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역사적 공간을 런웨이로, 2026 SS 서울패션위크 하이라이트
서울패션위크 25주년, 덕수궁 돌담길·흥천사·DDP까지 서울의 역사와 미래를 런웨이로. 전통과 혁신이 교차한 2026 SS 하이라이트를 모았습니다.
25주년을 맞은 서울패션위크가 9월 1일부터 지난 한주간 서울 곳곳을 런웨이로 변화시켰다. 이번 2026년 봄, 여름 서울패션위크는 25주년이라는 상징적 순간을 기념하며, 덕수궁의 돌담길과 돈암동의 흥천사, 미래적인 유선형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까지 서울의 시공간을 넘나들었다. 서울의 역사를 품은 의미 깊은 공간을 무대로, 전통과 혁신, 유산과 비전이 교차했던 2026년 봄, 여름 서울패션위크를 하이라이트해 본다.
![]() 2026년 봄, 여름 서울패션위크는 25주년을 기념하며, 덕수궁 돌담길과 흥천사, 미래적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서울의 시공간을 넘나들었다. 서울패션위크. |
서울 역사를 품은 덕수궁 돌담길을 런웨이로, 앤더슨벨
25주년을 맞은 서울패션위크의 첫 막을 연 디자이너는 앤더슨벨(Anderson Bell)이었다. ‘소프트 클래시(Soft Clash)’라는 패션쇼의 테마처럼 이번 컬렉션은 부드럽지만 강렬한 충돌의 미학을 탐구했다. 예측불허의 비로 잠시 쇼가 지연됐지만, 모델들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나올 때 오히려 패션쇼 전체 무드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색채 팔레트와 뮤지션PJ 하비(PJ Harvey),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의 반항적인 애티튜드를 패션으로 재해석해냈다.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한 컬러와 패턴, 원단이 조화와 불협의 매력적인 긴장감으로 표현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도훈은 ‘의상과 공간, 음악, 모델의 움직임, 그리고 조명 색감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감정선에 맞춰 흐르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하며, 패션은 옷을 넘어 전체적인 분위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정의했다.
이날 앤더슨벨 패션쇼엔 서울시 홍보대사인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의 이안, 지우, 아이브(IVE)의 가을,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휴닝카이, 카드(KARD) 전지우과 제이셉, 이은지, 이천희와 전혜진 부부, 효린, 이진혁, 홀랜드 등 유명 셀럽들이 참여해 프론트 로를 빛냈다.
![]() 덕수궁 돌담길을 런웨이로 패션쇼를 선보인 앤더슨 벨. 서울패션위크. |
![]() 2026년 봄, 여름 서울패션위크를 오프닝 쇼였던 앤더슨벨. ‘소프트 클래시(Soft Clash)’ 주제로 부드럽지만 강렬한 충돌의 미학을 탐구했다. 서울패션위크. |
6백여 년 역사의 흥천사를 런웨이로, 빅팍
빅팍(BIG PARK)은 성북구 돈암동에 자리한 아름다운 사찰 흥천사에서 런웨이를 열었다. 흥천사는 조선 태조가 신덕왕후를 정릉에 모시고 왕비의 명복을 빌기 위해 1397년에 창건된 사찰이다. 흥천사 대방이 국가등록문화재이며, 극락보전, 명부전 등 서울시 유형문화재와 대한민국 보물 등이 보존되어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삼각산 자락과 전통 사찰을 배경으로 등장한 모델들은 도시적인 감각과 고요한 영성이 공존하는 특별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역사적 공간 속에서 울려 퍼진 현대적 패션쇼 음악과 모델들의 워킹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빅팍의 이번 컬렉션은 테마인 ‘조용한 혁신’을 따라, 유기적 실루엣과 한복의 여백미를 담은 감성적인 테일러링, 물결처럼 흐르는 곡선, 숨결처럼 얇은 텍스타일, 바람에 따라 리드미컬하게 물결치는 실루엣을 통해 신자연주의(Neo-Organic)을 표현했다. 또한 친환경 소재와 천연 염색 기법으로 지속가능성을 향한 브랜드의 비전을 다시 그려냈다.
패션쇼 시작 전에는 사찰음식이 케이터링으로 제공되어 세계 곳곳에서 온 관객들에게 특별한 미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6백여 년 유산의 한국적 미와 패션, 사찰 음식까지 오감으로 문화를 교감하게 한, 패션이 역사를 매개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는 무대였다.
![]() 1397년에 창건된 돈암동 흥천사에서 패션쇼를 펼친 빅팍. 서울패션위크. |
![]() 유기적 실루엣과 한복의 여백미를 담은 테일러링 등을 신자연주의를 표현한 빅팍. 서울패션위크. |
서울의 현재를 담은 몬드리안 호텔을 런웨이로, 카루소
카루소(CARUSO)는 서울 중심 이태원에 자리한 몬드리안 호텔에서 서울패션위크의 런웨이를 이어갔다. ‘시간의 기억’이란 테마 아래, 카루소는 전통 남성복의 경계를 다시 썼다. 젠더리스 실루엣, 과감한 컷 아웃, 다양한 레이어링이 만들어낸 입체감은 남성복 스타일을 재해석하며 성별의 규칙을 허물었다.
데님 버튼 팬츠와 와이드 팬츠, 오버사이즈 재킷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섬세한 감각으로 표현되었고, 페이즐리 프린트 반다나와 프린지 장식,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밀리터리 요소, 과감한 색의 충돌이 겹겹이 쌓여 카루소만의 룩을 만들어냈다. 디자이너 장광효가 시대의 흐름을 겹겹이 쌓아 재창조해낸 단순히 스타일링의 조합 이상, 현대 남성성의 재정의였다.
![]() 몬드리안 호텔 이태원에서 패션쇼를 진행한 카루소. 서울패션위크. |
![]() ‘시간의 기억’이란 테마 아래 남성 스타일링을 재정의한 카루소. 서울패션위크. |
미래로 향하는 DDP를 런웨이로, 두칸
두칸(DOUCAN)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관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2026년 봄, 여름 컬렉션의 테마는 몽환적이면서도 깨어 있는 듯한 피어 있는 꽃 ‘루시드 블룸(Lucid Bloom)’.
디자이너 최충훈은 피어나는 여성성을 꽃으로 표현하여 고요함, 그리움, 설렘, 자유로움의 잔상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부드럽고 쉬어한 레이스와 시폰을 겹겹이 레이어링해 흐르는듯한 실루엣을 연출했으며, 블루와 레드 컬러에 두카 오리지널 아트워크를 더해 두칸만의 판타지 감성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번 컬렉션의 메인 모델로 야노시호가 런웨이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 두칸 패션쇼에 야노시호가 메인 모델로 등장해 주목 받았다. 서울패션위크. |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패션쇼를 선보인 두칸. 서울패션위크. |
AI 로봇을 런웨이로, 한나신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는 패션과 기술의 융합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디자이너 한나신(HANNAH SHIN)은 3D 프린팅과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한 ‘테크 꾸뛰르 아트 쇼’를 통해 미래 패션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라 누에바 페를라, 새로운 진주(La Nueva Perla)’란 테마 아래, 진주의 형성 과정에 영감 받아 시간과 기억, 자연과 첨단,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제시했다.
AI 로봇, 3D 프린팅, 티타늄, 자수 등 첨단 테크와 패션의 만남은 로보틱스 기업 엔젤 로보틱스, 티타늄 3D 프린팅 기술의 세타텍(Setatech), AI 3D 그래픽 아트 스튜디오 스튜디오 아텍(Studio Artech)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특히 엔젤로보틱스의 산업 재활 보조 수트 ‘수트 H10(SUIT H10)’와 보행 재활 로봇 ‘앤젤 레그 M20(Angel Legs M20)’가 모델에게 입혀져 런웨이에 올려진 순간이 특별했다. 패션이 기술과 예술, 그리고 퍼포먼스의 경계까지 넘나드는 예술적 테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디자이너 한나신은 블랙핑크와 에스파 무대 의상으로 유명하다. 한나신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K-로보틱스, K-패션, K-컬처가 융합된 세계 최초 패션 아트 쇼로, 서울을 베이스로 글로벌 무대에서 미래 패션의 가능성을 열어가겠다’고 전했다.
![]() 한나신은 엔젤 로보틱스, 세타텍(Setatech), 스튜디오 아텍(Studio Artech)와의 협업으로 세계 최초 패션 아트 쇼를 완성했다. 서울패션위크. |
![]() 테크 꾸뛰르 아트 쇼로 패션의 미래를 보여 준 한나신. 서울패션위크. |
2026년 봄, 여름 서울 패션위크가 보여준 발전은 베를린 패션위크와의 협업이었다. 서울패션위크 기간 동안 베를린 쇼룸을 열었고, 베를린 기반의 신진 브랜드 12팀이 강남 MCM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패션쇼를 펼쳤다.
25주년을 기념한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패션이 트렌드를 넘어 도시와 문화를 반영하고, 세계와 연결되는 파워풀한 매개체임을 증명했다. 덕수궁의 돌담길에서, 성북의 고찰에서, 그리고 미래적 건축물 DDP에서 펼쳐진 쇼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과거, 현재와 미래, 전통과 혁신, 로컬과 글로벌, 아트와 테크가 공존하는 글로벌 문화의 허브이자 리더로서, K-패션을 통한 K-컬처의 비전을 펼쳤다.
김의향 THE BOUTIQUE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