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로제처럼 촉촉하고 윤기 있게 웻 헤어

로제부터 젠데이아까지, 셀럽들이 선택한 올여름 트렌드 '웻 헤어'. 물기 머금은 듯 윤기 나는 스타일링, 지금 가장 힙합니다.

2025년 멧 갈라(Met Gala) 레드카펫 위, 블랙 수트에 드라마틱한 케이프를 걸친 로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생 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가 디자인한 이 강렬한 룩은 시크함의 극치였고, 그녀의 머리 위를 흐르던 매끈하고 물기 어린 웻 헤어(Wet Hair)는 룩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


한 올 한 올에 윤기가 흐르는 긴 생머리가 블랙 수트와 어우러지며, 로제는 그야말로 ‘현대적 뮤즈’ 그 자체였다. 사실 로제의 멧 갈라 헤어 스타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로제의 웻 헤어가 세련된 선택이었음을 천천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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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멧 갈라에서 웻 헤어 룩을 연출했던 로제. @roses_are_rosie

로제의 멧 갈라 헤어는 올해의 키워드인 ‘글로시 웻 헤어(Glossy Wet Hair)’와 ‘내추럴 웻 헤어(Natural Wet Hair)’의 진화였다. 과거처럼 무겁고 인위적인 젤로 머리를 덮던 방식 대신 자연스럽고 건강한 윤기를 머금은 텍스처를 연출했다. 젖은 듯하지만 무겁지 않고, 정제되었지만 과하지 않은 미니멀 시크가 돋보인다.


사실 웻 헤어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고 다채롭다. 그 시작은 1920년대 헐리우드의 황금기, 여배우들이 선보였던 우아한 핑거 웨이브(Finger Wave)나 마르셀 웨이브(Marcel Wave)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마드와 헤어 젤로 머리를 촉촉하게 고정하여 윤기를 내고 물결 모양을 만들었던 이 스타일은 당시 여성들에게 단정하면서도 고혹적인 매력을 선사했다. 1950년대에는 남성들의 포마드 헤어가 유행하며 깔끔하게 빗어 넘긴 ‘슬릭 백’의 원형을 제시하기도 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웻 헤어는 더욱 과감하고 볼드한 형태로 재해석되었다. 디스코 문화와 함께 강력한 헤어 제품을 사용하여 머리카락을 고정하고 글로시한 윤기를 강조한 스타일이 유행했으며, 머리 전체에 젤을 바르고 손가락으로 빗어 넘겨 ‘젖은’ 느낌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많았다.


1990년대에는 패션계의 미니멀리즘과 그런지(Grunge) 열풍이 불면서 웻 헤어도 좀 더 내추럴하고 무심한 듯 시크함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마치 샤워 후 대충 말린 듯한, 혹은 비를 맞은 듯한 자연스러운 텍스처가 유행의 중심에 섰다. 이는 덜 꾸민 듯한 모습 속에서 반항적인 매력을 찾는 시대적 감각과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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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끝내고 말리지 않는 듯 연출한 카일리 제너의 웻 헤어. @kyliejenner

그리고 2010년대 후반, 웻 헤어는 하이패션 런웨이와 유명 셀러브리티들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알렉산더 왕, 발렌시아가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쇼에 모델들에게 신선한 긴장감과 아방가르드한 무드를 불어넣었고, 이는 곧 뷰티 트렌드로 이어졌다.


젠데이아, 헤일리 비버, 킴 카다시안 등의 할리우드 셀럽들은 이 스타일을 일상과 레드 카펫에 녹여내며 대중적인 사랑을 이끌어냈다. 그들은 글래머러스하거나 미니멀한 룩에 웻 헤어를 매치하며 무한한 스타일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국내 스타들도 웻 헤어를 공식 석상과 무대에서 즐겼다. 블랙핑크, 한소희, 김지원 등 국내 스타들이 웻 헤어를 자유자재로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연출해왔다. 그렇다면 2025년, 웻 헤어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과 패션에 스며들고 있을까? 과거의 ‘젖은’ 느낌을 넘어선 ‘글로시’하고 ‘내추럴’한 웻 헤어의 다양한 변주들을 탐험할 시간이다.


먼저, 글로시 슬릭 백 (Glossy Slick Back) 스타일은 정수리에서부터 모발을 타이트하게 뒤로 넘기고, 젤이나 글레이즈로 윤기를 극대화하는 스타일이다.


시얼샤 로넌이나 캐리 멀리건처럼 정교한 빗 자국을 남기면 고급스러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도시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옆머리와 뒷머리까지 흐트러짐 없이 매끄럽게 고정하는 것이다. 로우 포니테일이나 깔끔한 로우 번으로 마무리하면 실루엣에 절제된 우아함이 더해져 비즈니스 미팅부터 이브닝 파티까지 모든 자리에 어울리는 완벽한 룩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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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얼샤 로넌처럼 정교한 빗 자국을 남기며 붙인 웻 헤어는 이브닝 룩에 근사하다. @ronan.saoi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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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멀리건처럼 숏 단발의 웻 헤어는 이브닝 드레스나 수트와 잘 조화된다. @ninapark

내추럴 웻 헤어 (Natural Wet Hari)는 막 수영장에서 걸어 나온 듯한 텍스처의 비치 웨이브에 촉촉한 수분감을 더한 스타일이다. 조 크라비츠처럼 이마 라인에 컬을 살짝 주고 자연스럽게 넘기면 완성도 높은 룩이 된다.


70~80% 건조된 상태에서 컬 크림이나 가벼운 웻 젤을 바르면 뭉침 없이 부드럽게 마무리할 수 있으며, 모발 본연의 웨이브를 살려 내추럴하면서도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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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웻 웨이브 헤어의 카리나. @katarinabl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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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막 나온 듯한 내추럴 웻 웨이브 헤어를 연출한 벨라 하디드. @bellahadid

웻 헤어가 부담스럽다면, 전체를 젖게 하지 않고 특정 부분에만 포인트를 주는 포인트 웻 룩 (Partial Wet Look)으로 트렌디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잔머리나 페이스 라인의 헤어에만 촉촉한 질감을 더해 무심한 듯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전체에 광택을 주되 앞머리를 헤어 밴드로 깔끔하게 넘겨 안정적으로 연출하는 방식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마치 땀에 살짝 젖은 듯한, 혹은 빗방울이 스친 듯한 효과를 주어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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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웻 헤어가 부담스럽다면 카이아 거버처럼 부분적인 포인트 웻 헤어로 연출해본다. @nin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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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처럼 업두 헤어를 한 후 흘러내린 잔머리 부분 부분을 웻 헤어로 연출할 수 있다. @wjswhdtj94

슬릭 번 (Sleek Bun)도 웻 헤어를 세련되게 즐기는 방식이다. 정수리에서 귀 뒤까지 모발을 매끄럽게 넘긴 후, 단단하게 묶어 깔끔한 번을 만드는 스타일이다. 도브 카메론처럼 잔머리 한 가닥을 섬세하게 남기면 강인함 속 부드러움이 살아나며, 클래식한 번 스타일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 


마치 발레리나처럼 정교하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을 동시에 줄 수 있어, 포멀한 자리부터 캐주얼한 데이트 룩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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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슬릭 번 (Sleek Bun) 웻 헤어 룩은 이브닝 룩이나 수트와 잘 어울린다. @laufey

무엇보다 웻 헤어 스타일의 완성은 텍스처와 광택, 제품의 선택과 섬세한 양 조절에 달려 있다. 흡수력 좋고 끈적임 없는 헤어 오일, 유분 조절이 가능한 수성 젤, 투명한 글로스 스프레이나 글레이즈 제품이 특히 추천된다.


최근에는 ‘리퀴드 헤어’ 트렌드에 맞춰 마치 물처럼 가볍게 스며들면서도 확실한 윤기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니 주목할 만하다. 


또한 제품의 양 조절이 중요하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바르는 것은 자칫 머리가 떡지거나 기름져 보일 수 있으니 금물이다. 소량씩 덜어 손바닥에 고루 펴 바른 후, 모발에 꼼꼼히 흡수시키며 원하는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뿌리 부분은 소량만 사용하고, 모발 끝부분에 더 집중하여 윤기를 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웻 룩을 연출하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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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 헤어 앞머리를 가닥 가닥 살려서 웻 헤어로 연출한 젠데이아. @zendaya

기후와 환경에 따라 스타일링 방식도 유연하게 조절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더운 여름에는 자연 건조로 모발 본연의 텍스처를 살리고 가벼운 웻 제품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고, 습한 날씨에는 고정력을 높이기 위해 젤과 오일을 레이어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건조한 실내에서는 미스트를 활용하여 수분감을 유지해줘야 한다.


또한 웻 헤어는 다양한 룩과도 스타일링 매치가 된다. 데님 재킷이나 슬리브리스 탑과 함께하면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무드를 연출할 수 있고, 포멀한 수트나 미니멀한 드레스와 매치하면 드레시한 시크함과 동시에 묘한 관능미를 더한다.


마치 한여름 밤의 파티, 혹은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찍힌 영화 같은 순간을 연출해준다. 역대급 더위와 습기가 예고되느 이번 여름, 보송하게 헤어를 지키기 어렵다면, 아예 웻 헤어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김의향 THE BOUTIQUE 기자

2025.06.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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