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밥에 누룽지가 없다… 최고의 밥맛 즐기라고

[푸드]by 조선일보

외식업 전문가의 단골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아무튼, 주말] 외식업 전문가의 단골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한 달에 50곳 정도?”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에게 “새 식당을 몇 곳이나 가보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 대표는 손꼽히는 외식 전문가. 맛집 가이드 ‘다이어리알’과 ‘대한민국 외식 트렌드’를 매년 발간하는 한편 여러 정부 기관·지자체·기업에 음식 자문·강의를 해온 지 20년이 넘었다. 그는 “괜찮은 식당이 너무 많아 꼽기가 힘들지만, 서울에서 편하게 즐겨 찾는 단골집 그리고 올해 다녀본 지방 맛집들 중에서 특히 감동을 준 집”을 소개했다.


안재식당


“집밥 같지만, 알고 보면 웬만한 집에서 못 먹는 솜씨의 음식을 내는 식당이죠. 시골 부모님이 농사 지어 보내준 고추로 만든 부각, 늘 따뜻하게 온도 맞춰 나오는 어묵볶음 등 그때그때 바뀌는 소박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밑반찬이 밥은 물론이고 술 한 병 뚝딱 마실 만큼 안주로도 그만이라 술 마시러 가기에도 그만인 집입니다.”


한식의 중심인 밥이 맛있기로 첫손 꼽히는 식당이다. 보통 솥밥을 먹으면 밥을 덜고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즐긴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누룽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는 누룽지를 얻기 위한 밥이 아닌, 밥 자체를 최적으로 즐기도록 낮은 온도에서 섬세하게 밥을 짓는다”고 했다. 누룽지가 생길 정도로 센 불에 밥을 지으면 수분이 과다하게 날아가 밥의 찰기가 줄어들기 때문. 반찬에 들이는 정성도 남다르다. 부모가 농사 지어 보내준 재료들 외에 충북 음성 송고버섯, 경북 문경 약돌돼지 등 반찬 하나하나의 원재료부터 신경 써서 골라 조리한다.


계반 1만3000원, 안재한상 1만원, 약돌돼지제육볶음 7000원, 한우소금구이·송화버섯전 1만3000원. 서울 송파구 삼전로9길 5-2


용대리 두루치기


“그날그날 만든 반찬에 두루치기나 짜글이를 먹고 싶을 때 찾는 곳이에요. 버섯조림, 취나물, 멸치볶음 등 소박한 밑반찬들이지만 언제 가도 촉촉하고 정성이 느껴져요. 얼리지 않은 생돼지고기로 만드는 두루치기와 짜글이도 자꾸 생각이 나죠. 여기서 밥을 먹고 나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두루치기는 촉촉하게 국물이 남게 조리한 볶음, 짜글이는 자작하게 끓인 찌개를 말한다. 흔한 재료로 만드는 대중적 음식을 잘하는 게 진정한 실력임을 깨닫게 해주는 식당이다. 삼겹살을 구워 먹어보면 ‘돼지고기 자체가 이렇게 좋으니 두루치기와 짜글이가 맛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탄복하게 된다. 매운갈비찜, 코다리찜, 계란말이도 보통 실력이 아니다.


돼지짜글이·돼지두루치기 2만·3만·4만원, 삼겹살 1만3000원, 매운갈비찜 3만·4만5000·5만원, 코다리찜 3만·4만·5만원. 서울 금천구 가산로 22 상운빌딩


원조할매보쌈


“무주 구천동에서 난데없이 무림 고수를 만난 기분이 들더군요. 평범한 이름 때문에 일반 관광식당으로 평가절하될 수 있지만, 무주 주민들에게는 이미 내공을 충분히 인정받았더라고요. 저는 보쌈이 특히 맛있었어요. 돼지 삼겹살 비계가 너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느끼하지 않고 보들보들 쫀득쫀득해서 자꾸 젓가락이 가더라고요.”


보쌈정식 주문을 받으면 그제야 고기를 삶는다니, 맛없을 수가 없겠다. 고기에 딸려 나오는 보쌈김치가 더 훌륭하다는 평가가 많다. 모든 반찬을 손수 만든다. 반찬 재료도 대부분 직접 재배한다.


토종닭능이백숙 7만원, 버섯전골 5만원, 보쌈정식 4만원, 산채비빔밥 9000원. 전북 무주 설천면 구천동1로 101

조선일보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신야춘추


“채식은 음식의 강약이 덜해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잘 만든 채식에서는 맛의 높낮이와 흐름을 즐길 수 있어요. 여기가 바로 그런 식당입니다. 주인이 사찰음식을 열심히 공부하는 분인데, 채소만 내지는 않고 파·마늘 등 자극적인 양념을 배제해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립니다. 머리가 맑아지고, 먹은 다음 날에도 속이 편한 음식들입니다. 식당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요.”


냉이장아찌, 앙증맞은 깻잎쌈이 든 오이냉국 같은 피클, 더덕채 샐러드, 곱게 채 썬 무전, 연잎밥 등 허투루 조리한 음식을 찾기 힘든 식당이다. 문어와 홍합을 넣고 끓이는 천궁문어탕은 국물이 맑고 시원하기가 이를 데 없다. 후식으로 나오는 보리떡도 건강한 추억의 맛이다.


연잎밥정식 2만3000원, 천궁수육 3만5000·4만8000원, 천궁문어탕 5만5000·6만8000원, 단호박불고기 5만5000원. 충남 공주 반포면 하신소1길 62-9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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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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