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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채지형의 여행살롱 26화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by채지형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치즈로 만든 스위스 전통음식 라클렛

올 초 스위스를 여행할 때였습니다. 마테호른을 알현하고 내려오는 곤돌라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죠. 환갑이 넘으셨는데 혼자 스키를 타러 오셨더라고요. 혹시 넘어져서 뼈라도 부러지시면 어떡해요라는 말이 입안을 맴돌았지만, 스키를 안고 있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차마 입 밖에 내지는 못했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간 산속 레스토랑에서도 연세가 지긋한 스키어들을 적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맛본 메뉴는 라클렛(Raclet). 치즈를 녹여서 만드는 스위스 대표요리 중 하나였습니다. 씩씩하게 스키를 즐기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며 무엇이 그들의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라클렛을 먹다가 무릎을 쳤습니다. 답은 ‘치즈’가 아닐까 싶더군요. 치즈와 유제품이 뼈를 강하게 만들어주잖아요. 우리가 밥과 김치를 매끼 먹는 것처럼, 이들 옆에는 언제나 치즈가 있거든요. 스위스 스키장에서 할머니들을 본 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행하려면 치즈를 많이 먹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죠.

한국에 대한 사랑으로 태어난 치즈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평화로운 치즈 마을. 느티나무가 많아 느티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나, 2006년 치즈마을로 이름을 바꿨다.

‘치즈’ 하면 생각나는 특별한 지역이 있죠. 전라북도에 있는 임실군입니다. 영양가 높은 치즈를 생산하면서 쫀득쫀득한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죠. 임실에서 생산하는 치즈와 유제품으로 한해 18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정도로, 임실군의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죠. 지난해 임실 방문객만 해도 25만 명에 이른답니다. 임실에는 11개의 목가형 유가공 공장이 있는데, 소 4,000여 마리에서 생산된 신선한 원유로 이곳에서 맛있는 치즈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지금은 치즈를 뺀 임실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즈는 임실의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 되었죠. 그뿐만 아니라 임실군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치즈 생산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스위스를 모델로 조성 중인 치즈테마파크.

임실에 오면 물음표가 하나 떠오릅니다. 왜 다른 곳도 아니고 임실에서 치즈가 유명해졌을까 하는 겁니다. 여기에 벨기에 신부 디디에 세스테벤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숨어 있답니다. 선한 의지를 가진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지 감동하게 되는 이야기죠. 디디에 신부는 벨기에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1959년 부안성당으로 부임했습니다. 막상 한국에 와 보니,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아, 농사지을 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30만 평에 이르는 땅을 간척했지만, 너무 열심히 일한 나머지 병을 얻어 잠시 벨기에로 돌아갔습니다. 3개월 후 병을 고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함께 열심히 땅을 일궜던 주민들이 땅을 팔고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마음에 상처를 심하게 입었죠.

 

그의 상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임실성당에 부임하고 나서 마을 청년들과 산양을 키웠습니다. 임실에는 산이 많아 산양을 키우기 적당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산양유로 치즈 만들기를 시도했는데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기술을 배우러 이탈리아로 날아갔습니다. 막상 돌아왔더니 청년들이 산양을 다 팔아버린 것입니다. 디디에 신부는 수차례 상처를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치즈 만들기를 계속 시도했고 1967년 드디어 한국에서 최초로 치즈 만들기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1976년 조선호텔에 납품하면서 신부의 치즈가 유명해지기 시작하고, 임실 치즈 농협도 생기면서 임시 치즈는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을 가난에서 해방하기 위해 디디에 신부가 만든 치즈. 이것이 임실 치즈가 태어난 아름다운 이야기랍니다. 디디에 신부는 지정환이라는 우리나라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사람들이 디디에 세스테벤스 발음을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D’와 가까운 ‘지’를 성으로 이름을 만들었다고 해요. 치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지정환 신부의 노력과 신부의 마을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가슴을 뜨겁게 만들더군요.

50년간 쑥쑥 성장한 임실 치즈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치즈테마파크 언덕 위에 자리한 치즈 모양의 홍보관. 주변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즐겁게 치즈테마파크를 즐기고 있는 학생들.

임실 치즈가 탄생한 지 50년. 치즈가 만들어진 이후 주민들이 지정환 신부의 뜻을 이어받아, 치즈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느티나무가 우거진 전형적인 시골 마을로, 이름도 느티나무였던 마을을 ‘치즈 마을’이라고 바꾸고 본격적인 치즈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죠. 마을 안에 들어가면, 치즈와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답니다.

 

치즈 마을이 다른 시골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어린아이가 많다는 것입니다. 다른 시골 마을에는 대부분 어르신들만 남아있는 곳이 많은데, 치즈 마을에는 어린이도 많고, 40세 미만 주민도 상당수를 차지한다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젊은이들이 치즈를 통해 새로운 농법에 도전하고, 재미있게 농사를 짓고 있더라고요.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마을 가운데에는 자그마한 공동 도서관이 서 있고, 입구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가 놓여 있더군요. 마을 사람들이라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공동방앗간도 마련되어 있고요. 이장 댁 입구 마구간에는 ‘소호텔’이라는 재미있는 그림도 그려져 있더군요. 골목을 지나다 보니 경로당에서 큰 소리가 나서 들어가 봤습니다. 어르신들이 모여 연극연습에 푹 빠져 계시더라고요. 주인공 할머니가 대사를 하면, 옆에 앉아있는 할아버지들이 추임새를 넣어주는 모습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발걸음이 한참 멈추고 있었습니다. 

10월에 열리는 임실 치즈 축제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초록 언덕 위를 뛰놀고 있는 산양들.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크니'라는 이름의 산양이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있다.

마을에는 산양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산양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하는 곳이었어요. 산양들이 이름표를 하나하나 달고 있더군요. ‘크니’라는 이름을 가진 산양은 더 크고 싶은지 시종일관 열심히 풀을 뜯어 먹고 있었어요.

 

임실 치즈가 유명해진 요인 중 하나는 치즈 만들기 체험프로그램 때문입니다. 2006년부터 치즈 만들기와 산양체험, 피자와 먹거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죠. 단순히 치즈를 먹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만들어보면서 치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든 것이었는데, 어린이들을 비롯해 가족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이죠. 경운기를 타고 치즈 마을을 둘러보고, 치즈 체험장에서 모짜렐라 치즈를 길게 늘이며 치즈와 친해지는 아이들. 치즈에 대한 흥미진진한 산교육장이더라고요.

 

임실 치즈를 더 입체적으로 경험해보고 싶다면 임실치즈테마파크를 놓치면 안 됩니다. 2010년 문을 열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치즈’ 테마파크예요. 알프스 아펜젤러를 모델로 만들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이죠. 치즈연구소와 유가공공장, 놀이시설, 체험관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축구장 19개 넓이의 드넓은 초원 위에 만들어져 있어, 그곳에 잠깐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진답니다.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초록 동산에 노란 치즈가 우뚝 서 있는데요. 그곳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죠. 바로 밑에는 산양들이 사는 목장이 있고요.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마련돼 있습니다.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치즈체험. 치즈로 피자를 만들어, 직접 맛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솜씨를 내서 만든 '나만의 피자'.

중심에는 귀족들이 살던 유럽의 성을 모델로 한 치즈 캐슬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치즈 캐슬 옆에 있는 테마관과 파크관에서 치즈체험을 할 수 있답니다. 먼저 따뜻한 우유에 유산균과 응고시키는 효소인 레닛(Rennet)을 넣고 저어주었습니다. 우유가 몽글몽글한 커드형태로 변하더군요. 시간이 흐르면 이 커드가 치즈로 변하게 된답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치즈피자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습니다. 되는 것이죠. 친구들과 함께 옹기종기 치즈를 만들고 피자에 올라갈 토핑을 썰다 보니, 시간이 화살처럼 흘러가더군요.

 

치즈에 관심이 있다면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임실 치즈 축제를 놓치지 마세요. 치즈 테마파크와 치즈 마을에서 펼쳐지는데, 낙농체험을 비롯해, 치즈모형을 이용한 릴레이 경기, 가족대항 치즈 늘리기 이벤트 등 치즈와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실 수 있답니다. 치즈와 임실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전북 임실 치즈마을 사이트(http://cheese.invil.org)와 치즈축제( http://www.imsilfestival.com)를 참고해보세요.

임실로 떠나는 쫀득쫀득 치즈 여행

치즈테마파크에서 판매하는 치즈스파게티. 치즈가 듬뿍 얹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