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호텔, 폐교 카페…태안이 로맨틱해졌다

[여행]by 조선일보

/탼 한옥비치리조트

“샤라락 샤라락.”


한낮의 겨울 바다, 곧게 뻗은 소나무숲, 반짝이는 윤슬, 눈을 감으니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완면한 곡선의 해안을 품은 이곳은 낮에는 조약돌이 백사장을 밝히고, 저녁에는 붉은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여름에는 서핑과 패들보드도 즐길 수 있다는데, 아직 사람들이 잘 몰라 붐비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숨겨진 보물 같은 한적한 바다 ‘의항해수욕장’입니다.


“태안에 놀러가지 않을래?”


친구의 말에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태안을 마지막으로 왔던 건 2007년 12월,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그 해 입사한 제게 태안은 첫 출장지였습니다. 검은 바다와 검은 해변, 실의에 빠진 주민들. 그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모두 보낸 후 다신 그곳을 가지 않았습니다. 제게 태안은 아픔의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태안에 놀러 가자는 친구들이 늘었습니다. “친구들끼리 놀 때는 양양, 연인과 데이트할 때는 태안!”이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17년 만에 방문한 태안은 정말 ‘로맨틱’했습니다.

◇탼 한옥비치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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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항 해변의 석양/이혜운 기자

의항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많은 한옥들이 보입니다. ‘태안에 한옥 마을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에 찾아가봤습니다. 이곳은 ‘탼 한옥비치리조트’. 로컬커뮤티니호텔 브랜드 어라이브가 지난해 12월 문을 연 곳입니다. 총 22개의 객실이 있으며, 모든 객실에는 프라이빗한 마당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반려 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펫 한옥도 있었습니다.


방에는 ‘민화’가 걸려있고, LP플레이어와 LP판이 있습니다. 한옥에 앉아 LP로 음악을 들으며 의항해변을 바라보다보면 태안이 자랑하는 ‘해무’와 ‘일몰’이 보입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본 석양 못지 않은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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탼 한옥비치리조트

그렇게 해가 사라지고 나면 마당에 장작을 놓고 불을 켭니다. “타닥타닥.” 장작불 타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이곳은 LP 음악 소리와 장작 타는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커피와 차 향기 외에는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신혜은 이사는 “진정한 쉼을 위해 TV와 바베큐 그릴을 없앴다”고 했습니다. 대신 별을 볼 수 있는 천체망원경, 명상을 도와주는 싱잉볼과 요가매트, 취향에 맞는 책들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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탼 한옥리조트 천체망원경/이혜운 기자

◇폐교카페

컨츄리 로드 카페 /이혜운 기자

17년 전 태안 출장 당시 저희의 미션 중 하나는 학생들 취재였습니다. 당시 초등학생들이 태안 바다와 자원봉사자들에게 쓴 편지가 공개되면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지금 태안 관내 유·초·중·고 학생은 4713명으로 지난 2014년 6325명보다 무려 25% 감소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학생들이 떠나간 폐교는 멋진 카페로 변신했습니다.

컨츄리 로드 카페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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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시골길 사이 허름한 초등학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동화 같은 공간이 펼쳐집니다. 식물이 가득한, 수목원이라도 온 듯합니다. 향긋한 커피와 갓 구운 빵들이 가득합니다. 조용한 시골 풍경을 즐기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신두리 해안사구와 두웅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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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해안사구/이혜운 기자

태안까지 왔으니 인증샷 하나는 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아프리카 사막 여행 중!”이라고 올리면 누구나 속을 공간 ‘신두리 해안사구’입니다. 1만5000년의 역사가 있는 세계 최대의 모래 언덕입니다. 태안반도 서북부에 형성된 사구로, 강한 북서계절풍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형성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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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웅습지/이혜운 기자

그러나 동네 주민들은 그 옆에 있는 ‘두웅 습지’를 꼭 가라고 하더라고요. 신두리 해안사구의 배후 습지로 잘 보존된 자연 환경과 동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일본 홋카이도 ‘청의 호수’ 같기도 합니다.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 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따라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게국지와 우럭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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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청어람 게국지/이혜운 기자

태안의 향토 음식은 ‘게국지’입니다. 김장철, 집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이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제가 가본 곳 중 맛있었던 곳은 모항항에 위치한 ‘청어람’입니다. 기본 반찬으로 굴무침, 간장게장 등 15가지가 나옵니다. 천리포 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관해수산’도 괜찮습니다. ‘물회’가 무엇보다 맛있더라고요.

◇​유류피해극복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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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 서핑샵/이혜운 기자

사고가 발생했던 만리포 해수욕장은 이제 아픔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요즘 20대들에게 만리포는 서핑의 메카 ‘만리포니아(만리포+캘리포니아)’로 불린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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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 피노 카페/이혜운 기자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당시의 아픔을 기억나게 해주는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이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 앞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니 당시의 일들이 명료하게 정리돼 있었습니다. 이곳을 다시 빛나게 만든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 3층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만리포 바다는 이 과정들을 거쳐 이렇게 아름답게 다시 태어났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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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피해극복기념관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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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피해극복기념관 전망대/이혜운 기자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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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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