서 파는 쿠바 기념품 (오른쪽) 시가를 마는 쿠바 인형

쿠바를 여행하는 것은 열정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쿠바에 발을 딛는 순간, 그들의 열정에 녹아들어가고 말죠. 매력만점 쿠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아바나 비에하(havana viaja)부터 파도가 철썩이는 말레콘까지 아바나 구석구석을 돌다보면 뜨거움이 그대로 전해진답니다. 

흑백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아바나 비에하

헤밍웨이도 사랑에 빠진 쿠바 아바나

아바나 비에하의 오래된 건물들

쿠바에서 먼저 발길이 가는 곳은 오래된 아바나라는 뜻의 ‘아바나 비에하’입니다. 아바나 비에하는 스페인 식민의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아바나의 볼거리가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죠. 성당과 광장, 파스텔 톤의 집들이 그림처럼 이어져 있어, 아바나 비에하에 있는 것만으로도 흑백 영화 속에 들어간 착각이 듭니다. 지은 지 수백 년은 된 듯한 건물들이 도시를 채우고 있고, 박물관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오래된 차들이 반짝거리며 거리를 유영하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물 베란다에는 빨래들이 바람에 따라 나부낍니다. 애절함과 아름다움이 함께 다가오더군요.

 

아바나 비에하를 걷다보면 미국 국회의사당처럼 생긴 까삐똘리오(El Capitolio)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바나의 랜드마크중 하나죠. 과학부와 환경부 청사로 쓰고 있다고 해요. 넓은 계단에 앉아 아바나 시내를 내려다보기 좋습니다. 그 곳에 앉아 있으면 시보레 1950년대 모델을 비롯한 온갖 클래식 카와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노란색 꼬꼬 택시 등 쿠바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탈 것'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헤밍웨이도 사랑에 빠진 쿠바 아바나

(윗줄) 쿠바의 명물 코코택시 (아래줄) 쿠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차 

아바나 비에하의 중심인 오비스포 거리에는 암보스 문도 호텔과 엘 플로리디타라는 바가 있는데요, 이 곳에 헤밍웨이의 자취가 남아있습니다. 세계적인 문호 헤밍웨이는 아바나와 사랑에 빠져, 아바나에서 그의 열정을 불태웠죠. 암보스 문도 호텔에서 7년이나 살면서 글을 썼어요. 밤이 되면 엘 플로리디타와 라 보데기타를 돌아다니며 칵테일 ‘다이퀴리’와 ‘모히토’를 즐겼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엘 플로리디타와 라 보데기타는 헤밍웨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의 성지처럼 불리죠.

 

헤밍웨이의 대표적인 소설 ‘노인과 바다’도 아바나에서 조금 떨어진 고히마르 마을이 주 무대입니다. 고히마르 마을에 가면 헤밍웨이가 살았던 곳을 박물관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자유와 낭만을 사랑했던 헤밍웨이의 유품들을 볼 수 있죠.

'체와 헤밍웨이, 그리고 음악' 열정의 이름들

헤밍웨이도 사랑에 빠진 쿠바 아바나

어디에 가나 볼 수 있는 체게바라 흔적

세계 젊은이들에게 위대한 우상으로 남아있는 체 게바라. 그의 쿠바에 대한 사랑과 열정 역시 헤밍웨이 이상입니다. 독재 정권을 혁명으로 몰아내고 자유를 위해 싸우다 49세에 아깝게 세상을 떴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편한 길을 마다하고 쿠바의 자유를 위해 게릴라의 길을 택했죠.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음식점, 길거리, 기념품 가게, 쿠바에서는 어디에 가더라도 체의 위대한 전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바나는 헤밍웨이와 체가 아니더라도 열정에 빠진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눈만 뜨면 어디에선가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이곳에는 음악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모두가 춤을 추고 노래를 합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요.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에너지가 담긴 음악과 춤을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답니다.

헤밍웨이도 사랑에 빠진 쿠바 아바나

(윗줄 왼쪽) 아바나 비에하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게 된다 (윗줄 오른쪽) 음악에 빠져있는 연주가 (아랫줄 왼쪽) 쿠바 음악의 전설, 콤빠이 세군도 (아랫줄 오른쪽) 거리 위의 화가

아바나에는 멋진 재즈카페도 넘쳐납니다. 가벼운 주머니로도 얼마든지 재즈에 푹 젖어있을 수 있죠. 아바나의 밤을 점령했던 재즈 카페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밤새 쿠반 재즈에 빠져 있다 보면 충전이 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말레콘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방파제'인 말레콘은 자유로움과 낭만, 그리고 음악과 열정을 상징하죠. 시원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로 달려듭니다. 말레콘을 배경으로 연주하는 음악가들의 모습부터 남들이 보든 말든 애정 행각에 빠져 있는 커플의 모습까지, 쿠바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현란한 살사를 보고 싶다면 오비스포 거리의 플로리다 호텔을 추천하고 싶네요. 강한 쿠바풍 비트를 배경으로 날아갈 듯 경쾌한 스텝을 밟는 이들을 볼 수 있거든요.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 살사와 재즈, 낙천적인 사람들. 아바나는 중독성이 강합니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쿠바의 소리들이 환청처럼 귓가를 어른거려, 저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고 있더군요. 뜨거운 열기 속에 다시 한번 빠질 날을 고대하고 있답니다.

헤밍웨이도 사랑에 빠진 쿠바 아바나

자유와 낭만의 상징 말레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