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석도 경매로 싸게 산다? 여객기 ‘명당’ 찾는 법은
해외여행 시작과 끝
여객기 ‘명당’ 찾기
대기업 직원 최종혁(38)씨는 국군의 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다는 발표에 환호성을 질렀다. “예상하지 않았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추석 연휴에 외국에 다녀오고 싶었지만, 회사 일이 바빠서 부모님 댁에 인사만 드리고 집에 있으려 했어요. 장거리 여행을 포기했는데 정부 발표가 난 거예요.”
정부가 국군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자 항공권 검색하느라 바쁜 클릭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주말 이틀(9월 28·29일)과 국군의 날(10월 1일), 개천절(3일), 다시 주말 이틀(5·6일) 사이에 낀 평일 사흘(30·2·4일)만 연차 내면 9일이나 쉴 수 있다. 최씨는 “유럽행 비행기표를 급하게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항공권은 해외여행의 시작과 끝이자 여행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너나없이 여객기에서 최고 자리를 찾는 이유다. 180도 펼쳐져 편하게 누워 휴식하거나 취침 가능한 비즈니스석은 논외로 하자. 다리가 붓고 피가 통하지 않는 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일반석(이코노미석)을 기준으로 하면 ‘명당’은 어디일까.
/조선일보DB |
◇이코노미석 누워서 타는 법
같은 일반석도 차등화해 추가 요금을 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반석보다 앞뒤 간격이 4인치 넓은 ‘이코노미 스마티움’, 비상구석이라 불리는 ‘레그룸 좌석’, 의자가 2개만 붙어 있어 연인이 선호하는 ‘듀오 좌석’, 캐비닛 앞쪽이라 빨리 타고 내릴 수 있는 ‘프런트 좌석’을 운영한다.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스마티움 좌석은 편도 20만원가량을 더 받는다. 저비용항공은 더 세분화한다. 진에어는 좌석 간격이 동일한 ‘스탠다드 좌석’도 캐비닛 앞쪽이냐 뒤쪽이냐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마음껏 등받이를 젖힐 수 있어서 선호도 높은 맨 뒷자리도 미리 지정하려면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
옆에 앉는 사람도 중요하다. 덩치가 크거나 자주 들락거리는 탑승객을 피해 앉으려면 ‘옆좌석 구매’ 서비스를 이용한다. 저비용항공이 주로 운영한다. 출발 당일 팔리지 않은 좌석을 ‘떨이’ 판매. 국내선은 편도 1만원, 국제선은 2만~5만원이다. 한 명이 두 좌석까지 살 수 있다. 나란히 붙은 세 자리 중 두 자리를 구입하면 이코노미석에서도 비즈니스석처럼 옆으로 누워서 갈 수 있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괌·사이판 노선처럼 야간 운항 여객기에서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나 커플 여행객이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티웨이 옆좌석 구매 서비스. /인터넷 캡처 |
◇비즈니스석 경매로 낙찰받기
이코노미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될 확률은 조금 과장해서 로또 1등 당첨보다 낮다. 추가 비용이 들지만 업그레이드 확률을 훨씬 높이는 ‘신공’이 있다. 바로 ‘좌석 업그레이드 경매(입찰)’. 흔히 ‘비딩(bidding)’이라고 한다. 비즈니스석을 저렴하게 타고 싶은 승객과 비워가느니 싸게라도 팔자는 항공사의 논리가 만나 탄생한 서비스다. 비딩으로 원래 예약한 이코노미석 가격보다 60만원가량 더 쓰고 비즈니스석과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으로 유럽에 다녀온 김모(35)씨는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충분했고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다음 장거리 여행에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항공사들은 출발 일주일 정도 앞두고 일반석 승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비즈니스(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라’며 이메일을 보낸다. 모든 승객에게 보내진 않는다. 단체 항공권, 초특가 항공권 등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산 승객은 제외되곤 한다. 경매 참여 승객은 이름과 예약 번호를 입력하고 승급 신청 버튼을 누른다. 최저·최고 금액 안에서 입찰액을 정한다. 너무 낮으면 ‘poor’, 보통이면 ‘average’, 높으면 ‘strong’이라고 뜨는 걸 참고한다. 항공사·노선별로 최고·최저 입찰 금액이 다르다.
비딩에 성공하면 입력한 결제 정보에 따라 입찰 금액이 승인되며, 새 보딩 티켓을 받게 된다. 실패하면 금액이 결제되지 않거나 이미 승인이 된 경우에는 바로 취소된다. 재입찰은 할 수 없다. 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비딩 금액·내역 변경 및 취소가 가능하다. 승인이 끝난 업그레이드는 항공사 귀책 사유가 아닌 이상 양도나 변경, 환불이 불가능하다. 비행 일정을 변경하면 비딩 금액이 그대로 날아가며, 새로운 일정에 업그레이드 내역이 반영되지 않는다.
에티하드·캐세이퍼시픽·말레이시아 등 항공사가 직접 비딩 서비스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에어프랑스·KLM·에어차이나 등 더 많은 항공사가 옵션타운(Optiontwon)·플러스 그레이드(Plus Grade) 같은 비딩 전문 플랫폼에 서비스를 위탁하고 있다. 비딩 절차는 비슷하다. 예약 번호를 입력하고 업그레이드 희망 좌석을 선택한 다음 지불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한다. 비딩 성공 여부는 출발 1~3일 전, 최소 4시간 전에 알 수 있다. 비딩에 실패하면 5일 이내로 환불 처리.
항공기 좌석 정보 사이트 시트맵스(SeatMaps). /인터넷 캡처 |
◇공짜로 명당석 앉으려면 부지런해야
좌석 구매건 비딩이건, 저렴한 할인 항공권을 샀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미리 좌석을 지정하는 것. 대부분 항공사가 항공권 구매 시점부터 좌석 지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정은 빠를수록 좋다. 출발이 임박하면 명당석이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어느 좌석이 명당인지는 항공사·기종마다 다르다. 이럴 땐 세계 모든 비행기 좌석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참고하라. 좌석 간격, 등받이 기울기, 전원 플러그 여부 등 시시콜콜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트구루(SeatGuru)에서 대한항공 B878-9 기종을 검색해보자. 발 뻗을 공간이 넓어서 대부분 승객이 선호하는 비상구열 좌석이라도 44A와 44J는 튀어나온 문 때문에 불편하고, 그다음 줄인 45C와 45G는 비상구열은 아니지만 앞좌석이 없어서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2001년 서비스를 시작해 트립어드바이저가 운영하는 시트구루가 가장 유명하지만, 2020년 등장한 시트맵스(SeatMaps)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정보가 더 방대하고 촘촘하다. 시트구루가 정보를 제공하는 항공사가 170여 곳인 반면, 시트맵스는 580여 곳이나 된다. 또 시트구루는 편명 검색·좌석만 조회되지만, 시트맵스는 좌석 기울기·캐비닛 3D 투어(항공사에서 제공할 경우)도 볼 수 있다.
김성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