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로 태어났는데”...병원 실수로 인생 바뀐 日 남성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병원 실수로 가난한 집에 입양된 일본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60년이 지나 DNA 검사로 진실이 밝혀졌지만, 이미 부모는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조선일보

신생아가 엄마 손을 잡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음./연합뉴스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산부인과의 실수로 가난한 집안의 아이와 뒤바뀌어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70대 일본 노인의 사연이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의 산이쿠가이 병원에서 1953년 3월 30일 태어난 일본 남성 A(72)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A씨는 출생 직후 병원의 실수로 다른 가정의 신생아와 바뀌었고, 다른 집에 들어가게 됐다.


A씨가 들어간 집안은 넉넉하지 않았다. 그는 두 살 무렵 양아버지를 잃었고, 가전제품 하나 없는 단칸방에서 홀어머니와 동생 셋을 돌봐야 했다. 학교 교육도 온전히 받지 못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에 다니며 가족 생계를 책임졌다. 성인이 된 뒤에도 그는 트럭 운전기사로 일하며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러던 중 그의 삶을 뒤흔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A씨가 사실은 부유한 집안의 장남이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이 사실은 그 집안 네 명이 유산을 둘러싸고 다투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부잣집 맏아들 B씨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부친을 돌보는 조건”으로 어머니의 유산 일부를 넘겨받았지만, 실제로는 아버지를 요양원에 맡겨버렸다. 이 과정에서 동생들은 불만을 품었고, 예전부터 가족들과 유독 닮지 않았던 B씨의 혈연 관계를 의심했다.


동생들은 2009년 B씨가 버린 담배꽁초를 확보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B씨는 이 가족과 혈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형제들은 B씨가 태어난 병원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A씨와 B씨가 신생아 시절 바뀌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록에 따르면 A씨는 B씨보다 13분 먼저 태어났지만, 병원의 착오로 서로 다른 가정에 들어가 평생을 바꿔 살게 된 것이다.


형제들은 수소문 끝에 도쿄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고 있던 ‘친형’ A씨를 찾아냈고, A씨와 B씨는 산이쿠가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60세이던 2013년 도쿄지방법원은 병원 측에 A씨에게 3800만엔(약 3억5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B씨 역시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졌을 때는 이미 많은 것이 늦어 있었다. 생물학적 친부모는 모두 세상을 떠난 상태였고, 뒤바뀐 인생을 살아온 B씨는 집안 기업을 물려받아 대표 자리에 올라 있었다.


A씨는 “나를 키운 어머니는 고생하려고 세상에 나온 분 같았다”며 “어머니를 도와 뇌졸중 환자를 포함해 동생 넷을 돌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일만 없었다면 인생이 180도 달라졌을 것”이라며 “원래의 삶을 살 수 있게 내가 태어난 날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달라”고 말했다.


정아임 기자

2025.10.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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