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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채지형의 여행살롱 38화

속초는 그리움이다
겨울 속초여행

by채지형

속초는 그리움이다 겨울 속초여행

설악항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첫눈에 내렸습니다. 본격적으로 겨울 여행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자 와락 속초가 떠올랐습니다. 올여름 포켓몬고 열풍으로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던 속초. 기억하시죠? 속초의 진면목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번 주 여행살롱은 속초로 떠나봅니다.

20년 전 미시령을 넘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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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시라요!' 친근한 강원도 사투리가 눈길을 끄는 속초시립박물관

속초는 그리움입니다.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순백에 대한 그리움이며 알싸한 맛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겨울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미시령을 넘었습니다. 우리는 안개와 눈 때문에 마음 졸이며 고개를 넘어야 했었죠. 미시령 휴게소에 도착해 우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속초 시내의 불빛을 바라보며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들처럼 손을 마주 잡곤 흥분했었습니다. 그리고 대포항까지 한달음에 달렸죠.

 

우리를 반기던 펄쩍펄쩍 뛰는 생선들. 빨갛고 파란 목욕탕 의자에 앉아, 서울에서 속초까지 달려온 겨울 여행을 자축했습니다. 파도 소리를 잔에 담아 시원하게 건배를 외쳤죠. 일회용 접시 위에 담겨 있던 생선들은 이름도 생김도 기억나지 않네요. 하기야, 그때 우리는 횟감의 종류가 중요하지 않았으니까요. 우리는 겨울 바다에 왔고,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속초였다는 것. 단지 그것이면 충분했으니까요.

 

세월이 흘러, 강산도 변하고 속초도 달라졌습니다. 추억의 미시령휴게소는 문을 닫았고 대포항의 옛 정취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속초 앞 겨울 바다. 추억의 장소들이 사라진 그곳은 조금 쓸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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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설악항

아쉬움을 감추려 한참을 겨울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어찌나 세게 파도가 밀려드는지, 파도 속으로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게요. 속초 앞바다는 그대로더군요. 모든 것을 삼킬 것처럼, 축 처진 어깨를 한 번에 올려줄 것처럼 그렇게 달려들었습니다. 잊고 있던 옛 친구를 찾은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그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었을 뿐이야. 나의 시간이 흐른 것처럼 속초의 시간도 흘렀던 것이야. 마치 거울 속 내 흰머리를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던 때처럼, 속초의 시간을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속초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속초를 돌아보는 발길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대포항의 원조 튀김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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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미소가 속초여행을 더 편안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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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항 튀김골목에는 가족끼리 찾는 여행객들도 쉽게 볼수 있다

추억이 가득 담긴 대포항은 속초에서 가장 큰 항구입니다. 이름이 말해주고 있죠. 대포라고요. 건물은 현대식으로 바뀌었지만, 예전처럼 횟집과 건어물 가게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이더군요. 대포항은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활어 난전을 이룬 곳이라,  싱싱한 해산물이 풍성합니다. 회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에 더 반가웠던 것은 새우튀김이었습니다. 막 튀겨 낸 새우튀김은 명동거리를 걷다가 맛본 새우튀김과 이름만 같을 뿐 맛은 너무도 다르더군요. 우리 동네에 분점이라도 내고 싶을 정도였어요. 튀김 가게도 하나둘이 아니었어요. 튀김 원조 골목이라는 커다란 간판 아래 통큰 새우튀김, 대포항 미녀네와 같은 톡톡 튀는 상호부터 지성이네, 대포항 튀김, 부부 튀김 등 구수한 간판을 내건 튀김집이 길게 늘어서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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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잔뜩 쌓여있는 새우튀김들 (오른쪽) 튀김골목의 다양한 튀김들

바다 보며 산책하기 좋은 설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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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이 찾는 연인 인어상

그윽한 바다를 보고 싶어, 설악항으로 향했습니다. 설악항은 속초의 관문에 위치한 항구로, 솔향기가 가득한 공원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죠. 가지런히 나 있는 해안 길을 따라 걷다보면 서먹서먹했던 사람들도 금방 마음을 터놓을 것만 같습니다. 한참을 밀려드는 파도에 눈과 마음을 맡기고 서 있었습니다. 시원함이 마음을 쓸고 내려가며 잘 왔다고 등을 토닥여주는 것 같았더군요. 설악항 부근에는 설악해맞이 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작가들의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한가하게 둘러보기 안성맞춤입니다. 특히 공원에는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연인 인어상이 있어, 설악에 오는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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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설악항의 해맞이공원 (오른쪽) 평창올림픽을 상징하는 등대


설악산 권금성 ‘설국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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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후 권금성 풍경

바다를 봤다면 이번에는 산입니다. 하얀 설국을 연상시키는 설악산은 속초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양양, 인제군과 함께 속초에 걸쳐 있는 설악산은 8월에 눈이 내리기 시작해 이듬해 여름이 되어야 눈이 녹는다고 해서 설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죠.

 

가장 높은 대청봉은 해발 1,708m. 설악산에는 울산바위를 비롯해서 비룡폭포, 선녀봉 등 비경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다른 풍광을 지니고 있어, 적어도 네 번은 올라야 진면목을 볼 수 있습니다.

 

웅장한 산이라, 남다른 각오를 해야만 설악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지만 간편하게 설악의 맛을 볼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르는 것인데요. 외설악지구 소공원에서 권금성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들이지 않고 설악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면 신흥사와 계곡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광이 들어오고요. 케이블카 하차지점에서 권금성까지는 약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요. 어렵지 않게 권금성까지 다녀올 수 있습니다. 권금성은 권 씨와 김 씨 두 장수가 하룻밤에 쌓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요. 지금은 터만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오르는 이유는 외설악의 절경과 끝없는 바다 풍경을 품에 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답답했던 마음을 활짝 열어놓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애잔한 마음 가득한 아바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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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마을에서 만난 벽화

속초에서 빠트리면 안 되는 곳이 청호동의 아바이마을입니다. 이곳에는 가슴 사무치게 고향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만들어진 마을이죠. 금방 고향에 돌아갈 줄 알고 피난 가방도 풀지 않았는데, 세월은 속절없이 육십 년 넘게 흘렀습니다. 마을은 여전히 1960~70년대에서 멈춰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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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실향민문화촌

아바이마을에 가면, 갯배를 타곤 합니다. 도로를 이용하면 시내 중앙동에서 아바이마을까지 30분이나 걸리지만, 갯배를 타면 2~3분이면 갈 수 있거든요. 갯배는 사람 힘으로 움직이는 배인데요. 뗏목처럼 생겼어요.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와 송승헌이 엇갈리던 장면에 갯배가 나와서 눈길을 끌었죠. 철근 줄을 쇠꼬챙이로 당겨야 배가 움직이는데, 승객들이 힘을 더해야 속도가 납니다. 동전 두 개면 탈 수 있어 부담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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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마을로 데려다주는 갯배

아바이마을에 가면 함경도의 맛도 만나야 합니다.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식탁 위에 펼쳐져 있습니다. 함경도에서는 마을에서 잔치를 열 때 순대를 만들곤 했다고 해요. 그래서 아바이마을에 가면 꼭 순대를 맛보곤 한답니다. 아바이순대를 비롯해서 오징어순대, 명태 순대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걷다보면 숯불에 구운 생선구이도 구미를 당깁니다. 달콤하고 구수한 양미리, 도루묵구이는 겨울철 별미거든요. 그냥 지나가기 힘들 정도죠.

대한민국 산악역사를 볼 수 있는 산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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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악박물관 로비. 암벽등반 모형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한 곳 더. 속초에 있는 국립 산악박물관을 소개해드릴게요. 우리의 등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2014년 10월에 문을 열어서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어요. 우리나라 근대 등반역사부터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 우리 선조들의 산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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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고산체험을 해볼 수 있는 시설 (오른쪽) 속초에 있는 국립산악박물관

특히 고산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고도가 높아지면 공기에 산소가 줄어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게 되는데요. 이곳에는 해발 3,000m와 5,000m 환경을 만들어 놓고 자신의 신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우리의 산악역사도 돌아보고 재미있는 체험도 즐겨볼 수 있죠. 12월 31일까지 ‘안나푸르나의 별 박영석, 희망을 말하다’라는 특별전도 열려요. 올해 속초를 여행하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참, 입장료도 무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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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속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