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부 vs 몬치치, 인형놀이에 푹 빠진 패션계
학생 백팩에도, 명품백에도 달렸다. Z세대와 셀럽이 인형 하나에 열광하는 이유, 단순한 ‘귀여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패션의 최전선에서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는 아이템은 더 이상 런웨이의 화려한 의상이나 고가의 주얼리만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작은 거인’들, 바로 장난기 가득한 몬스터 피규어 라부부(LABUBU)와 유년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빈티지 인형 몬치치(Monchhichi)가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과 패션계를 사로잡았다. 상반된 매력에도 불구하고 왜 이토록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을까? 그 이면에 숨겨진 패션계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 라부부의 팬으로 알려진 마돈나. @madonna |
라부부, 장난기 넘치는 ‘힙’한 반항아
홍콩 아티스트 카싱 룽이 탄생시킨 ‘더 몬스터즈(The Monsters)’ 시리즈의 간판 캐릭터 라부부. 뾰족한 귀, 날카로운 송곳니, 그리고 어딘가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반항적인 미소는 라부부를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 그 이상으로 만든다. 2024년, 라부부는 ‘힙’함과 ‘쿨’함의 대명사로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명실상부한 ‘잇’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라부부는 블랙핑크 리사와 로제가 열렬한 팬임을 밝히며, 전 세계 패션 아이콘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셀럽 피규어’로 등극했다. 특히 리사는 루이 비통, 에르메스 등 고가의 명품 핸드백에 다양한 라부부 키링을 달아 시크하면서도 위트 있는 ‘백꾸(가방 꾸미기)’ 스타일을 자주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라부부 언박싱 영상이 올라와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리한나, 킴 카다시안, 두아 리파, 리조 등 해외 유명 셀럽들도 라부부를 자신의 패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럭셔리 룩에 유머와 개성을 더하는 새로운 스타일 공식을 제시했다. 인플루언서 브라이언 보이 역시 에르메스 버킨백에 라부부를 매치하는 등, 라부부는 캐릭터를 넘어 ‘패션 액세서리’이자 ‘스타일 스테이트먼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 라부부의 글로벌 인기를 일으킨 리사. @lalalalisa_m |
![]() 로제도 라부부의 팬임을 밝혀 라부부의 글로벌 유행에 영향을 미쳤다. @roses_are_rosie |
![]() 에르메스 버킨 백에 라부부를 주렁주렁 장식한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 Bryan Yambao. @pyanboy |
라부부는 2024 가을, 겨울 시즌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프로넌스(Pronounce)와 협업 컬렉션을 펼치기도 했다. 라부부가 그려진 니트 베스트가 런웨이에 올랐고, 쇼장 프론트 로에는 라부부 인형이 당당히 게스트로 앉아 있어 시선을 끌었다. 2025년 가을 시즌, 유니클로(Uniqlo)는 팝 마트(Pop Mart)와 협업하여 라부부가 등장하는 ‘더 몬스터즈’ 티셔츠 캡슐 컬렉션(UT)을 선보인다. 라부부 열풍이 메인스트림 패션 시장으로 더욱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2024 가을, 겨울 시즌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프로넌스(Pronounce)와 협업 컬렉션을 가졌던 라부부. 쇼장 프론트 로에는 라부부 인형을 앉혀 화제가 됐다. 프로넌스. |
![]() 2025년 가을 출시 예정인 유니클로 UT x 라부부, 몬스터즈 컬렉션. 유니클로. |
또한 최근 라부부 X 사카이 X 칼 하트 협업 디자인은 퍼렐 윌리엄스가 설립한 주피터가 주최한 자선 경매에서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14점의 한정판 라부부 인형이 모두 낙찰된 것이다. 퍼렐의 시그너처 사카이 룩에서 영감받은 시크릿 컬러 인형은 3만 1,250달러(약 4,300만 원)에 낙찰되며, 라부부 인형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체 낙찰가는 무려 337,500달러, 한화 약 4억 6천만 원에 달한다. 이 수익금은 모두 유네스코에 기부된다.
![]() 퍼렐 윌리엄스가 설립한 주피터가 주최한 자선 경매에서 경이적인 경매가를 기록한, 라부부 X 사카이 X 칼 하트 협업. 주피터. |
라부부의 이러한 폭발적인 인기는 ‘틈새 취향’의 대세화와 맞물린다. 주류의 귀여움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선호하는 Z세대의 성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며, 한정판 블라인드 박스 및 시즌별 테마 디자인은 강력한 수집 욕구를 자극하여 리셀 시장까지 활성화시키고 있다.
몬치치: 시간을 초월한 레트로 감성의 재소환
1974년 일본 세키구치(Sekiguchi)사에서 탄생한 봉제인형 몬치치(Monchhichi)는 통통한 볼과 손가락을 빠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오랜 시간 전 세계인의 추억 속에 자리 잡았다. 고전적인 매력과 포근한 감성을 가진 몬치치가 2024년, 뜻밖에도 ‘힙’의 대명사로 불리며 패션계에 다시금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 몬치치의 베이비치치를 토즈 백에 장식한 레드벨벳 조이. @_imyour_joy |
몬치치는 라부부와 다르게, 패션계의 강력한 노스탤지어 트렌드를 타고 사랑받고 있다. 과거의 빈티지한 감성과 아날로그적인 따뜻함을 추구하는 현 세대의 취향이 몬치치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특히 보이그룹 라이즈(RIIZE)의 소희가 몬치치와 닮았다고 알려지며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그의 팬들은 몬치치 인형을 선물하거나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몬치치의 인기를 상승시켰다. 레드벨벳 조이와 아이브 레이 등 여러 패션 셀럽들의 SNS에도 몬치치가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몬치치 키링을 명품백이나 스트리트 룩에 매치하여 유년 시절의 순수함을 소환하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위트와 아이러니를 더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 몬치치 키링으로 백꾸(가방 꾸미기)를 한 아이브 레이. @reinyourheart |
![]() 미우 미우 백에 장식된 몬치치. @polliani |
몬치치는 헬로키티(Hello Kitty) 탄생 50주년 기념 협업으로 다시금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몬스터헌터 등 유명 IP와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과거 펜디(Fendi)의 ‘퍼 몬스터’ 키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처럼, 디젤(Diesel), 폴앤조(Paul & Joe),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등 수많은 글로벌 패션 및 주얼리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디자이너 컬렉터블’로서의 재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몬치치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절묘하게 녹여낸 한정판 아이템들은 출시될 때마다 패션 마니아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몬치치는 시간을 초월한 클래식한 매력에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지며, 세대를 아우르는 스타일 아이콘으로 재탄생했다.
캐릭터 피규어로 재창조하는 나만의 럭셔리
에르메스, 샤넬, 루이 비통 같은 럭셔리 백에 라부부와 몬치치를 주렁주렁 장식하는 유행은 인형 놀이와 백꾸(가방 꾸미기) 문화의 조우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블랙핑크 리사, 로제, 라이즈 소희, 레드벨벳 조이, 아이브 레이 등 수많은 아이돌과 패션 아이콘들이 라부부와 몬치치를 자신의 스타일에 통합하며 팬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Z 세대들은 자신의 패션 정체성을 확장하는 또다른 자아를 만드는 것을 즐긴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개인화된 스타일을 선언하는 것이다. 하찮고 귀여운 것에 열광하며 자신만의 애착템으로 위로를 받는 요즘 세대들의 감성을 터치하며, 동시에 너무 진지할 수 있는 럭셔리 패션에 유머와 위트를 더해 ‘나만의 럭셔리’를 재창조한다. 요즘 세대의 패션 놀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 미우 미우 백에 라부부 키링을 장식한 아이들의 민니 @min.nicha |
라부부는 이미 인기가 극에 달해 여러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말도 안되는 리셀가를 기록하고 있고, 판매 수량을 제한하므로 키링 하나 사기 위해 반나절 가까이 줄을 서야 한다. 이 유행의 신드롬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는 없지만, 이 패션 놀이가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작은 기쁨과 위안이 되는 건 사실이다. 쿨한 몬스터 반항아 라부부, 또는 따뜻한 빈티지 노스탤지어를 일으키는 몬치치. 이 상반된 두 캐릭터가 새로운 세대의 패션 페르소나임은 분명하다.
![]() 젠지들의 패션 페르소나가 된 라부부. @chomismaterialgirl |
Z세대의 패션 페르소나
라부부의 인기는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 한정 수량에 따른 긴 대기줄, 정가를 훌쩍 뛰어넘는 리셀 시장까지 부정적인 과열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작은 피규어 하나에 웃고, 설레고, 스타일을 완성하는 이들은 안다. 빠르게 순환하는 트렌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때론 유쾌한 놀이가 가장 진한 위안이 된다는 것을.
쿨한 반항의 아이콘 라부부와 따뜻한 향수의 심볼 몬치치. 이 둘은 귀여운 인형 캐릭터를 넘어, 지금 시대의 감수성과 스타일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가장 작고도 강력한 패션 페르소나다.
김의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