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회사는 반도체 없어 난리인데... 삼성전자는 왜 생산 꺼릴까

[자동차]by 조선일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왜? 5Q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 중단과 감산 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생산을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주문은 폭발하는데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구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감산(減産)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독일,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가 있는 대만 정부에 반도체 증산 요청까지 했습니다. 저성장 시대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이한 상황이 낯설기만 합니다. 대체 무슨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요. Mint가 다섯 문답을 통해 풀어봤습니다.


Q1. 왜 갑자기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졌죠?


“한마디로 수요 예측 실패 때문입니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내구재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고, 반도체 회사들도 차량용 제품의 생산량을 줄이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상당 부분 멈추고, 대신 스마트폰이나 PC, 게임기 등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늘어난 비대면 제품군의 반도체 제조에 회사 자원을 집중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 백신과 초저금리 대출에 힘입어 지난해 2~3분기에 가파르게 반등하고, 자동차 주문도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업체들은 이미 생산 품목을 크게 바꾼 상태인데 말이죠. 이들이 단숨에 예전 상태로 돌아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쏟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미국이 지난해 말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SMIC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것도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을 부채질했습니다.”


Q2. 그럼 일시적인 수급 불일치라고 보면 되나요?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우선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AI(인공지능)나 스마트폰용 반도체와 비교해 부가가치가 낮은, 즉 마진이 작은 사업입니다. 수급 불균형으로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10~20%가량 오른다지만, 수요가 줄면 가격이 급락하는 게 반도체입니다. 지금 잠깐 빛 보자고 큰돈을 들여 다시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확대 가동하는 건 반도체 생산업체 입장에서 상당한 모험일 수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가 대부분 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에서 생산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1992년에 처음 등장한 구식 반도체 재료죠. 제조 장비도 구형이라 아직도 90~180나노미터(nm)대 제조 공정이 여전히 쓰입니다. 현재 대세인 12인치 웨이퍼엔 5~20나노미터(nm) 기술이 적용되는데 말이죠. 한마디로 최신 반도체를 만들 수 없는 설비인 겁니다. 8인치 웨이퍼는 반도체 생산량도 12인치의 2분의 1밖에 안 됩니다. 이렇다 보니 반도체 생산 업체는 증설을 꺼리고, 반도체 장비 공급사들도 8인치용 장비의 신규 개발이나 공급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Q3. 삼성전자나 대만 TSMC가 생산량을 늘리면 되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차량용 반도체를 주로 만드는 기업은 따로 있습니다. 황민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TSMC의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전체의 3%에 불과하고, 삼성전자도 차량용 반도체는 거의 만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10분의 1 정도로, 2019년 기준 네덜란드의 NXP와 독일 인피니언의 점유율이 각각 21%와 19%로 가장 높고, 일본 르네사스(15%),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14%),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13%) 등이 주요 생산 업체입니다.”


Q4. 반도체 빼고 자동차를 만들면 안 되나요.


“불가능합니다. 요즘 차량 1대에는 평균 200~3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제품이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입니다. MCU는 엔진 컨트롤, 디스플레이의 정보 표시, 후진 주차나 안전벨트 미착용 알림 등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현재 자동차 생산원가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2%쯤 됩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전기차·자율주행차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반도체 투입량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차량 1대당 반도체 2000여 개가 들어갈 날도 멀지 않았다고 예상합니다.”


Q5. 차량용 반도체 문제가 해결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반도체 업체가 당장 증설에 뛰어들더라도 6개월~1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露光) 장비 조달에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장비 공급업체들은 12인치 웨이퍼용 최신 노광 장비 수요를 맞추는데도 애를 먹는 상황이라, 차량용 반도체에 쓰일 8인치 노광 장비 생산에 소극적입니다.


장기적으로 봐도 차량용 반도체가 넉넉히 공급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미래차에는 반도체가 훨씬 많이 들어갈 텐데 반도체 제조사들은 차량용 반도체의 낮은 수익성 때문에 증설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결국 12인치 웨이퍼를 이용하는 차량용 반도체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때까지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서 자동차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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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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