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전설적 프로 레슬러 헐크 호건, 71세로 사망

프로레슬링계를 넘어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이 된 헐크 호건.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은 전설이 71세로 별세했습니다.

‘헐크매니아’ 이끌며 전 세계 팬들 사랑 독차지

총 12회 챔피언 타이틀, ‘강한 미국’의 상징

작년 공화당 전당대회 때 트럼프 공개 지지

조선일보

FILE - Hulk Hogan fires up the crowd between matches at WrestleMania 21 at the Staples Center in Los Angeles, April 3, 2005. (AP Photo/Chris Carlson, File) FILE PHOTO/2025-07-25 01:47:26/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전설적인 프로 레슬링 선수인 ‘헐크 호건(본명 테리 진 볼레아)’이 24일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전 세계 팬들에게 ‘헐크’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그는 이날 오전 9시 51분 플로리다주(州) 클리어워터에 있는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경찰과 구급대원이 출동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선고를 받았다. 사인은 ‘심장 마비’로 알려졌다. 그가 평생을 몸담아 온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은 이날 “WWE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헐크 호건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면서 “팝 문화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 중 한 명인 호건은 1980년대 WWE가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1953년 조지아주 어거스타에서 태어난 헐크는 1977년 프로레슬링 선수 생활을 시작해, 1979년 현재 WWE로 이름을 바꾼 WWF(세계 레슬링 협회)에 입단했다. 1984년 1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경기에서 당시 챔피언이었던 아이언 시크를 누르고 처음으로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며 ‘헐크매니아(Hulkamania)’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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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3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전설적 복서 무하마드 알리(왼쪽)과 사진을 찍은 헐크 호건./AP 연합뉴스

헐크매니아는 헐크에 열광하는 그의 팬들을 일컫는데, 이들은 당시 전 세계에 WWF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헐크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어마어마했다. 주한 미군 방송 AFKN에서 프로레슬링을 중계해주는 주말이면 골목길에서 놀던 아이들도 모두 집으로 가 TV 앞에 앉아 열띤 응원을 하기도 했다. 선수 기간 그는 총 12번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둘렀고, 명예의 전당에 두 번 헌액됐다.


24인치의 두꺼운 팔뚝을 가진 헐크는 경기 시작 전 셔츠를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상대 기선을 제압했고, 쓰러진 상대 선수 위로 점프해 공중에서 다리 전체에 몸무게를 실어 떨어뜨리는 필살기 ‘레그 드롭’으로 경기를 끝냈다.


앙드레 더 자이언트, 얼티밋 워리어, 어스퀘이커, ‘마초 맨’ 랜디 새비지, 언더테이커, 미스터 퍼펙트, 밀리언 달러 맨, 빅 보스 맨 등 쟁쟁한 수퍼스타들이 즐비했던 프로레슬링계에서도 헐크는 독보적인 사랑을 받았다.


1987년 3월 헐크가 지금은 사라진 미시간주 폰티악 실버돔에서 9만3173여 명이라는 기록적인 관중 앞에서 거구 자이언트를 들어 올려 바닥에 내꽂는 바디슬램을 한 장면은 지금도 회자된다.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손을 돌려 귀에 가져다 대면서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는 그의 동작에 열광한 팬들은 목이 쉬어라 헐크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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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헐크 호건이 미국프로농구 스타 칼 말론(당시 유타 재즈)과 이벤트성 경기를 갖는 모습./AP 연합뉴스

헐크는 위대한 프로레슬러이면서도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는 강력한 미국을 상징하는 영웅 같은 존재였다. 금발에 구릿빛 피부, 우람한 근육질 몸매는 1980년대 미국인들이 이상적으로 여긴 남성상에 부합했고, 성조기를 휘날리며 링 위로 뛰어오를 때 미국인들은 마치 자신이 헐크가 된 것 마냥 자부심을 느꼈다. 후에 그가 WWE를 떠나 경쟁 레슬링 단체인 WCW에서 ‘뉴 월드 오더(nWo)’라는 악역으로 등장했을 때 팬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12년 공식적으로 은퇴한 뒤에도 그는 가끔 링 위에 올라 특별 경기를 펼쳤다. 선수 생활 전후 그는 영화 ‘록키3’ ‘미스터 내니’, TV 시리즈 ‘썬더 인 파라다이스’ 등에 출연해 엔터테이너로 활동했다.


헐크는 정치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로 활동했다. 작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올라 시그니처 동작인 셔츠를 찢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헐크는 당시 트럼프를 가리켜 “나는 그 사람을 35년 넘게 알아왔고 그는 항상 가장 위대한 애국자였고 지금도 그렇다”고 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헐크 호건은 완전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였고 강인하고 현명했다”면서 “그가 미친 문화적 영향은 엄청났고 그가 몹시 그리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맏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X에 “전설에게 영면을”이라는 글을 올렸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5.07.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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