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당 어때요?

[여행]by 채지형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나요? 신나게 걷고 난 후 국수 한 그릇 먹을 때가 잊혀지지 않는다고요? 맞아요. 요즘엔 여행지보다 여행지에서 음식과 함께 한 추억이 더 깊이 남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여행계획을 세울 때 우선순위에 ‘뭘 보지’보다 ‘뭐 먹지’를 올리기도 하고요.

 

우리는 음식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여행지의 사람을 만납니다. 음식의 맛만큼이나 공간이 가진 분위기와 이야기도 중요하죠. 음식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주영하 교수는 책 ‘음식 인문학’에서 “음식은 일상이지만 문화와 역사로서의 음식은 인문학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죠.


그래서 오늘은 제가 최근에 다녀온 음식점 중에서 인상 깊은 몇 곳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첫 번째 레스토랑은 댈러스에 있는 ‘키친엘티오(Kitchen LTO)’입니다. 키친엘티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댈러스를 잠깐 둘러볼까요. 미국 지도를 펼쳐보면, 멕시코 위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텍사스를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댈러스는 바로 그 텍사스주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텍사스 하면 많은 분들이 먼지 폴폴 날리는 거친 황야가 먼저 떠오르실 거예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소를 모는 장면도 생각나실 테고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한참 다르더군요. 댈러스의 화려한 야경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마천루가 저의 빈약한 상상력을 여지없이 깨주더라고요. 도시 곳곳에 있는 크래프트비어 전문점과 창의적인 레스토랑은 더욱 큰 놀라움을 안겨주었어요.

6개월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는 키친엘티오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키친엘티오 입구에는 이번 셰프에게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가 달려있다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셰프들의 커리커처가 벽에 붙어있다. 지금까지 6명의 셰프가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키친엘티오라는 레스토랑입니다. 키친엘티오의 특징은 SNS로 운영된다는 점이에요. SNS 투표를 통해 선정된 셰프가 6개월간 레스토랑을 책임진답니다. 6개월마다 셰프도 메뉴도 콘셉트도 바뀌죠. 물론 내부 인테리어도 다 달라집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6개월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태어나는 거죠. 한 자리에서 곰탕만 50년째 만드는 우리네 노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새로운 문화인 거죠.


키친엘티오의 LTO는 ‘Limited Time Only’의 약자예요. 이름이 이미 의미를 품고 있죠. 식당 입구에는 모래시계 역할을 하는 시계가 달려있어, 남은 시간을 알려줍니다. 제가 갔을 때는 셰프 닉 아모리엘로가 주방을 맡고 있었는데요. 닉은 여섯 번째 우승자예요. 드라이에이징한 소고기로 만든 햄버거, 토끼 고기 스테이크 등 텍스 맥스 음식을 맛깔스럽게 내놓더라고요. 내부 인테리어는 나무를 이용한 작품들로 꾸며져 있었고요.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키친엘티오의 텍스 맥스 음식들과 디저트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나무로 만든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셰프와 함께 인테리어 아티스트도 6개월마다 바뀐다

물론 이곳에서 음식을 내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어떤 메뉴로 음식을 내고 싶은지 지원서를 작성합니다. 이 지원서를 보고 1차 판정단이 심사를 해요. 후보자를 뽑는 것이죠. 최종 후보자가 결정되면 웹사이트와 페이스북에 올려, 일반인들로부터 투표를 받습니다. 투표에서 승리한 이가 다음 6개월을 책임질 셰프와 아티스트가 된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아이디어 없이는 키친엘티오에서 음식을 내기 힘들겠더라고요. 어때요. 신선하지 않아요?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각종 미디어에 등장한 키친엘티오

보트 타고 들어가는 레스토랑, 사아리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각종 해산물과 샐러드가 골고루 담겨 있다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해산물 레스토랑 사아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전용보트를 타야한다

두 번째 레스토랑은 보트를 타고 들어가는 ‘사아리(Saari)’입니다. 사아리는 시프팔레사아리(sirpalesaari) 섬에 위치하고 있는 레스토랑이에요. 헬싱키에서 전용 보트를 타고 들어간답니다. 거리는 200m 정도. 배를 타고 얼마 안 있어 도착해요.

 

사방이 푸른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가슴까지 시원해지더군요. 머릿카락을 날리는 바람을 맞으며 안으로 들어가니, 이곳저곳에서 모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높은 톤의 목소리를 들으니 절로 흥겨워지더군요.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한입에 먹기 좋은 에피타이저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핀란드에서는 각종 생선을 절여서 내놓는다. 짜지 않고 시큼달콤하다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테이블번호를 표시해주는 돌

참, 사아리가 특이한 것 중 하나는 여름에만 운영된다는 점이에요. 핀란드 사람들에게 여름은 특별한 계절이거든요. 길고 긴 추운 겨울을 견뎌 낸 후에 받는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햇살만 나타나면 핀란드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숲으로, 공원으로 달려가죠.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며,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레스토랑 사리는 핀란드 사람에게도, 핀란드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도 더없이 사랑스러운 장소입니다. 무이꾸를 비롯해 여러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와 생선절임, 버섯샐러드, 송어구이는 눈도 입도 황홀하게 만들어주더군요.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소나무 태운 향이 가득 담긴 타르 아이스크림

가장 특이했던 것은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그냥 보면 평범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데, 맛을 보니 반전매력을 품고 있더군요. 타르 아이스크림이었어요. 송나무 송진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인 거죠. 핀란드는 나무가 많아, 대표적인 타르 수출국이었어요. 타르를 생각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핀란드에서는 타르를 다양하게 이용한답니다. 타르로 술도 만들고요. 타르 아이스크림에는 소나무 향이 진하게 배어 있어서 맛도 향도 무척 묘하더라고요. 레스토랑 사아리 덕분에 잊지 못할 헬싱키 여행이 되었죠.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온통 바다로 둘러싸여있는 레스토랑 사아리

밀림에서 활화산을 보며 즐길 수 있는 가드니아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활화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가드니아에서 맛본 사테와 인도네시아 음식들

마지막으로는 인도네시아 마나도에 있는 ‘가드니아(Gardenia)’라는 레스토랑이랍니다. 한적한 시골에 이렇게 아름다운 레스토랑이 숨어있을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가니 분홍색 꽃이 폭포수처럼 늘어서 있는 입구가 나타나더군요. 연꽃이 활짝 피어있는 연못과 형형색색 열대의 꽃들을 지나 자그마한 집에 다다랐습니다. 온통 나무로 만들어진 인테리어는 편안함을 안겨주더라고요.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가드니아 입구. 화려한 꽃이 환영인사를 하는 듯 하다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가드니아 안은 식물원같다. 열대의 꽃과 식물들이 가득하다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눈이 시원해지는 오픈에어 테이블로 꾸며져 있다

레스토랑 앞에는 활화산 로콘(Lokon)이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요. 울창한 숲과 새빨간 꽃이 대조를 이루며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더군요. 이곳에서는 무엇을 먹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저는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인 사떼를 먹었는데, 꼭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커피 한잔 놓고 유유자적 시간을 즐기기에도 좋을 것 같더군요. 마침 비가 와서 예정보다 더 긴 시간을 머물렀는데, 발걸음이 더 떨어지지 않더군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아쉽게 인사를 해야 했죠.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달달한 인도네시아 전통디저트

SNS로 운영되는 키친엘티오 이런 식

테이블마다 어여쁜 꽃이 장식되어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달라스의 키친엘티오(www.kitchenlto.com), 보트를 타고 들어가는 낭만 레스토랑 헬싱키의 사아리(www.ravintolasaari.fi), 활화산을 바라보며 화려한 꽃으로 둘러싸인 마나도의 가드니아(www.gardeniacountryinn.com)를 둘러보았어요. 멋진 레스토랑을 만나면 또 소개해드릴게요.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잊지 못할 2016년 가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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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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