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못박힌 맥도날드 예수…이스라엘 기독교 '분노'

이스라엘에서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박힌 맥도날드 조각상이 기독교인의 분노를 사고 있다. ‘맥지저스(McJesus)’란 이 예술 작품이 박물관에 전시된 이후 이에 반발한 기독교도의 폭력 시위까지 벌어졌다.


이달 11일 이스라엘 북서부 도시 하이파에 있는 박물관 앞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무력 충돌했다. 시위대는 박물관 출입을 막아 선 경찰에 화염병과 돌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 3명이 부상했다. 결국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섬광수류탄을 발포하며 진압에 나섰다.

십자가에 못박힌 맥도날드 예수…이스라

이스라엘 하이파 박물관에 전시된 ‘맥지저스’ 조각상. 나무 십자가에 못박힌 채 매달려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광대 캐릭터 로널드 맥도날드가 예수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하이파 박물관

시위는 박물관 안에 전시된 ‘맥지저스’ 작품 때문에 시작됐다. ‘맥지저스’는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광대 캐릭터 로널드 맥도날드의 양손과 발이 나무 십자가에 못박힌 채 고개를 떨군 모습을 형상화했다. 도드라진 갈비뼈와 축 늘어진 몸, 하체를 가린 천 등이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맞이하는 예수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 조각상은 핀란드 예술가 자니 라이노넨이 제작한 것으로, 지난해 8월부터 하이파 박물관에 전시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맥지저스’를 담은 사진이 퍼지면서 종교 갈등으로 번졌다.


이스라엘은 유대교도가 절대다수인 국가다. 소수 아랍계 기독교인들은 이 조각상이 신성모독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일부 기독교 교회는 작품 철거를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작가 라이노넨도 박물관 측에 작품을 즉시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처음부터 박물관에 ‘맥지저스’를 전시할 의사가 없었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작품이 전시됐다"며, 박물관 측이 자신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노넨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 점령과 인종차별을 비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부도 사태 진화에 나섰다. 미리 레제브 이스라엘 문화부 장관은 박물관에 서한을 보내 조각상 철거를 촉구했다. 그는 "전 세계 종교인이 성스럽게 여기는 종교적 상징을 예술적 항거를 이유로 존중하지 않는 행위는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박물관 측은 ‘맥지저스’ 전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물관 측은 전시회 주제가 현대 사회에서 병적으로 추종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하며 기독교도의 ‘신성모독’ 주장을 반박했다. 맥도날드가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에 맥도날드 캐릭터를 썼을 뿐, 종교적 의미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박물관 측은 박물관이 자신의 동의 없이 작품을 전시했다는 작가 라이노넨의 주장에 대해서도 핀란드 미술관과 협의해 작품을 빌려온 것이라고 밝혔다. 작품 철거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교적·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입장이다.


[이선목 기자]

2019.01.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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