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경기에… ‘가성비 세단’이 잘 팔린다

SUV 전성시대 끝났나? 불황 속 세단 판매가 다시 늘고 있습니다. 동급 SUV보다 저렴한 가격에 실속을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 세단은 실내 공간 문제마저 해결했죠.

자동차 시장 세단 부활 조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이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세단 판매량은 10만72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판매량이 1.6% 줄어든 20만2447대에 그쳤다. 


지난 몇 년 동안 자동차 시장은 실내 공간이 넓은 차 선호가 급증해 SUV 판매가 늘고 세단 판매는 줄어 왔는데, 이런 추세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경기 침체 속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세단 수요가 늘어 이런 변화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SUV는 차체가 크고 험로 주행에 적합한 부품을 더 달았기 때문에 동급 세단보다 수백만원 이상 비싸다.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한 세단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 같은 업체들이 기존 모델 대비 사양을 덜어내고 가격을 낮춘 ‘가성비 세단’을 출시한 것도 한몫했다. 내연차보다 실내 공간이 넓은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단의 단점으로 여긴 좁은 실내 공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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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차량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이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올 1분기 자동차 '톱10'에 든 현대차의 스테디셀러 세단 3종. 위에서부터 그랜저(4위), 아반떼(5위), 쏘나타(9위). /현대자동차

◇‘가성비 세단’ 뜬다

올 1분기 자동차 ‘톱10’에는 현대차의 스테디셀러 세단 3종이 이름을 올렸다. 준대형 세단 ‘그랜저’(1만9031대·4위), 준중형 세단 ‘아반떼’(1만8909대·5위), 중형 세단 ‘쏘나타’(1만4477대·9위)다. 작년 1분기 그랜저와 아반떼가 각각 5위와 10위를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향상된 성적이다.


특히 2000만원대 가성비 차량을 찾는 수요가 올 1분기 세단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아반떼와 쏘나타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6.2%, 81.4% 급증했다. 쏘나타는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만든 택시를 국내에 출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3.9%), G90(-13.4%) 등 고가 세단 판매량은 대체로 작년 동기보다 줄었다.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낮춘 수입차도 올 1분기 판매 증가를 견인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분기 가장 많이 팔린 수입 세단은 ‘E200’(3457대)이다. 벤츠가 작년 5월 출시한 E클래스의 엔트리 모델이다. 


테슬라 중형 전기 세단 ‘모델3’의 판매량도 작년 1분기 15대에서 올 1분기 2345대로 급증했다. 테슬라는 작년 4월 모델3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기존 미국산보다 가격을 1000만원 안팎 낮춘 중국산 모델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전기 세단 잇따라 출시

전기 세단 신차가 잇따라 출시되며 세단 부활을 뒷받침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월 출시한 준중형 전기 세단 기아 ‘EV4’와 BYD(비야디)의 중형 전기 세단 ‘실’이 대표적이다.


EV4는 기아의 첫 전기 세단으로, 동급 최대 수준인 490L(리터)의 적재 공간을 갖췄다. 전기차는 부품이 내연차 대비 30% 안팎 적다 보니 세단도 적지 않은 짐을 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역시 533km(롱 레인지 모델 기준)로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길다. 지난달 초 사전 계약을 시작한 실은 4750만원부터 가격이 시작한다. 경쟁 모델인 모델3(5199만원)보다 450만원 안팎 저렴해 가격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영관 기자

2025.05.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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