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1통 아이 100명이 먹어"… 성난 부모 거리 나왔다

[트렌드]by 조선일보

주말에 비리 유치원 성토 집회… 동탄 500여명 "엄마들 뿔났다"

"사립도 온라인 입학 시스템 참여하라"… 黨政, 25일 대책 발표


초록색 풍선 500개가 경기 화성 동탄센트럴파크를 가득 채웠다. 동탄 지역 유치원 학부모 500여명(경찰 추산)이 '엄마들이 뿔 났다! 사립 유치원 개혁과 믿을 수 있는 유아 교육을 위한 집회'에 참여했다. 학부모 열에 아홉이 아이 손을 잡고, 유모차에 태워 함께 왔다. 아이들은 풍선 들고 킥보드를 타면서 해맑은 모습이었지만, 엄마·아빠들 표정은 심각했다. 동탄은 원장이 원비로 명품 가방과 성인용품을 사는 등 유치원 회계에서 7억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A유치원이 있는 곳이다.


시위 참석자들은 '앞에서는 교육자, 뒤에서는 자영업자' '원장님은 포도 한 박스, 아이들 간식은 포도 한 알' 같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수박 1통 아이 100명이 먹어"…

"금쪽같은 우리 아이들, 엄마 아빠가 지켜줄게" - 2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금쪽같은 우리 아이들 엄마 아빠들이 지켜줄게’라고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사립 유치원 개혁과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촉구했다. /박상훈 기자

엄마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한 학부모는 사과 한 조각을 들어 보이며 "이 작은 사과를 우리 아이들이 나눠 먹었다고 한다"면서 "집에 와서 '엄마 나 배고프다'고 하더라"고 했다. 다른 한 엄마는 "이렇게 밖으로 나와 외쳐야 변화가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날인 20일에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 40여명이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19대 민주당 비례 국회의원을 지낸 장하나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이 단체는 그동안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정부와 교육청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여 왔다. 한 회원은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비리 유치원을 보면 아이를 믿고 맡길 데가 없는 나라"라고 했다.


지난 11일 부정·비리 사립 유치원 명단이 공개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분노한 학부모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인터넷에서만 의견을 나누던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와 직접 피켓 들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다.

부모들 "공립 유치원 늘려 달라"

부모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집 근처 사립 유치원이 미덥지 못해도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고생과 달리 어린 유아들은 좋든 싫든 집 근처 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운영하는 유치원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전국 8987개 유치원 중 사립이 4291개, 국공립은 4696개지만 유아들 75%가 사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현 정부는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를 4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동탄 집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유치원을 선택할 수가 없어 사립이 폐원이나 휴원하면 학부모들은 대책이 없다"면서 "국공립을 늘려 달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는 '비리 유치원뿐 아니라 비리 유치원 원장 이름도 공개하라' '국공립 유치원을 늘려라' '유치원뿐 아니라 비리 어린이집 명단도 공개하라'는 등의 청원이 수십개 올라왔다. 수박 한 통을 100명에게 먹이는 등 부실한 유치원 급식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정부 25일 유치원 대책 발표

사립 유치원들이 공·사립 유치원 공통 입학 온라인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비판했다. 유치원을 지원할 때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지원-추첨-합격 통보'까지 온라인에서 한꺼번에 이뤄지는 '처음 학교로'를 도입했지만 사립이 거의 외면하고 있다. "국공립에만 아이들이 몰린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처음 학교로'에 참여하지 않는 사립 유치원엔 원장 인건비 지원금과 학급운영비를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립 유치원 비리에 대한 국민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여당은 21일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25일 대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립 유치원들은 "정부가 국공립 유치원과 개인 사유재산인 사립 유치원을 똑같이 취급한다"며 반발했다. 개인 재산을 수십억원씩 출연해 건물 짓고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수익금을 못 가져가게 하는 규정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학춘 동아대 교수는 "사립 유치원은 사립 초·중·고교와 비슷하게 공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개인 사유재산으로 지었기 때문에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공존한다"면서 "사립 유치원들이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하려면 이런 특수성에 맞는 회계 규칙을 정부가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김연주 기자]

2018.10.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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